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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3,631번째 영화. 개인 평점은 6점. 넷플릭스에서 만든 영화라고 해서 나름 기대치가 있었는데, 글쎄 그닥 흥미롭진 않다. 저예산 영화라면 스토리로 승부를 해야 하는데, 다소 엉성한 부분들이 있어 나는 보면서 좀 의아해했었거든. 게다가 SF물이라면 상상력을 가미해서 스토리를 만들어도 앞뒤가 잘 맞물리도록 스토리를 만들어야 그래도 이해하고 볼 건데, 그렇지 않아서 좋은 평점을 주진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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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루프 소재
내가 본 최초의 타임 루프 소재의 영화라면 <사랑의 블랙홀>이 떠오른다. 자고 일어나면 전날로 돌아가 하루가 무한 반복되는. 어렸을 때 투명인간과 더불어 이런 저런 상상 속 주요 소재였던 걸 영화로 보게 되니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난다. 만약 내가 저런 상황에 놓인다고 상상해보면 재미난 일(?)을 해볼 거 같은데, 그걸 주인공이 대신해주거든. 타임 루프라는 상상력의 산물을 차용했으되, 개연성 있게 내용을 전개시켜나가고 또 결말 또한 충분히 공감이 가면서 메시지가 있는 영화였었지. 그래서 <사랑의 블랙홀>을 보면서 왜 주인공한테 타임 루프 현상이 반복되지 하는 의문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그런 상황은 영화 속에서 설정되었으니 인정하고 보는 거지.
반면 ARQ는 타임 루프를 보면서 자꾸 의문이 들게 만든다. 단순한 내용의 무한 반복으로 반복될 때마다 약간의 변주를 주긴 해도 <사랑의 블랙홀>과 같은 재미는 없다. 또한 원래는 기억을 못 하다가 타임 루프가 반복되면서 기억을 하기 시작하고, 자신 이외의 다른 사람들도 지난 번 루프를 기억하게 되는 등 왜 저런 지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가 없다. 스토리가 단순하다 보니 자꾸 그런 게 눈에 보이는 듯. 또한 타임 루프 현상이 벌어지는 데는 지극히 한정된 공간으로 설정되는데, 그렇다면 그 외의 공간에서는 정상적으로 시간이 흘러간다는 얘기라면 좀 이해가 안 되는 장면들도 있다.(어거지로 해석하면야 해석할 순 있겠지만) 그래서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셉션>과 같은 오밀조밀한 스토리와 비할 바가 안 돼.
물론 <ARQ>를 <인셉션>이랑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저예산 영화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랑은 틀리니까. 그러나 넷플릭스의 미드를 보면 스토리 면에서 좀 남다른 부분이 있었기에 하는 얘기다. 그래서 뭐랄까. 장편을 봤다는 느낌보다는 단편을 본 느낌이랄까. 그렇더라.
#2
오픈된 결말
결말은 오픈되어 있다. 물론 초반에 연결 고리를 보여주긴 하기에 아 그래서 이런 영상이 나오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은 들지만 어떻게 진행될 지 여부는 오픈되어 있다. 그러나 오픈되었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마지막 장면 다음에 스크립트 올라가는 순간, 음. 뭘 말하고 싶은 거지? 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결국 영화는 단순 흥미, 재미 위주의 영화인데, 그렇지 못하다는 게 아쉬운 점이다. 물론 내가 이렇게 얘기한다고 해서 이 영화가 그렇게 낙인이 찍히는 건 아니고, 또 어떤 이에게는 흥미롭게 본 영화가 될 수 있겠지. 다만 나는 그렇게 느꼈다는 것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