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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독서

어느 주식투자자의 회상

정말 오랜만의 독서다. 한동안은 책 안 산다고 e북만 보겠노라 했는데, 확실히 핸드폰에 넣고 다니니까 굳이 책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서 좋긴 하다만, 확실히 잘 안 읽게 되는 건 내 의지 탓인가 싶기도 하다. 여튼 이 책은 온라인 주문도 아니고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직접 산 책이다. 확실히 실물 책이 있다 보니 읽게 되는. 들고 다니기 귀찮아서라도 말이지. ㅎ 

 

동기
Motive

 

나는 책을 읽으면 경영학이나 인문학 관련된 책을 주로 본다. 경제학 책은 잘 안 봐. 봐도 행동 경제학과 같은 류를 좋아하곤 했지. 그렇다고 이 책이 경제학 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없다. 자서전적인 에세이라고 해야하지만 경제학으로 분류해둔 건 다루는 내용이 주식이다 보니 그런 거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이 나이 먹어서야 비로소 돈이나 재테크에 관심을 갖게 된 나라 선택했다. 주식을 한답시고, 방법론 관련 책이나, 최근에 잘 팔리는 책, 국내에서 성공한 투자가가 적은 책 이런 류는 관심 없다. 이유는? 책을 그래도 꽤 읽어봤던 내가 고르는 기준에는 안 맞아서. 뭐든 바이블이 될 만한 고전이 오래 남는 법이다. 그래서 선택한 책이 바로 '어느 주식투자자의 회상'이다.

 

제시 리버모어
Jesse Livermore

이 책은 제시 리버모어가 적은 게 아니다. 에드윈 르페브르라는 작가가 제시 리버모어의 얘기를 듣고 적은 책이다. 그러나 시점은 제시 리버모어가 얘기하는 시점으로 기술해두었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제시 리버모어가 직접 적었다고 하고, 대필 작가 이름을 작가로 하진 않는데, 좀 특이했다. 아무래도 투자가다 보니 책 팔아봐야 수익 얼마나 얻겠냐고. 그러니까 잘만 적어달라고 해서 그렇게 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근데 재밌는 건, 나중에는 본인이 직접 적은 책이 있긴 해. '주식 매매하는 법(How to Trade in Stocks)'라고. 그런데 이건 내가 볼 생각이 없다. 왜냐면 나는 주식보다는 다른 데에 관심이 있기도 하고, '어느 주식투자자의 회상'을 읽으면서 제시 리버모어가 주식을 했던 시절과 지금은 시장이 좀 다르기도 해서 말이다. 사실 내가 이 책을 택해서 읽은 건 투자의 바이블이라고는 하지만 어떤 방법론이 아니라 많은 투자가들이 바이블이라고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겠거니 했고, 여기서 나는 투자에 임하는 마인드 그런 걸 좀 엿보게 된 거 같다.

여튼 그럼 제시 리버모어(1877~1940)라는 인물은 어떤 인물인지 간단하게 살펴보면, 당시에는 지금과 같이 HTS가 없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호가를 칠판에 적었는데, 14세 때 호가판에 판서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주식과 인연을 맺게 되었고, 15세 때 2천만원의 수익을 거두면서 전업투자자로 나서 20세 때 2억의 수익을 거두고 1929년 대폭락 때에 공매도를 통해 2조 정도의 수익을 거두어내면서 '월가의 큰곰(Great Bear of Wall Street)'이란 별명을 얻은 투자가다. 그가 했던 매매법은 추세매매였고, 추세매매의 아버지라고 불리기도 한다. 

 

리뷰
Review

 

성공한 투자자들이 하는 공통적인 얘기들이 있다. 뭐 거의 다 나온다고 보면 된다. 책 속에서 얘기했던 그도 4번째 파산(실제로는 돈을 지키기 위한 전략적 파산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가족들 부양하기 위해서 필요한 돈을 지키기 위해서 파산 신청한 거라 보면 될 듯.)까지 한 거 보면, 투자라는 게 그리 쉽지는 않고 아무리 강조해도 사람이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이 세운 원칙을 100% 지키기 쉽지 않을 수 있을 거다. 본인은 지킨다고? 아니 -2% 손절이라고 하는데, -2.1%에 손절하면 그것도 원칙을 지키지는 않은 거다. 그러니 100%라는 말은 그렇게 함부로 쓰는 게 아니다. 순금도 99.99%인데. 

결국 투자에 임하는 마인드에 대해서 그의 파란만장한 경험담을 통해서 재미나게 엿볼 수 있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아무리 머리로 이해해도 가슴으로 이해하려면 경험이 필요한 법이고, 가슴으로 이해해도 손이 행동하기 까지는 경험 속에서 의지를 갖고 숙달될 수 있도록 반복해서 하는 수 밖에 없는 거 아니겠는가. 본인의 일대기를 통해서 얘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보니 술술 읽히는 편이다. 

뭐 유투브나 그런 거 보면 10~15분 되는 짧은 시간 내에 투자 마인드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그런 영상도 있지만, 책을 읽으면서 얻는 거랑은 좀 다르다. 그건 수학 문제 안 풀려서 답보고 풀면 풀리지만 답 안 보면 안 풀리듯, 답만 안다고 해서 능사는 아니거든. 적어도 책을 통해선는 그런 투자 마인드 이외에도 세력들이 어떻게 작전을 펼치는지에 대한 사례(물론 지금은 불가능한 작전도 보이지만) 등 여러 다양한 에피소드들도 있고, 그의 경험담을 통한 간접경험도 있으니 다를 수 밖에 없으리라 본다. 

앞으로는 경제학 관련된 책만 볼 생각인데, 한 권 한 권 바이블 같은 서적만 보면서 마음 다스리고, 뭔가 보여줄 만한 결과를 만들 생각이다. 물론 보여줄 만한 결과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나는 별로 얘기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단지 내가 이런 트레이딩을 하는 건, 일이라는 건 혼자서 하는 게 아니라 여럿이서 함께 만들어가야 되는 거기에 변수가 많지만 이 트레이딩은 오롯이 나 혼자서 잘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다. 대학교 때나 트레이딩할 껄 하는 아쉬움도 있고, 이걸 왜 이제서야 내가 깨달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그런 생각보다는 지금부터 잘 하면 된다는 생각 밖엔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