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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배드 지니어스: 컨닝을 사업화한 범죄 이야기지만 공감할 만한 요소가 많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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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3,768번째 영화. 개인 평점은 8점. 지니어스. 천재. 개인적으로 이런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호를 좋아한다. 왜냐. 기본적으로 재밌어. 아무래도 범상치 않은 캐릭터니 그만큼 어떤 문제를 독창적으로 해결해나가는 게 재밌거든. 그래서 선택해서 본 영화인데, 괜츈. 다루는 소재도 독특하거니와 스토리 전개도 괜찮고 그 속에 녹여낸 현실적인 문제와 인물들 간의 대립과 해소 또한 좋았던 영화다.

지금껏 태국 영화를 단 한 편도 안 봤던 건 아니지만 대부분 별로였다. 광고는 그렇게 스토리텔링을 잘 하면서 왜 영화는 못 만드나 싶었는데 <배드 지니어스>는 볼 만하다. 게다가 누구나 학창 시절을 겪어왔기에 컨닝이라는 소재는 친숙하기도 하지만, 지금껏 컨닝을 메인 소재로 다루는 범죄 영화가 있었던가? 신선했지. 그래서 바로 내가 선택해서 볼 수 밖에 없었던 영화.

#1
이 영화를 보다 보면 떠오르는 영화가 <21>이다. 천재급 인재들이 모여 카드 카운팅을 통해 라스베거스에서 블랙잭으로 돈을 버는 얘기. 게다가 실제 있었던 일이었고. 그래서 <배드 지니어스>도 혹시나 실화인가 싶어서 찾아봤더니 아쉽게도 실화는 아니더라.

#2
영화보면서 가장 통쾌했던 장면은 학생들에겐 학생이 공부를 해야지 돈을 탐하면 되냐고 가르치는 교육자들이 지네들은 돈을 탐하는 부분에 대해서 주인공이 지적했던 장면. 역시 똑똑한 애들에게는 논리적 허점을 보이면 안 돼. 나도 학창 시절 선생들에게 반항을 참 많이 했던 학생이었고, 그런 걸로는 거의 교내 탑이었기에 학생부에서 블랙리스트 3명 중에 한 명이 나였을 정도였다. 나머지는 공부 못 하고 사고 많이 치는 양아치들이었고. 

당시는 지금과 같지 않아서 선생이 학생 때리는 건 아주 예삿일이었는데, 학생이 선생을 때린 순 없잖아? 그래서 맞을 순 있어도 논리로는 지지 않겠다는 입장이었기에 때리면 맞고 내 할 얘기는 했던 식이었다. 게다가 부당한 처사를 당한 학우가 있으면 대신해서 논리적으로 따지고 대응했고. 그래서 뭔가 이거 아니다 싶으면 애들이 다 나를 쳐다보기도 했었지. 그러면 또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나는 나서기 싫은 순간에도 그래 알았다 내가 따질께 했던 스타일이었고.

그런데 요즈음 세상은 다르더라. 선생이 학생 때리는 거 자체가 용납이 안 되니. 아니 자식 잘 되라고 부모가 때릴 수도 있듯 선생이 학생 잘 되라고 때릴 수도 있다 보는데, 이제는 아예 때리지 못하게 하니 참 어이가 없다. 문제가 생기기 전에는 아무리 지적해도 바꾸지 않으려고 하다가 문제가 커지고 나면 바꾸면서 반대 방향의 극으로 치달아 이상하게 흘러가는 그런 경향을 보이더란 게지.

나는 선생이 학생을 때리는 행위 그 자체는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맞을 놈은 맞아야 된다고 생각하기에 내 자식 가르치는 선생한테도 그런 얘기를 해줬던 거고. 그러나 권위에 기반한 부당한 폭력은 있어서는 안 되겠지. 문제는 그 부당하다는 기준을 누가 결정하느냐인데 그런 문제 때문에 아마도 요즈음에는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논리가 지배적이라 그러는 모양이다. 꼭 보면 평생 싸움 해본 적도 없고 공부만 한 것들이 그래요. 경험은 없고 입만 산 인간들의 일처리가 대부분 그러하다.

나는 부당한 폭력이 있다 하더라도 어른이고 또 가르치는 선생이라면 어느 정도의 부당함은 이해해줄 수 있지 않나 싶다. 그게 기본이되 부당하다 싶은 부분에서는 보완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면 되지 아예 때리는 거 자체를 금지하다니. 학창시절 겪어본 사람은 알 거다. 혈기 왕성한 시절의 사고방식을. 나이 어린 학생들이 대들고 말로 장난치고 하면 선생이기 이전에 나이 든 어른으로 그거를 그냥 참고 지내야 한다는 게 쉽지 않다. 이제는 교육자도 서비스업이 된 세상이다.

때로는 맞고 부당한 처우에 억울해하기도 할 지는 몰라도 나이 들면 그것 또한 그 시절의 추억이고 낭만이다. 물론 어쩌다 정말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경우를 겪기도 하지. 그러나 분명한 건 그로부터 얻는 것도 분명 있다는 거. 나 또한 예체능 선생들한테 모다구리(여러 명한테서 맞는 거)를 당했을 때가 그랬다. 저것들이 선생이야 싶은 생각에.(그 선생들 중에는 실제로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 일진 출신도 있었다.) 그러나 그 이후로 선생한테 덤비지 않게 되더라고. 

내 블로그에도 적은 게 있을 거다. 그 때 체육 선생이 내 머리를 잡아채고 손가락질하면서 눈을 부라리고 했던 얘기가 있다. 

"니가 왜 그런 줄 알아? 죽도록 안 맞아봐서 그래."

그 때 들었던 생각. '아 어쩌면 저 말이 맞을 수도 있겠다' 정말 그랬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선생한테 대들지 않았었지.

#3
우리나라만 봐도 그렇듯 이제는 돈이 있어야 고급 교육을 받는다. 돈 없으면 고급 교육 받기 힘든 세상이다. 물론 잘 하는 놈은 꼭 고급 교육을 받을 필요는 없다. 어딜 가나 잘 하기 마련이니까. 그러나 문제는 능력도 안 되는 것들이 돈 있다고 고급 교육 받아봤자 걔네들이 배운 거는 돈으로 안 되는 게 없다는 생각에 한화 김승현의 삼남과 같은 애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그런 애들의 자식이 또 그런 걸 대물림하고. 그래서 나는 그런 이들을 일컬어 피가 더럽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혼을 할 때 집안을 보는 이유가 사회, 경제적인 부분 때문에 그런 거지만 정작 중요한 건 놓치는 듯 싶다. 잘 나가는 검사면 뭐해. 우병운데. 그러나 그렇게 한 집안으로 엮이게 되면 이 더러운 피는 깨끗한 피까지 희석시켜버려서 더럽게 만드는 거다. 그래서 나는 피가 더러운 집안은 위나 아래나 나이 상관하지 않고 연을 두지 않는 게 상책이라 생각한다.

#4
돈의 맛

한 명의 천재급 주인공으로 전개되던 스토리가 또 다른 천재급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투 톱이 된다. 물론 라이벌이기 때문에 경쟁 관계에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대립각을 세우지는 않는데, 점점 한 명은 돈을 탐하고, 한 명은 윤리를 강조하게 되면서 대립각을 형성하게 된다. 근데 재미난 건 이 대립각이 나중에 완전히 반대가 되는 대립각을 형성한다는 것. 돈을 탐하던 캐릭터는 후에 윤리를, 윤리를 강조하던 캐릭터는 후에 돈을 취하게 되는 재미난 스토리라인을 보여준다. 돈의 맛을 보면 사람이 달라진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면들을 잘 녹여낸 듯.

#5
소재 신선하고, 스토리 괜찮고, 공감할 부분도 많고, 스토리에 녹여내려고 한 면면들도 괜찮고. 그래서 추천할 만하다. 적어도 보고 나서 재미없더라는 소리는 듣지 않을 영화. 그냥 그저 그렇더라 정도의 평가는 나올 수 있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