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지인 중에는 똑똑한 사람이 아니면 대화가 잘 안 된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 그 지인의 딸도 멘사이기도 하고 MBTI는 나랑 같은 ENTJ다. MBTI가 신뢰할 만하다 이런 애기를 하는 건 아니지만, 참조할 만한 부분은 있더라. 혈액형과는 다르게 말이지. 근데 그 지인한테 간만에 연락이 왔다. 알고 보니, 어머니가 아프셔서 간병하러 고향인 부산에 내려가 있다는 거다. 심적으로 힘들었던 상황이었는데 그래도 간병한 노력 덕분인지 호전되어 조금은 나아지셨다는.
그 지인이랑 대화를 하면 편하다. 뭐랄까. 아 하면 아만 이해하는 게 아니라 그 다음도 이해하니까. 게다가 솔직하고. 그러다 보니 서로 상대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빨리 파악하고. 이해도 쉽게 되고. 그래서 편하다. 본인도 본인이랑 대화가 되는 사람이 주변에 많이 없다고 그러는데 그 중에 하나가 나라고 하면서. 근데 최근 들어 이 지인과 대화를 하면서, 내가 지적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이유는 가르치려고 드니까.
가르칠 필요가 있는 건 가르쳐도 된다. 근데 내가 이런 저런 얘기하고 나면, 어 그래 나 다 알아는 식으로 얘기하면서 개나 소나 다 얘기하는 맞는 말을 하니까. 맞는 말이야 누구나 하고 그걸 몰라서 그러는 건 아니지. 근데 그렇게 얘기하는 건 우월의식이 다분히 깔려 있어서 그런 거거든. 그래서 그런 부분을 따끔하게 지적하고 왜 그렇게 얘기하는지, 왜 반복되는지 얘기했던 거다. 원래는 안 그랬었으니까.
근데 중요한 건 지인이 그렇게 했고 내가 그렇게 지적했다는 게 아니다. 내가 이성적으로 근거를 제시하고 얘기하면 솔직하게 인정하는 점이다. 아 그렇네. 내가 미안하다. 이성에 기반한 대화는 이래야 한다. 잘못된 걸 지적하면 고집을 피우는 게 아니라 인정하면서 사과를 하고 그러면서 또 개선을 해나가야 되는 거다. 그래서 싸울 일이 없다. 오히려 내가 지적하니까 웃으면서 인정하더라. 확실히 좀 이성에 기반한 사고를 하는 사람, 똑똑한 사람과의 대화는 편하다.
내가 한동안 대화를 피하고 회피를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건 이성적인 대화를 하려고 해도 대화가 안 되니까 그런 거였고 그게 사실 참 많이 힘들었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데, 화제를 또 다른 문제로 돌리고 네버 엔딩 스토리가 되는. 이미 얘기했던 부분인데 또 다시 리마인드 되어 같은 얘기를 반복해야 하고. 나는 정말 많이 힘들었었다. 그러니까 피하게 되는 거고. 지인과 통화를 하면서 불현듯 생각이 나더라. 왜 내가 그렇게 힘들었었는지.
이제는 좀 알 거 같네. 확실히 이번에 부산 다녀와서는 많이 비워서 그런지 이성적인 된 거 같다. 문제를 좀 객관화시켜서 보게 되는.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말이지. 그게 원래 내가 아니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