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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3,830번째 영화. 개인 평점은 9점. 잔잔하다. 아주 잔잔하다. 그러나 몰입하게 되고 빠져든다. 오랜만에 흙 속에 진주를 발견한 느낌. 이 영화 글쎄. 나름 나는 9점이란 높은 평점을 줄 만하다 생각했고,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바다. 내가 나가는 독서 모임 회원들이라면 성향이 잘 맞을 듯 싶더라.
#1
몰입이 되었던 이유는 바로 캐릭터 때문이다. 미소란 캐릭터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그런 캐릭터는 아니지만 분명 있을 법한 캐릭터다. 그렇다고 해서 미소와 같은 식의 삶을 살기는 쉽지 않겠지만 영화를 통해서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들었다.
영화도 소설과 마찬가지다. 매체의 특성 때문에 소설보다 독자의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는 적지만, 소설과 달리 시각적인 즐거움을 줄 수 있으니 일장일단이 있다고 봐야겠지. 다만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은 시각적인 즐거움에만 초점을 두는 경향이 강한 거고.
허구지만 우리는 그런 허구를 좋아하는 게 여러 이유에서다. 재밌다거나 주인공을 통해 대리 만족할 수 있다거나 등 다양하겠지. 그런 이유 중에서가 가장 의미있는 이유(내가 생각하기에)라고 하면 아마도 허구를 통해 현실을 비추어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해보게 만드는 게 아닐까 싶다.
이왕 허구를 만들 것이라면 실제 삶에 도움이 되는 그런 영화가 낫다는 의미지. 그러나 재미가 없다면 그런 게 쉽게 전달될 리가 없겠지? 당연히 재미가 있어야 또 그런 게 잘 전달될테고. <소공녀>란 영화가 딱 그런 영화가 아닌가 싶다.
#2
나는 개인적으로 평점을 매길 때, 어지간하면 6점을 준다. 그리고 재밌으면 8점까지 준다. 어중간하면 7점을 주고. 9점과 10점은 어지간해서 안 주는데, 9점과 10점은 적어도 의미있는 영화. 생각해볼 만한 여지가 많은 영화일 경우에 준다. 물론 예전에는 오직 재미 위주였던 시절이 있었지. 뭐 고등학교 때라든지.
그래서 사람에 따라서는 별로라고 하는 경우도 있겠지. 영화라는 게 아무래도 개취도 반영이 될 수 밖에 없으니까. 그래도 이 영화는 다른 이들도 꽤나 높은 평점을 주는 거 보면 사람이 보는 눈은 그래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만큼 대중적으로 어필을 할 수 있는 영화는 된다는 게지.
#3
극심한 자본주의, 배금주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기에 <소공녀> 속 미소를 보면서 돈이라는 것, 집이라는 것, 삶이라는 것에 대해서 한 번 즈음 생각해보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결말을 보면서 미소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기 보다는 멋스럽다고 느껴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자본주의에 찌든 우리는 상상하기 힘든 삶을 살면서도 그 삶에 만족하면서 자신의 가치관을 지켜나가기 때문이다. 그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물론 영화 속 캐릭터니까 그런다고 생각할 수 있고, 그렇게 멋스럽다면 너도 그렇게 살아봐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얼토당토 않은 캐릭터가 아닌 있을 법한 캐릭터이고 현실 세태를 충분히 반영했기에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하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미소를 보면서 뭔가를 얻어가는 거 아니겠는가. 멋스럽다고 해서 꼭 그렇게 살아야 멋스럽다고 해석을 하면 그건 독해력이 떨어지는 거다. 자신의 가치관을 지켜나가면서도 세상에 휘둘리지 않기 때문에 멋스럽다는 거지.
#4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최근에 슬럼프를 겪고 나서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어쩌면 슬럼프란 고비를 겪지 않았다면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 어쩌면 내 인생을 놓고 봤을 때 이번 슬럼프가 내 생각을 바꾸게 된 가장 큰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물론 앞으로 또 그런 경우가 있을 지는 모르지만) 돈이라는 것에 대해서, 행복이라는 것에 대해서. 아니 좀 더 엄밀하게 얘기하자면, 행복한 삶에 대해서. 그리고 지금의 나는 행복하다. 행복이란 꽃길만 걷는다고 얻어지는 게 아니라 가시밭길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있다고 누군가가 했던 거 같은데, 내가 어떤 자세로 삶을 대하느냐에 따라 가시밭길 또한 다르게 받아들이기 마련인 법이다. 중요한 건 내 마음가짐이다.
#5
내 인스타의 프로필 메시지는 이렇다.
"Collect moments not things."
이건 Aarti khurana란 여성 작가이자 시인이 했던 말이다. 아마 많은 곳에서도 이 문구를 사용하는 걸 본 적이 있을 지 모르겠다. 사실 원문을 보면 이와 유사한 말이 두 문구 더 있다. 소개하자면,
"collect moments not thing, earn respect not money and enjoy love not luxruies."
이 문구가 맘에 드는가? 그럼 당신에게 <소공녀>란 영화는 충분히 재밌고 인상 깊게 남을 것이라 본다.
#6
여기 등장하는 배우들 대부분 연기 잘 한다. 어줍잖게 외모 좀 된다고 발연기하거나, 연극 좀 했다고 오버 연기하는 이들보다 훠얼씬 낫다. 연기도 좋았고, 각 배우들이 맡은 캐릭터도 잘 어울렸다. 여러 모로 좋은 평점을 줄 수 밖에 없네 그려. 이솜이란 배우, 전고운이란 감독 눈에 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