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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에 도착한 다음날 비가 오더라. 비 오는 날 좋아라한다. 왜냐면 빗소리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건 한국 얘기다. 한국에서는 대부분 차 끌고 다니니까 우산 들고 걸을 필요가 없잖아. 비에 옷이 젖으면 얼마나 찝찝한데. 근데 이 날 밖에 나갔다가 왼쪽 신발에 물 찼다. 어느 정도였냐면 걸으면 신발에서 거품 올라와. 신발 앞쪽 부분 그러니까 코 부분에서 흰색 거품이 올라와.
나중에 확인을 해보니 밑창 나갔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인 DOLCE & GABBANA 제품인데. 좋아하니까 그만큼 많이 신고 다녀서 이런 거겠지만 내가 팔자 걸음인지라 왼쪽 면만 닳은 거다. 쩝. 그래도 항저우에서는 레지던스에 묵었기 때문에 일단 헤어 드라이기 신발에 넣고 돌려서 말리다가 세탁기 넣고 건조시켜서 금방 마르긴 했지. 그런데 다음 날 또 비오네. 음. 이거 신고 나가면 또 물 찬다는 소리 아닌가. 그래서 내가 묵었던 레지던스 건너편에 몰이 있어서 거기 가서 신발 사야겠다 한 거다.
#1
ZARA 있길래 들어가봤지. 남성 의류 쪽에 보니까 이런 신발 있더라. 이거 얼마게? 99위안(17,000원 정도). 와~ 싸다 싶었다. 이거 살까 했지. 그러나 다른 걸 산 이유는 착용감 때문. 편한 신발로 고른 거다. 물론 가격은 5배 차이지만. 나이 드니까 패션 이런 거 보다는 편함에 중점을 두게 되는 듯. 나도 늙었나벼.
#2
몰에 이러 저러한 브랜드 많던데 내가 산 데는 우리나라에서 여러 브랜드 싸게 파는 그런 매장 있잖아? 그런 거랑 비슷한 거 같애. YY스포츠라는 매장에서 아디다스 제품 있는 거 중에서 골랐지. 난 원래 아디다스 안 신거든.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는 나이키도 아냐. 푸마. 그래서 내 운동화는 다 푸마야. 근데 지금은 하나도 없어. 왜냐? 웨이트 트레이닝한다고 헬스장 사물함에 넣어뒀다가 가져오질 않았지. ㅠㅠ
사고 나서도, 한국 돌아와서도, 포스팅 하기 전까지도 나는 내가 산 신발의 제품명 몰랐다. 단지 아이다스의 네오 라인이라는 거 밖에는.
이거다. 포스팅하려고 뒤적거리다 보니 모델명 나오네. 아디다스 위클리 AW5199. 근데 허걱. 우리나라에서 사는 게 훨 싸네. ㅠㅠ 내가 이거 얼마주고 샀냐면 529위안(90,000원 정도)이거든. 국내에서 쇼핑몰에서 사면 7만원도 안 되구먼. 그렇다고 내가 외국인이라고 바가지 쓴 건 아니다. 제품 전시되어 있는 거에도 529위안이라고 적혀 있어. 참. 중국. 정말 나를 열받게 하는구나. 열받게 하면 할수록 내가 중국에서 돈 벌어 온다. 두고 봐.
#3
제품은 괜찮은 듯. 사실 네이비 색상 잘 안 사는데 색상이 다양하게 있지 않아 선택의 폭이 좁았다. 그래도 착용감이 좋아.
#4
내 DOLCE & GABBANA 신발은 버렸다. 중국에서. 그러나 항저우에서 버린 거 아니다. 그래도 비 안 오는 날은 신을 수 있으니 캐리어에 넣고 다녔지. 그러다 항저우에서 상하이 갔다, 상하이에서 다시 항저우 왔다, 항저우에서 대련 갔는데, 대련갈 때는 비행기 탔거든. 그 때 DOLCE & GABBANA 신발 신고 있었지. 대련 주수자 공항에 도착했는데 뭔가 이상한 거야. 왼쪽 신발이. 보니까 밑창 뒤쪽만 떠 있었는데, 이젠 밑창 전체가 너덜너덜. 그래서 대련에서 묵었던 호텔에 놓고 나왔다. 바이바이. 그래도 정말 많이 신고 다녔어. 내가 좋아했던 신발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