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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눈물의 여왕 2화: 죽는 거 보다는 낫지

2화 보니까 딱 내 가치관을 잘 대변해주는 캐릭터가 있다. 바로 남주인공의 어머니. 두 대사가 나오는데, 하나는 "같이 사는 게 죽을 거 같으면 (이혼)하는 거여."랑 "해 결혼. 죽는 거 보다는 낫지" 왜 이 두 대사가 내 가슴에 와닿냐면, 나는 죽음이랑 항상 비교를 많이 해보곤 하거든. 공교롭게도 이 드라마 속 여주인공이 시한부 인생이라 그와 일맥상통하기도 하고 말이다. 왜 내가 죽음이라는 걸 많이 떠올리냐면 그보다 더 극단적인 건 없으니까. 아무리 친한 친구라고 하더라도 죽음과 바꿀 수 있는 친구는 없다. 그만큼 죽음이라는 건 무거운 단어다. 

그래서 남주인공이 죽을 거 같다고 하니까 그럴 거 같으면 결혼해라고 하는데, 그 때 가족들이 얘기하는 걸 보면 지극히 현실적이다. 서울대 법대까지 나왔는데 인턴이고 곧 백수가 될 사람이랑 결혼은 좀 그렇다, 그래도 우리 집보다는 못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둥. 나는 이런 얘기 저어~~~엉말 싫어하거든. 못 사는 사람들이 그런 거 더 따지는 거 같기도 하고 말이지. 본인이 가진 게 크다고 생각해서 그런 건데, 생각보다 주변에 많더라. 어떻게 해서든 아들 의대 보내겠다고 4수까지 시켜서 의대 보내고, 데릴사위로 장가보내고. 과연 자식 때문에 팔자를 피려고 하는 건지, 자식의 행복을 위해서 그런 건지 도통 이해가 안 가. 그래놓고 자랑이란 자랑은 하고 다니는 꼴이 정말 꼴불견.(내 친구 얘기다.)

여튼 마찬가지로 이혼하려고 한다는데 다른 가족들은 다 현실적인 얘기를 한다. 상대가 재벌이기 때문에. 그런데 유일하게 어머니만 그런 얘기를 한다. 같이 사는 게 죽을 거 같으면 이혼하라고. 그러니까 그만큼 힘들면 그게 답이라는 걸 얘기하는 거다. 나도 그런 생각 많이 하거든. 죽는 거 보다는 낫다는 생각. 그런데 감정에 치우치면 참 희한하게 그런 이성적 판단은 전혀 안 든다. 왜 날 이렇게 힘들게 하나 하는 생각 밖에 안 들고. 이별하고 나면 더 힘들어지는데.(나는 전혀 안 힘들어할 거 같다는 착각을 했었고, 과거의 경험에 그런 경우가 없었으니 그랬을 수 밖에 없었고)

좋지 못한 관계를 극복하려면 쌍방이 노력해야 한다. 단방향으로 노력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그런 게 엇나가고 반복되고 지속되다 보면 지치게 되고 어느 순간에는 다 놓아버리게 되고. 상대보다는 나를 먼저 생각하게 되고. 근데 사실 세상에 딱 맞는 사람은 없다. 안 맞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을 만나도 매한가지라는 얘기. 이 사람은 이게 안 맞아서 헤어졌지만 다른 사람은 이건 잘 맞아도 다른 게 안 맞을 수 밖에 없다. 무엇을 더 중요하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뿐. 


이 드라마는 재미난 게 일반적이지 않아서 좋은 거 같다. 대부분의 한국 드라마는 결과가 보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건 좀 다르다. 캐릭터 또한 남녀가 뒤바뀐 느낌이기도 하고. 그래서 보는 재미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캐릭터에 김지원이 좀 안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나는 '나의 해방일지'에서의 김지원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