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회사에서 지급받았던 맥북 에어는 내가 CMO 사임하면서 반납하고, 원래 쓰던 맥북 프로 쓰니까 노트북을 바꿔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맥북 프로 쓴 지가 9년 가까이 되니 뭐 바꿀 만 했지. 마침 맥북 프로 M3가 나왔는데 블랙이 똻! 이거 사야겠다 해서 이거랑 깔맞춤하려고 아이폰도 12 mini 화이트 팔아버리고 15 pro로 변경한 거다. 나 아이폰 12 mini에 전혀 불편함 없었던 사람인데 말이지. 그렇다고 내가 직전 버전의 아이폰을 쓰던 것도 아니잖아. 12에서 15로 변경한 거면 변경할만 하잖아? 여튼 그런데 왜 나는 맥북 프로 M3가 아니라 레노보 씽크패드를 샀을까?
맥북 프로 M3 Pro vs 씽크패드 X13 Gen 2
MacBook Pro M3 Pro vs ThinkPad X13 Gen 2
나는 맥북 프로 스페이스 블랙 색상을 원했기 때문에 M3 Pro 칩이어야 했다. M3 Pro 칩 이상에서만 스페이스 블랙 색상이 나오니까. 그리고 CPU는 뭐 지금 쓰는 맥북 프로가 9년 전 꺼라(그 때도 CTO 버전으로 CPU, RAM 다 업그레이드 해서 구매했다.) 어느 것을 사든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좋으니 11코어나 12코어나 매한가지긴 해서 11코어로 생각하고 있었다. 근데 이게 참 웃긴 게 왜 M2 Pro보다 성능 코어는 적은 건지 모르겠다만, 다 이유가 있겠거니 하고 그냥 패스했다.
메모리 18GB. 생소하다. 16GB는 들어봤어도 18GB는 처음 들어보네. 여튼 이건 업글해야겠다 해서 보니 36GB 업글하는데 비용이 54만원이다. 헐. HDD 512GB. 기존에 쓰던 게 512GB이고 나는 용량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면 나는 바로 바로 정리해버리기 때문에. 그래도 영상 작업(유투브 때문에) 할 때는 용량이 좀 모자라더라. 해서 1TB로 업글하려고 보니 27만원 추가. 거 참 나. 뭔 옵션 비용이 이렇게 들어가는지. 이렇게 하니까 400만원 넘는다. 아무리 달러가 강세라고 해도 이건 좀.
그래서 이 참에 맥 버리고 윈도우로 갈아탈까 해서 살펴봤다. 그러다 출시한지 얼마 안 된 레노보 씽크패드 Z13 Gen 2를 보게 된 거고. 마침 블랙 프라이데이라 가격도 다운되어 있고, RAM이나 HDD 업글해도 그렇게 비싸지가 않더라. 처음에는 레노보 X1 카본을 고려했다가 Z13 Gen 2를 선택한 건, 비즈니스 노트북으로 그래도 수트에 잘 어울릴 거 같아서 그랬던 거. 내가 돈이 많으면 맥북 프로 샀겠다. 근데 서민인지라. 9년 전에 300만원 들여서 맥북 프로를 샀지만, 지금 400만원을 들여서 맥북 프로 사기는 좀 비싸다는 생각에서 말이다.
씽크패드 Z13 Gen 2
ThinkPad Z13 Gen 2
구성품이다. 어댑터는 기본 어댑터가 아니라 65W USB-C 슬림 어댑터로 업글해서 주문했다. 근데 처음 봤을 때 들었던 생각 두 가지. 첫째, 가볍다. 둘째, 작다. 13인치라고 해도 내가 들고 있는 맥북 프로 13인치에 비해서도 작다. 넘 작은데? 뭐 그런 생각이 들었던. 마치 패드같은 느낌이었다.
내 맥북 프로 위에 올려놓으니 이렇다. Gen 1에서는 가죽 질감의 소재더니 Gen 2에서는 브론즈 알루미늄이 섬유 질감의 소재다. 사진으로만 보다가 실제로 보면 어떨까 했는데, 내 취향은 아니다. 나는 차라리 블랙의 가죽 질감이 더 낫다고 본다. 특이하긴 하지만 그래.
빨콩은 여전하네. 예전에 이거 잘 쓰긴 했었다. 그 때도 슬림한 씽크패드였는데. 당시 쓸 때 가장 얇았던 씽크패드 썼었다. 일단 노트북은 가벼워야돼. 내 지론이다. 왜냐? 내가 마이크로소프트 공인 강사하던 시절에 들고 다녔던 삼성 노트북이 3kg인가 했거든. 진짜 어깨 빠지는 줄 알았다. 그 이후로는 무조건 가벼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씽크패드는 지문키가 방향키 옆에 있다. 근데 지금 1주일 넘게 사용하고 있지만, 이거 사용 안 한다. 얼굴 인식 사용한다.
겉에 ThinkPad 새겨뒀으면서 꼭 안에까지 ThinkPad 남겨놔야했냐!
돌비 애트모스. 근데 나는 귀는 별로 안 민감해서. 막귀라 소리가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만 잘 들리긴 하더라. ㅎ CPU는 AMD RYZEN 7 PRO 7840U 프로세서다. 이건 업그레이드 해서 선택. 근데 이런 딱지 안 붙여주면 안 되겠니?
그 외에 RAM은 32GB로 업글, HDD는 1TB로 업글, 디스플레이는 13.3인치 WQXGA+로 업글(터치 OLED, 반사 방지, 얼룩 방지, 400니트, 로우 블루라이트) 정도다. 모니터는 터치가 되니까 편한 부분이 있긴 하더라.
Windows 11 Pro
오랜만에 보는 윈도우다. 9년 만에 윈도우 써보네. 윈도우 11은 괜찮을라나 싶다. 아. 나는 프리 도스 버전으로 샀다. 즉 윈도우 설치된 노트북이 아니라 아무 것도 설치되어 있지 않은 노트북을 샀단 얘기. 그래서 윈도우는 내가 직접 설치하고 셋팅했다. 셋팅할 때는 네트워크 연결 안 하고 설치하고 네트워크 설정하려고 보니까 헐 Wi-fi를 잡을 수가 없다. 하드웨어가 인식이 안 돼서 그런 듯. 드라이버를 다운 받아서 설치해줘야 된다.
나머지 드라이버는 레노보 사이트 들어가면 자기가 알아서 찾아서 설치해주더라. 이건 편하네. 윈도우 11 Pro 버전으로 설치했는데, 인터페이스 많이 좋아졌네. 그런데 오랜만에 윈도우를 쓰다 보니 불편하긴 하다. 이제 맥에 너무 익숙해져서. 창 닫으려고 하면 창의 오른쪽 위가 아니라 저절로 왼쪽 위로 마우스를 옮기고 있고, 한/영키 전환을 command + space로 하던 게 익숙하다 보니 한/영키 전환 때 매번 그렇게 누르는 등 9년 동안 익숙해진 맥북의 습관이 그대로 나와서 불편.
실사용기
맥에 너무 익숙해져서 그런지 불편하다. 어쩌면 윈도우만 사용하다가 맥 쓰면 불편한 것과 비슷하다고 해야하나? 그건 쓰다 보면 익숙해지겠지만 나는 이제 맥북 프로랑(아직까지 잘 쓴다.) 씽크패드 Z13이랑 같이 사용하고 있으니 이런 불편함은 곧 사라지겠지. 이건 별 문제가 아니라고 보는데, 확실히 맥이 낫긴 하다. 유저 인터페이스도 그렇고, 여러 모로. 나는 그런 생각이 드네.
그리고 내가 제일 이해가 안 가는 건, 사용하다가 랩탑 닫아버리면 자동 전환되는 모드인 슬립 모드에서 랩탑 열면 활성화되어야 하는데, 몇 번 활성화가 안 되는 경우가 생기더라. 이게 한 번이면 내가 이해하겠는데, 몇 번 그랬어. 물론 그랬을 때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만(뒷면에 조그만 구멍에 이쑤시개 같은 걸로 누르면 꺼진다. 그리고 다시 On) 이런 경우가 생기면 어떤 버튼을 눌러도 먹통이다. 파워 버튼을 오래 누르고 있어도 그렇고. 그냥 불빛만 깜빡 깜빡. 이건 도통 이해가 안 되네.
그리고 맥북 프로에는 매직 마우스2 쓰는데 이거 블루투스로 연결되는 거니, 씽크패드 Z13에도 연결시켜서 사용해봤는데, 못 쓰겠다. 스크롤링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해서 이거 나름 셋팅한다고 셋팅하는데도 안 되네. 이런 것도 좀 불편. 그래도 화면이 터치가 되는 장점은 있다만.
내가 맥에 너무 익숙해서 그런지는 모르곘지만, 그런 걸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확실히 맥이 좋긴 하다. 하드웨어를 만드는 데서 소프트웨어도 만들다 보니 최적화가 잘 되어 있는 듯. 사실 내가 소싯적에 마이크로소프트 공인 강사 아니었던가. 물론 이런 데스크탑 OS를 가르치는 강사는 아니고 서버용 OS를 가르치는 강사였지만, 확시히 윈도우 구려. 맥은 Unix 기반 아닌가. Unix 기반이라고 해도 쉘에서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정도로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가 잘 구현되어 있고, 안정적이고. 확실히 맥이 좋긴 하다.
그래서 결론. 돈 있으면 맥북 프로 사라. 근데 가격 차이가 2배 이상 난다. 즉 내가 원하는 사양의 맥북 프로 안 사면 씽크패드 Z13 Gen 2 두 대 사고도 돈이 남아.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