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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자동차

고급유 차에 일반유 쓰면 문제가 될까?

남자들이라면 차를 좋아하니까 다 알만한 사실이 아닐까 싶다만, 의견이 분분해서 정리하는 셈치고 적는다. 나같은 인간은 뭐든지 남의 말보다는 내가 직접 조사하고 찾아보고 확인하는 습성이 있어서 말이지. 이게 왜 그러냐면, 사실 대부분 사람들이 안다고 하는 게 다 어디서 들은 얘기지 본인이 직접 조사하고 확인하는 경우는 드물더라고. 그래서 예전부터 나는 그런 게 습관화가 되어 있던 사람인지라. 여튼 이번엔 옥탄가에 대한 얘기다.

옥탄가
RON, Research Octane Number

 

옥탄가는 노킹(이상 폭발)에 대한 저항성을 나타내는 수치인데, 말이 어려우니 이해하는 차원에서 일단 설명한다. 중학교 시절에 기술이란 과목이 있었는데 그 때 배웠던 4행정(흡입-압축-폭발-배기)이다. 다만 엔진에 따라서 이 사항은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디젤 엔진은 아래 4행정은 같지만 휘발유가 실린더에 들어가는 시점이 다르다.

흡입: 실린더 내의 피스톤이 내려가면서 흡기 밸브가 열리고 혼합기(공기와 휘발유)가 실린더 내로 들어간다. 
압축: 흡기 밸브가 닫히고, 피스톤이 올라가면서 실린더 내의 온도와 압력이 상승한다.
폭발: 엔진에 셋팅된 적정 시점이 되면 점화 플러그에 점화를 해서 혼합기를 연소시키고, 이 힘으로 피스톤은 내려가게 된다.
배기: 피스톤이 다시 올라가면서 배기 밸브가 열리고 연소 가스를 배출시킨다.

옥탄가는 폭발 행정에서 엔진에 셋팅된 적정 시점에 혼합기(공기와 휘발유)가 연소되어야 하는데, 그 적정 시점을 수치화한 거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옥탄가가 높으면 늦게 폭발하고, 낮으면 빨리 폭발한다. 바꿔 말하면, 옥탄가가 높으면 그만큼 실린더 내에 온도와 압력이 높을 때 폭발하는 거라 힘이 더 난다고 생각하면 쉬울 듯. 그래서 고성능 차에는 옥탄가가 높게 표시되어 있다.

이건 내 차의 옥탄가다. 권장 사항은 RON 98 이상이고 부득이한 경우에라도 RON 95 이상을 쓰라고 되어 있다. RON은 옥탄가를 표시하는 여러 단위 중에 하나다. 이 말은 점화 플러그를 점화하는 셋팅이 여기에 맞게 되어 있다는 얘기다. 참고로 내 차는 터보엔진인데, 터보엔진은 배기로 배출시킨 가스로 터빈을 돌려 과급기로 공기를 흡입해 혼합기에 추가한다. 즉 실린더에 들어가는 혼합기(공기+휘발유)에 자연흡기엔진보다 공기가 더해져서 엔진의 효율을 올린단 얘기. 그렇다고 해서 터보엔진이 더 좋다고 할 순 없다. 다 일장일단이 있으니 궁금하면 찾아보길.

휘발유
Gasoline


미국의 경우에는 옥탄가를 표시하는데, 우리나라는 옥탄가 표시 안 한다. 게다가 옥탄가 정보를 알려주는 데도 없다. 예전엔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 유일하게 옥탄가 정보 제공하는 정유사는 S-Oil 하나다. S-Oil 홈페이지가 아니라 S-Oil 보너스 카드 홈페이지에서 주유소 찾아서 보면 해당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의 옥탄가 정보를 볼 수 있다. 여튼 국내법 기준으로는 이렇다. S-Oil의 경우 대부분 RON 100~101 정도다.

법적 기준
일반유: RON 91 이상 94 미만
고급유: RON 94 이상

그런데 실제 판매되는 국내 휘발유는
일반유: RON 91~92
고급유: RON 99~100
다고 하더라. 

실제 판매되는 국내 휘발유에 대한 정보는 누가 어디서 어떻게 조사했는지 모르겠지만 정유사에서 정보를 제공 안 해주니 뭐 알 수가 있나. 유투브에서는 각 정유사의 고급유를 갖고 와서 옥탄가를 조사해본 콘텐츠도 있던데 공인된 시험방법이 아니기 때문에 신뢰하기는 힘들다. 어디서는 RON 97~98 정도라고 하기도 하고, 어디서는 RON 100~101 이라고 하기도 한다. 여튼 이렇게 정확하게 확인이 안 되다 보니 카더라 통신으로 옥탄가에 대해서 많이들 알고 있는 부분 두 가지가 있다.

일반유는 S-Oil이 가장 좋다.
고급유는 현대오일뱅크가 가장 좋고, SK엔크린이 가장 안 좋다.

예전에 S-Oil이 주목받은 적이 있었다. S-Oil의 무연 휘발유는 고급 휘발유 수준이라고. 나도 그렇게 들어서 당시까지만 해도 전혀 이용하지 않았던 S-Oil을 이용하기도 했었지. 그 때 당시는 또 다른 정유사에 비해서 S-Oil이 저렴하기도 했었고. 뭐랄까. 다른 정유사에 비해 주유소 수도 적고 브랜드 밸류도 낮다보니 높은 품질에 낮은 가격으로 차별화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S-Oil 옥탄가 정보 보면 그렇지도 않더라고. 마찬가지로 고급유도 정보가 있으면 비교해볼텐데 그러지를 못하니 카더라 통시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듯.

미국

미국은 옥탄가 수치로 휘발유를 판매하고 있다. 87(Regular), 89(Plus), 91(Super or Premium), 94(Ultra). 다만 우리나라와 다른 단위를 사용하고 있다. RON이 아니라 AKI.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쓰는 RON으로 환산하려면 +4~5 정도 해야 한다. 그래서 Regular 즉 일반유를 보면 87+4~5=91~92. 결국 비슷하다. 다만 고급유의 단계가 다양하다는 게 특징. 이렇게 옥탄가 수치로 제공해주면 좋을 듯 싶은데.

고급유 차량에
일반유 넣으면?

 

내 차를 사례로 들어보자. 권장사항 RON 98, 부득이할 경우 RON 95 이상. 둘 다 고급유에 해당한다. 이런 고급유 차량에 일반유 넣으면 어떻게 될까? 지금까지 설명한 걸 적용해보자. 엔진은 RON 98로 셋팅되어 있다. 그런데 고급유가 아닌 일반유 RON 92를 넣게 되면 98이 될 때까지 혼합기(공기+휘발유)가 폭발하면 안 되는데 92가 되는 시점에서 폭발하게 된다. 이게 바로 노킹이다. 왜 노킹이라고 부르냐면 이런 이상 폭발로 인해 엔진에 무리가 가게 되면 쇠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고 그렇게 부르는 거다. 그렇다고 고급유 차량에 일반유 넣으면 그런 소리가 바로 나느냐? 그렇진 않다. 엔진에 지속적으로 무리가 가게 되면 나는 거니까. 또 그렇게 소리가 나도 고급유 넣어주고 그러면 그런 소리 안 나기도 한다.

또한 요즈음은 기술의 발전 덕분에 노킹 센서가 있어서 노킹이 일어나면 즉 적정 시점 이전에 폭발하게 되면 이를 감지해서 엔진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한다. 이래서 고급유 차량에 일반유 넣어도 아무 문제 없더라 하는 소리가 나오는 거다. 다만 출력과 토크가 줄어든다. 즉 그 차가 가지고 있는 능력치를 십분 활용하진 못한단 얘기다. 왜? 높은 온도와 압력에서 폭발해야 되는데, 그보다 낮은 온도와 압력에서 폭발하니까 그 차가 갖고 있는 최대치를 쓰지 못한다는 거지. 그러니 같은 연료를 써도 그만큼의 힘은 못 내니 효율은 떨어지는 거고, 이는 연비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연비야 사실 어떻게 주행하느냐에 따라 크게 차이가 안 날 수는 있어도 그게 누적되고 누적되다 보면 연비가 안 좋아진 게 수치적으로 나올 수 밖에 없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유류비가 적게 나간다는 건 또다른 문제다. 연비가 안 좋아져도 일반유가 고급유보단 싸니까 일반유가 더 경제적일 수는 있거든.

그래서 나름 내가 정리하자면,

고급유 차량이라도
얌전하게 운전하고 다니면서 가끔씩 좀 달리고 싶다면, 일반유 넣어도 무방
내 차가 가진 힘을 온전히 쓰고 싶다면, 고급유 넣길

노킹 센서로 문제가 안 생긴다고 하더라도, 고급유 차량에 지속적으로 일반유 넣게 되면 ECU 셋팅이 달라져서 마력이 떨어질 거다. 참고로 예전에 몰던 렉서스 IS250 F-Sport의 경우 RON 95 권장이었는데, 매뉴얼에도 옥탄가 낮은 휘발유 쓰면 마력에서 손해볼 거라고 되어 있던 게 생각나네. 그리고 고급유 차량에 일반유 넣다고 바로 좋아지진 않는다. 아직 잔여 일반유가 남아 있어서 그런 거일 수 있으니 계속 고급유 넣고 다녀야 어느 순간에 고급유에 맞게 ECU 셋팅이 달라지게 되는 거지.

그리고 고급유라는 게 일반유에다가 이것 저것 첨가된 거라 일반유에다가 고급유 섞어 넣어도 상관없다. 그래서 고급유만 넣고 다니다가 기름은 다 떨어져가는데 주변에 고급유 판매하는 주유소가 없으면 일반유 어느 정도 넣고 달리다가 고급유 넣으면 된다. 그럴 거 같으면 고급유 있을 때 일반유 넣는 게 더 낫지. 그냥 일반유로 달리는 거 보다 고급유랑 섞이면 좀 더 나으니까.

일반유 차량에
고급유 넣으면?

 

이번엔 반대다. 일반유 차량에 고급유 넣으면 뭔가 좋아질까? 고급유가 일반유에 첨가물이 들어간 거다 보니 일반유보다 좋으면 좋았지 안 좋진 않을 거겠지만, 출력이나 연비나 그런 면에 있어서는 별 차이가 없다. 왜냐면 이미 차량 자체가 일반유에 맞게 셋팅되어 있으니까. 

내가 이용하는 주유소 휘발유

 

그럼 나는 고급유 차량에 고급유 쓸까? 일반유 쓸까? 고급유 쓴다. 페라리나 람보르기니에도 일반유 넣고 아무 이상 없다는 사람 많은데 굳이 고급유를 쓰는 이유가 뭐냐? 한 번에 기름 가득 넣으면 고급유랑 일반유 차이가 1만원 정도 수준이다. 그렇게 한 달에 5번 정도 넣는다 하면 5만원 차이다. 1년이면 60만원이긴 하지만 그 정도는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다. 예전 차도 고급유 권장(RON 95) 차량이었다. 그러나 처음에는 고급유 넣다가 나중에는 일반유 넣었거든? 왜냐면 고급유 넣어도 그 차는 달리는 재미(?)를 만끽하게 해줄 수 있는 충분한 차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러나 지금 차는 그렇지 않거든. 그래서다.

이런 얘기를 들은 적 있다. 페라리 타는데 일반유 넣고 타도 아무렇지 않고 잘 타고 다닌다고. 말했듯 문제는 안 생기겠지. 마력수는 필히 떨어지고, 연비가 안 좋아질 수도 있고. 페라리를 하차감 때문에 타는 거라 그 차가 가진 최대 출력 아니라고 해도 워낙 고출력 차니까 어느 정도 출력까지 내면 그만이고 하차감 때문에 타는 거일 수도 있겠지만, 그 정도 고가의 차량 몰면서 연비 걱정하고 기름값 걱정한다는 건, 내가 볼 때 아버지 회사 법인 리스로 산 차가 아닌가 싶다. 본인 명의의 법인 리스였다면 유류대도 법인으로 처리했겠지. 아무리 내가 합리적인 사고를 한다고 하더라도 쓸 돈은 써야 한다 생각한다.

내가 이용하는 주유소는 현대오일뱅크 장항IC셀프주유소다. 여기를 이용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고급유 중에 가격이 싸서? 아니다. 현대오일뱅크는 울트라카젠이라고 해서 RON 102 휘발유를 몇 년 전에 직영점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여기는 현대오일뱅크 직영점이고.(일산에선 기름값 가장 싼 데가 동국대학교일산병원 가는 길에 있는 주유소들이다. 거기에도 현대오일뱅크 있는데, 거긴 직영점이 아니다.) 물론 S-Oil은 옥탄가 공개하니 RON 100~101 정도라 문제없다. 그런데 현대오일뱅크 바로 전에 있는데 현대오일뱅크보다 가격이 비싸다. 여기 직영점은 셀프주유소라 인건비 안 들어가니 싼 듯. 

인근에 SK주유소도 있는데, 여기는 현대오일뱅크보다 리터당 60원이 더 싸다. 가격대가 달라. SK는 1700원대, 현대는 1800원대(글 작성 시점 기준) 그래도 현대오일뱅크를 이용하는 이유는 SK는 정보 공개를 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카더라 통신 얘기도 있어서 그렇다. 우리나라 법 기준이 RON 94 이상이니 사실 RON 94 이상이면 그게 불법은 아니잖아. 그래서 RON 95~97 정도의 고급유를 팔 수도 있는 거고 말이다. 그래서 현대오일뱅크 이용하는 거다. 만약 인근의 S-Oil이 더 싸지면 거기는 이용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지.

물론 가격 검색해보면 더 싼 데 있겠지. 현대 직영점이라고 해도 말이다. 그런데 매번 그런 거 찾아보기 귀찮다. 그래서 요즈음에는 항상 일산 들어올 때 게이지 보고 미리 가득 채워둔다.

고급유 차량인데,
주변에 주유소가 없다면?

 

그래도 서울/경기 지역에는 고급유 주유소가 많은 편이지만 장거리 운행하다 보면 주변에 눈씻고 찾아봐도 고급유 주유소가 없을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고급유는 미리 미리 채워두는 게 좋긴 한데, 부득이한 경우라고 하면, 고급유 다 소진되고 나서 일반유 넣는 거보다는 고급유가 어느 정도 있을 때 일반유를 넣는 게 낫다. 고급유가 일반유에 첨가물 더한 거기 때문에 일반유 넣으면 희석이 되어 별 문제가 없고 고급유 다 쓰고 일반유 넣어서 타고 다니는 거보다 섞어 쓰는 게 그래도 낫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