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비즈

광고에 많이 사용되는 앵커링 효과 (블랫팟 차량용품 사례)


인스타 보다가 차량 용품인데 괜찮길래 클릭해서 들어가본 사이트가 블랙팟이란 사이트다. (https://blackpod.co.kr/) 제품 네이밍이며, 제품 상세 페이지며 뭘 좀 아는 업체가 만든 게 티나더라. 제품 소개 페이지 이런 걸 랜딩 페이지라 하는데, 어떤 내용을 어떤 순서로 배치하느냐, 어떻게 비쥬얼하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효율이 달라지는데 잘 만든 듯. 근데 나같은 전직 마케팅 회사 대표이자 현재도 마케팅 컨설팅을 하기도 하는 나로서는 눈에 보이는 게 있다. 바로 가격 할인 부분이다.

66%라. 이런 거 마진률이 얼마 되는지는 모르겠다만, 제품 성격상 마진율 높은 상품일 거다. 처음에 만들 때나 인건비 등이 들어가지 제품 완성되고 나면 마진률 높은 류의 화학제품이거든. 그래서 66% 할인해도 충분히 이득을 볼 수 있는 상품이라고 보긴 하지만 정가가 49,500원이라고? 이게? 그래서 다른 제품들도 죽 살펴봤다. 모든 제품이 상시 할인이네. 할인율이 제품마다 제각각이고, 개수가 많아질수록 할인율을 올라가는 게 공통적. 일부 기간 내 특별 할인이 있는데 그런 건 대부분 1+1인 경우고.

이런 생각이 들더라.

1. 이 제품 정가는 49,500원이 아니라 16,900원이다.
2. 직접 제조가 아니라 제조사 따로 있을 거고, 제조사가 같은 제품 있을 거다. 
3. 제조사가 같은 다른 브랜드 제품보다 비쌀 거다. (마케팅을 많이 하니까)

제조사는 확인해보니 이렇게 표시되어 있다. "제휴업체(정확한 확인을 원하시는 경우 판매자에게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표기한 거는 칭찬할 만한 일이다. 왜냐면 대부분 제품 상세 페이지에는 표기 안 하는 업체 많거든. 특히 오픈마켓 같은 데 말이다. 그런 거 따지는 소비자 드물기도 하고, 그거 안 적었다고 뭐라 하지 않는데 굳이 밝힐 필요 없고, 더욱더 중요한 이유는 같은 제조사의 같은 제품인데 다른 브랜드로 팔리는 게 있기 때문에 가격 비교 당하기 싫어 명시 안 하는 경우겠거니.

비용 써가며 인플루언서 마케팅, 인스타 광고하다 보니 다른 데보다는 이문이 줄어들겠지. 그래서 가격을 좀 더 올려서 판매하기 마련인 거고. 제조사 명시하면 이런 거 체크하는 사람이면 같은 제조사의 같은 제품인데 다른 브랜드의 제품이 저렴하다면 그걸 살 거 아니겠냐고. 돈 써서 마케팅하고 엄한 업체 제품 팔게 되는 꼴이니 누가 그런 바보 짓을 하겠냔 얘기지. 나 이런 거는 이해한다니까. 물론 나중에 브랜드가 알려져서 광고 안 해도 많이 판매되도 가격은 안 내리겠지만.

근데 내 눈에 거슬리는 건 49,500원이 정가라는 거다. 66% 할인 하니까 와~ 싸다 싶은 생각을 들게 하거든. 이런 걸 심리학적 용어로 "앵커링 효과"라고 하는데, 어느 곳에서나 다 사용한다. 한 때 마트에서 1+1이 따져보니 더 비싸서 이슈가 된 적이 있었는데, 그것도 이런 앵커링 효과를 악의적인 의도로 이용한 거였지. 그래서 당하지 않으려면 내가 똑똑해야 하는 거다. 요즈음은 대부분의 쇼핑몰 다 정가 명시하고 할인가 명시하니까 익숙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하지 않나? 어느 정도껏 할인이라고 해야지.

정가가 16,900원인 제품을 할인율 66% 맞추기 위해서 49,500원 정가로 만들어버린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비슷한 제품들을 검색해봤다. 역시. 5만원 가까이 하는 제품은 찾아볼 수 없고, 대부분 만원보다 조금 싸거나 조금 비싸거나 정도다. 역시. 16,900원이 정가였고, 그게 마케팅을 하는 업체에서 판매하다 보니 다른 제품들에 비해서 좀 더 비쌌던 거다. 물론 제조사와 전성분 일일이 검토해봐야겠지만, 이런 제품 사는데 일일이 그런 거 따지면서까지 하는 이들 있을라나 모르겠다만 전성분까지는 일일이 비교해보진 않았다.

* * *

나름 블랙팟에는 괜찮은 차량 용품(아이디어 상품)들만 잘 골라서 모아뒀고, 제품 네이밍도 귀에 쏙 들어오도록 잘 해뒀다. 게다가 요즈음 대세이기도 하고 광고 효율이 좋은 SNS 마케팅도 잘 했고, 제품 상세 페이지 구성도 잘 해뒀다. 잘 팔릴 듯. 근데 나는 그런 게 다 보이다 보니 광고 안 하고 비슷하면서도(용기, 용량 똑같고.) 저렴한 제품(게다가 휠 브러쉬까지 주는)을 사게 되더라. 싼 게 비지떡이라고 하는 건 이런 데에 적용하는 얘기는 아니거든. 너무 많이 알면 피곤해지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