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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파묘: 곡성 류의 웰메이드 한국형 오컬트 무비

나의 4,114번째 영화. 개인 평점은 9점.

어느 날, 아버지께서 전화가 와서 영화 한 편 보자고 한다. 마침 약속이 있어서 응하지 못했지만, 아들이랑 영화 한 편 보고 싶어하셨던 거 같아, 이내 영화를 예매하고 아버지랑 아들이랑 이렇게 삼대가 함께 본 영화가 '파묘'다. 영화를 그렇게 즐겨 보시지는 않는데, 이 영화는 보고 싶다고 하셔서. 요즈음엔 아들도 많이 달라져서 할아버지랑 사이가 무척 좋다 보니 삼대가 함께 영화과에 간 건데, 역시나 아들은 보다가 잔다. ㅎ

일단 재밌다. 몰입감도 있어서 러닝 타임 2시간 14분 동안 지루하지도 않고. 개인적으로 오컬트 무비는 뻔하다는 생각에 선호하는 장르가 아닌데, '파묘'는 한국적이어서 오히려 뻔하지 않았던 듯. 외국인들이 보면 어떻게 느낄라나 궁금. 샤머니즘에 역사를 자연스레 연결시킨 것도 괜찮았던 듯. 사실 민족 정기를 뺏기 위해 일본이 쇠말뚝을 박았다는 설에 있어서는 이다 아니다 논란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할머니 돌아가시고서는 화장을 했는데, 이 때 할아버지 산소 파묘해서 화장하고 납골당에 같이 모셨었다. 아버지는 파묘 과정을 지켜보신 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영화를 통해 파묘 과정을 엿보는 재미도 있었네. 비록 샤머니즘이긴 하지만, 날을 따지고, 지켜야할 게 있는 게 다 이유가 있지 않겠나 싶다. 운명론이 아닌 개척론이라 하더라도 사주를 보는 데에는 이유가 있듯이. 그렇다고 해서 내가 사주를 맹신하는 게 아니지만 난 공부해보니 참고할 만한 부분은 있다고 느껴서 하는 소리다.

보니까 800만이 넘었던데, 그럴 만하다 생각한다. 천만은 훌쩍 넘길 듯. 간만에 영화관에서 재미난 영화 본 거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