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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이사했다. 동네에서 이사하는 거라 거리로는 그리 큰 차이는 아니지만 짐이 좀 많았다. 여기 저기 알아보던 중에 그래도 여기는 괜찮을 거 같아서 했는데 대만족. 나는 그렇다. 가격이 싸도 되는 게 있고 싼 게 비지떡인 게 있다. 예를 들어 비자 발급이다 하면 비자만 발급이 되면 되는 거니 이런 거는 무조건 싼 데를 찾는다. 그러나 이사와 같이 일하는 사람이 중요한 일에는 가격만으로 결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하냐면, 가장 싼 데부터 고르되, 사람을 보고 결정하고, 결정되고 나면 당일 웃돈을 좀 더 주면서 기분 좋게 일하는 게 서로 이득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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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에는 내가 이사짐 센터를 고른 건 아니었다. 아버지께서 골랐는데, 이 분들 덕분에 이사가 즐거웠을 정도. 그건 나 뿐만 아니라 부모님도 마찬가지였다. 한 분은 정말 개그맨 저리가라할 정도로 농담을 잘 하시는데, 내가 여러 번 빵빵 터질 정도. 물론 부모님도 마찬가지. 여자들한테 인기가 많으실 거 같더라. 그 분께는 집에서 쓰지 않는 가스 히터 드렸다. 마침 필요하다고 하시길래 잘 됐다 해서 드렸다. 총 4분인데, 팀웍이 참 좋다. 그 중에 대장은 아버지보다 한 살 어리신데, 아버지와 군대를 같이 나왔나 어쨌나 여튼 군대로 공통 분모가 있고, 근처에 사신다고 하시길래 담에 소주나 한 잔 하자면서 아버지랑 친해졌다. 이사짐 센터만 30년을 하셨다는데, 정말 짐 싸고 옮기는 데에는 프로답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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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골치가 아팠던 이사짐은 부모님이 사용하시는 흙침대다. 이거 들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엄청 무겁다. 원래 분해해서 이동해야 하는데, 이걸 분해하지 않고 이동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고, 나도 거들었지만 정말 정말 무겁더라. 내 일룸 책장도 무겁긴 한데, 흙침대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그래도 내 일룸 책장 무겁고 길어서 나는 이번에는 처음으로 다 분해해서 나사 따로 원목 따로 해서 옮겼다. 나중에 혼자서 조립했는데, 왜 여태껏 이렇게 하지 않고 그냥 통으로 옮기려고 했을까 싶더라. 확실히 좋은 거를 사면 오래 쓰긴 한다. 이사할 때마다 통으로 옮겨서 좀 상처난 게 흠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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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이사짐 센터 이용하면 박스나 바구니 안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근데 여기는 준다. 물론 주는 데가 더러 있긴 하지만, 뭐랄까 사람 상대해보면 느낌이라는 게 있잖아. 뭐 이런 걸로 돈 받고 그러냐 줄께 뭐 그런 식이다. 그런 느낌은 틀리지 않았다. 이사 와서도 못질도 해주고, 이사 이후에 박스 가져가러 오셔서 또 블라인드 설치해주시고 할 정도. 그러면서 이런 저런 얘기 나누는데, 참 재밌게 세상을 즐기면서 사시더라. 이번 년도에는 지난 번 못 갔던 백두산을 간다면서 대련에 배타고 들어간다길래, 나 또한 대련에서 한국 들어오면서 담에는 배타고 들어가야지 했던 생각도 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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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내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거의 비슷비슷하다. 큰 차이가 안 나더라고. 나름 아버지께서 싸다고 해서 고르신 거 같은데(아버지는 그렇다.), 가격도 괜찮았던 거 같다. 게다가 이사하는 동안에도 즐겁고, 일도 확실히 잘 하고. 오늘 집에 나머지 박스랑 바구니 가져가신다고 들리셔서 블라인드 설치해주고 여기 저기 못도 박아주고 그러셨는데, 홍보 어떻게 하냐고 하니까 이리 저리 얘기하시더라고. 키워드 광고 하는 듯. 그래서 명함 하나 달라고 했다. 알려주려고. 대만족했기에. 일산에서 이사짐 센터 찾는다면 여기 강추하는 바다. 아마 후회하지 않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