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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패션

까를로 바르베라 맨하탄(Carlo Barberra Manhattan) 원단 비하인드 스토리

#0

까를로 바르베라. 수트 브랜드로는 1위라고 알려진 키톤(Kiton)이란 데서 인수한 원단 브랜드다. 자사의 수트에 사용할 고급 원단을 확보하기 위해 인수한 걸로 안다. 원단 정말 좋다. 물론 좀 가볍고 하늘거리고 부드러워서 딱 떨어지는 걸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별로일 수는 있겠다.

 

#1
이 원단을 국내에 들여온 데가 바로 유어오운핏 공방B였다. 지금은 문 닫았다. 공방B의 공장장이셨던 분이 지금은 유어오운핏 비스포크 공방 대표님이시긴 하다. 다 그렇게 연결되어 있다.

 

#2

공방 B에서 우리에게 까를로 바르베라 원단 줄 때, 거기서도 마진 붙여서 준 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 싸서 그 때 알았지. 기성 원단이라는 게 이렇게 싸구나. 같은 급의 맞춤 원단과 비교하면 가격 차이가 많이 나더라. 분명 에르메네질도 제냐, 로로피아나도 마찬가지려니. 그만큼 한 번에 많은 양을 사니까 가능한 거지만, 그 양이 얼마나 많았으면 아직까지 그 때 들여온 원단이 다 안 팔렸을까 싶긴 하다.

 

그 남은 까를로 바르베라 기성 원단 전체를 구매한 데서 번치북을 만들어서 현재 유통하고 있는 게 바로 흰색의 까를로 바르베라 맨하탄 번치북이다. 그러니까 저게 맞춤 원단으로 까를로 바르베라에서 만든 게 아니란 얘기. 그래서 내가 영상에서 얘기했지. 셀비지 없다고. 기성 원단이라 셀비지가 없는 거다. 그런 거 얘기 안 하면 나중에 셀비지 없다고 뭐라 할 거 아니냐고. 셀비지에 대해서 이미 다 공개했는데 말이지.

 

 

#3
작년에 이벤트할 때 이 원단 득템하면 개꿀 빤 거다. 특히 블랙 원단은 당시에 품절이 되었을 정도로 인기였었지. 그래서 지금 이 번치북에는 블랙 원단이 없는 거다. 나도 당시에 블랙 구매하려고 했었는데, 구매하려고 보니까 품절되었더라고. 여튼 이 정도 되는 원단 이 가격대로는 찾을 수가 없다. 가격대가 까노니꼬보다 싸.

 

#4
이게 만약 맞춤 원단으로 나오면 얼마나 가격이 될까 대충 비교해볼 수 있는 컬렉션이 있다. HFW(Huddersfield Fine Worsted, 이거 Huddersfield Cloths와 다른 브랜드다. Huddersfield Cloths는 영국 원단 엔트리급)의 까를로 바르베라 컬렉션이 있다. 까를로 바르베라에 의뢰해서 만든 원단으로 구성된 컬렉션으로 안다. 거기 원단이 울 100%인 경우 SUPER 120's다.

 

지금 까를로 바르베라 맨하탄 기성 원단은 SUPER 130's고. 게다가 버진 울이고. HFW의 까를로 바르베라도 버진 울인지는 모르겠다. 여튼 더 좋으면 좋았지 덜 좋진 않다. 근데 가격 차이가 5배나 난다. 

 

#5

내가 이거 작년에 이벤트할 때는 뭐라 안 하더니, 올해 이벤트 하니까 뭐라 하더라. 어떤 소리를 들었냐면 까를로 바르베라 원단을 그렇게 싸게 풀면 브랜드 망가진다는 거다. 즉 고급 브랜드의 원단을 싸게 하면 국내에서는 까를로 바르베라 브랜드가 싸구려가 된다는 얘기. 나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싸게 가져와서 비싸게 팔아야 하는 건가? 그게 유통 업계의 논리인가? 아니면 브랜드 정책인가?

 

브랜드 정책이 그렇다면 처음부터 비싸게 팔았어야지. 그러나 기실 기성 원단으로 엄청 많은 양을 사면 엄청 싸지는 게 맞다. 그러니 기성복에서 에르메네질도 제냐나 로로피아나를 사용하는 거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까를로 바르베라라는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알 만한 사람들은 원단에 대해 신뢰할 정도다. 그게 바로 브랜드고, 그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해 원단을 좋게 만드는 거 아니겠는가.

 

까를로 바르베라가 맞춤 원단으로 유통된다면 또 얘기가 달라지겠지. 왜냐면 컷 비즈니스(Cut Business)는 아무래도 DHL로 배송하는 비용, 야드당 판매하다 보니 비싸게 판매하는 부분이 생길 수 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셀비지도 없는 기성 원단을 저렴하게 구매해왔는데 원단 퀄리티 좋다고 그럼 몇 배 높게 팔아야 할까? 글쎄. 나는 거기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6

이번에 이벤트 끝나고 나면, 이 원단은 MTO로만 사용하려고 했다. 근데 보니까 맞춤 업계에 이 번치북이 유통되고 있었구나. 뭐 당연한 거겠지만. 그렇다면. 조금 생각을 달리 해야할 듯. 레벨0는 비스포크에서만, 레벨1은 수미주라, 비스포크 모두 가능한 원단으로 하는 게 좋을 듯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