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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강하면 부러진다

아래 글은 Jan 07, 2002 에 쓴 글이다. 기존 홈페이지에서 옮겨둔다.

강하면 부러진다는 말을 참 많이 한다. 아니 누구나 알고 있다. 그리고 난 그런 소리 무척 많이 듣는다. 대나무가 되라. 휘어져도 다시 서는 대나무가 되라는 말. 강하면 부러진다는 말. 아버님으로부터는 오래 전부터 들어왔었고, 절친한 친구인 욱향이형(과선배)도 그랬고, 누구든지 그렇게 알고 있는 이 사실. 강하면 부러진다. 여기에 내가 한 마디 하고 싶다.

며칠 전 봤던 '이어 오브 드라곤'(미키 루크 주연)의 영화의 대사가 생각난다. 미키 루크의 절친한 친구가 미키 루크한테 그런다. 강하면 부러진다고 그러자 미키 루크가 그런다. '부러지면 되지. 겁안나' 그러면서 스치는 생각들. 아무것도 아닌 영화의 대사였다. 그런데, 갑자기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된 대사 한 마디였다. 영화의 힘이라는 것이 이런 것일까? 그리고 생각을 정리했다. 강하면 부러진다는 것에 대해서...

난 이렇게 생각한다. 그건 일반적인 얘기다. 자 그럼 위의 상황과 같은 경우 단지 영화라 할 지라도 내가 그 대사를 되뇌이며 생각하게 된 이유는 바로 다음과 같다. 소신있는 놈. 그래.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로 밀어붙이는 소신있는 놈으로 생각되었기(적어도 나에게는) 때문이다. 그래서 계속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그 어떤 누구가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한다면 이런 얘기들을 해 주고 싶다.

자신의 스타일을 가진다는 것은 정말 중요한 것이다. 자신은 자기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연예인들을 보라. 이쁘다고 다 연예인 되는 것 아니며 이쁘다고 다 최고 스타가 되는 거 아니다. 만들어지는 거다. 아니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만큼 스타일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은 자신을 가꾸어 나가고 자신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경영자는 포용력이 있어야 된다. 즉 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그게 진리인양 생각이 들 지도 모르겠다. 내가 생각할 때는 이 말은 황소 똥(Bull Shit)이다. 왜냐면 맥은 그게 아니다. 맥은 강한 자가 리더면 유한 자가 참모가 되어야 하고 유한 자가 리더면 강한 자가 참모가 되어야 된다는 것이 맥이다. 리더 혹은 경영자가 포용력을 가져야 된다는 것은 누가 지어낸 이론인지 몰라도 보편적인 진리가 될 수는 없다. 경영자가 가져야할 모습이 강한 것 보다는 유한 것이 보기가 좋은 모습이랄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는 매스컴이 그러한 모습을 만들어 내기에 그렇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잭 웰치를 보자. 그 사람 무지하게 강한 사람이다.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그냥 사람들 칼같이 정리하고 추진력 강한 세계 최고의 경영자로서 손꼽히는 그다. 그는 강한 사람이다. 결코 유한 사람이 아니다. 허나, 매스컴에 비춰지는 그는 강한 모습이 아니다. 유한 모습이다. 왜냐? 당연한 거 아닌가? 당연히 나라도 일에 있어서는 추진력있고 결단력있고 밀어붙이는 성격의 강한 사람이라도 비즈니스가 아닌 것에서는 얼마든지 유할 수 있다. 그것은 또 당연히 그렇게 된다. 왜냐면 일에 있어서는 너무나도 강했기에 상대적으로 다른 것에서는 유할 수 밖에. 즉, 매스컴이 그렇게 보여지게 만든데 기여를 했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내가 세미나 때나 잘 얘기하듯이 우리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들을 너무 많이 모르고 잊고 살고 있다. 어떠한 말의 뜻을 생각해 보지도 않고 그 말이 직감적으로 맞다라고 생각하면 맞다라고 느낀다. 꼭 경영자가 포용력이 있어야 한다. 경영자는 유해야 한다는 것 처럼 말이다. 강하면 부러진다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작년도에 난 부러져 봤다. 쓰라리게 부러져 봤다. 부러지는 것이 무엇인지 뼈저리게 느껴봤다. 울분에 받쳐서 흐느껴서 울어도 봤다. 원없이 울어도 봤다. 허나, 부러진다는 것! 부러질 수 있다는 것! 그것 자체만으로 나는 의미를 두고 싶다. 부러진다는 거, 부러질 수 있다는 거 그게 중요한 거다. 그만큼 스타일이 강하다는 것이고 그만큼 자신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가 아닌가?

사람의 스타일이라는 것이 무슨 나무에 비유할 만한 것이 되는가? 부러지면 붙이지 못하는가? 그럼 일어날 수 없는가? 봄에 나는 새싹은 모진 풍파에는 견뎌내도 사람이 짓밟으면 그 싹을 피울 수가 없다. 허나, 그게 이거랑 무슨 상관이 있는가? 그럼 강한 사람이 부러지면 그럼 다시 일어설 수 없다는 말인가? 부러지면 어떠냐? 인생이라는 것이 항상 좋을 때만 있는 것도 아니고 좋을 때가 있으면 안 좋을 때도 있는 법인 것을...

강하면 부러진다. 그래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그만큼 자신의 스타일을 지켜나간다는 것. 그리고 강하더라도 풀어나가는 방식에 있어서는 유한 방법을 취할 수도 있다는 것.(나는 이것을 부러진 가지를 다시 유한 약으로 붙이는 것이라 표현하고 싶다. 허나, 그 약은 너무나도 유하지만 강한 것을 메꾸고 붙이기에 적합하고 나머지 강한 부분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약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더욱더 중요하고 진리라고 생각되는 것은 부러져도(쓰러져도) 다시 붙일 수(일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부러져도 좋다. 얼마든지. 허나, 부러져도 다시 붙이고 더 단단해만 진다면 얼마든지 부러져도 좋다. 그게 내가 찾은 답이다.

세상을 살면 살수록 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에 있어서나 헤쳐나가는 방법에 있어서 정답이라는 것은 없다. 항상 자신이 답을 찾아야 하고, 선택을 해야할 뿐이다. 그러면서 좀 더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답을 자신의 인생에 맞는 답을 찾을 뿐이다. 어떠한 이론이든 어떠한 이 세상의 진리든 무조건적인 수긍보다는 자기것화 시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선조들의 경험치로 내려진 결론이라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보다는 내 것화 시키는 것 그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작년 한 해 부러지면서 많은 생각을 해보고 많은 것들을 깨우친 한 해였다. 강해서 될 때가 있고 안 될 때가 있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작년에 나는 부러져 봤기에 강하면 부러진다는 것이 진리인 양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제는 객관적이 되었다. 주관적인 감정에 치우쳐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냉정하게 생각해 보고 내린 결론은 이거였다. 부러져도 좋다. 더욱 단단하게 붙이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