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어머니 돌아가신 친구다. 내려가려고 했는데, 여건상 오버인 거 같아서 그냥 부의금만 보냈었지. 중학교 3학년 때 같은 반이었으니 보자 33년된 친구네. 참. 술 먹고 가끔씩 내 생각이 나는지 이번에도 연락이 왔다. 글쎄. 중학교 3학년 때까지는 나랑 공부로는 비등비등했던 친구였는데, 고등학교 올라가서는 나는 사실 논다고 공부를 안 했고, 그 친구는 성적이 잘 안 나왔던. 지금은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다.
나는 나를 나름은 객관화해서 보려고 노력하지만, 어렸을 때는 그걸 못했던 부분도 있지. 그러니까 나는 할 수 있다 하고 했지만 내가 잘 안 되는 것을 그냥 하고 싶다고 했던 그런 것들. 그런 게 경험적으로 쌓이면서 좀 노련해지게 되었던 거 같고. 사람은 변하지 않지만, 경험을 통해서 좀 성숙해질 순 있지. 그래도 가끔씩 나를 오래동안 봐왔던 친구들을 통해서 이런 저런 얘기 듣다 보면 내가 그랬나 싶은 그런 생각이 들곤 한다.
나는 내 인생을 후회하지 않는다. 물론 내가 생각한 만큼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본다. 그 때로 돌아가도 나는 그러했을 거라는 생각이 드니까. 어쩌면 그게 내 팔자(?) 운명(?)이라고도 생각하고. 친구한테도 나도 내가 뭐 되는 줄 알았다. 근데 아니더라. 내 팔자가 이거 밖에 안 되는 거 같다고 그랬지. 그러면서 그래도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고. 그런데 친구랑 대화하면서 느낀 거는 대부분은 그렇게 살지 않는다는 거.
그러니까 나는 항상 내 삶을 내가 결정하고 살아왔던 거 같다. 그게 힘든 과정이 되었을 지언정. 대부분은 환경에 여건에 휘둘리는데. 친구가 그러더라. 나는 어렸을 때부터 아니다 싶으면 죽었다 깨어나도 아닌 거고, 안 한다 하면 죽었다 깨어나도 안 한다고. 그러니까 대부분은 그렇게 살지 않는데, 나는 내가 인생을 선택해서 살았기 때문에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해볼 거 다 해보고 그러니까 후회하지 않는 거라고.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 주 전에 나한테 옷하러 온 내 오랜 고객이 있는데, 그 어린 친구도 그러더라. 대표님은 참 멋지게 사는 거 같다고? 내가? 나 또래 애들보다 돈도 없고 요모양 요꼴로 사는데? 근데 한다는 소리가, 대표님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잖아요. 그게 멋진 거 같다고. 그래?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나? 그렇게 보이나? 음... 그래도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이렇게 얘기를 하는 거지만 나를 싫어하는 사람은 또 완전 반대로 얘기하겠지?
그냥 이런 저런 생각이 들더라. 사람이라는 게 자기 편에서 자기한테 좋은 얘기해주면 그거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 반대로 자기 반대편에서 자기한테 싫은 얘기해주면 그거 좋아할 사람이 있을까? 다만 나는 좋든 싫든 아닌 건 아닌 거고, 긴 건 긴 거라는 입장이라 적어도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는, 내 삶을 오래도록 지켜본 이의 얘기다 보니 내가 그런가 하는 생각을 한 번 즈음 해보게 되더라.
나는 지금의 내가 좋다. 내가 좋다는 게 아니라, 그냥 지금의 상태가 좋다. 다만 나도 내 나이에 책임을 져야할 나이를 훌쩍 지났으니 좀 안정적인 걸 추구하게 되었다는? 그러니까 보수? ㅎ 그런데 우리나라의 보수는 보수가 아니잖아. 친구랑 정치애기 잠깐 하다가 친구가 그러더라. 넌 극진보잖아. 항상 변화를 추구하고,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극진보. ㅎ 그래 그런 기질은 다분히 있었다만. 나이 들고서는 그러고 싶지를 않네. 내 깜이 안 돼.
그래도 내가 뭔가 되지 못한 부분을 좀 안타까워하는 친구니까 그렇게 좋게 얘기해주는 거지. 그 친구는 한때는 나를 못 이겨서 안달인 적도 있었는데, 나이 들면서는 달라지더라고. 뭐랄까. 본인이 살면서 겪는 경험들 속에서 만약 나였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던 거 같다. 그러다 보니 나란 놈이 어떤 놈인지를 그 친구는 그렇게 보고 있는 거고.
어렸을 때부터 그런 얘기를 많이 들어서 나도 그런 줄 알았다만, 그렇진 않은 거 같다. 다만 나는 그렇게 살고 싶은 생각은 없다. 물론 수많은 기회 속에서 내 이익만 생각했다면 또 달라질 수 있는 부분도 분명히 있었겠지만 그게 되는 사람이 있고 안 되는 사람이 있는 거다. 그래서 나는 별로 누군가를 부러워하지도 않고 그냥 내 삶에 만족한다. 만족이라고 하는 거 행복이라고 하는 거는 그냥 내 마음 속에 있는 거다. 누군가 비교하고 어떤 잣대를 들이미는 거 그게 결국 불행의 시작일 뿐.
그래도 나는 살면서 누군가로부터 내가 잘 되기를 바라는 진심을 많이 전해들었던 거 같다. 어떻게 보면, 대리만족을 느끼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본인은 안 되지만 나는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러나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결국 나도 실패했다. 별 볼 일 없는 놈이니. ㅎ 내가 뭐가 된다 그런 생각을 갖게 되면 사람이 이상해지는 거 같다. 그건 예전에 깨달은 바고. 그냥 다 자기 깜냥이 있다. 실력이 있다고 돈 많이 버는 거 아니고, 돈 많이 벌었다고 그게 대단한 것도 아니다.
다 자기 삶이라는 게 있는 거니까, 비교할 필요 없고, 주체적으로 삶을 살면, 돈을 많이 벌든 못 벌든 그건 큰 의미라고 볼 순 없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나는 그래도 행복한 거 같다. 물론 지금 느끼는 행복이 또 어느 순간에 불행으로 바뀔 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의 숱한 경험들을 통해 불행이라고 하는 것도 다 마음 먹기 나름이더라. 불행하다 생각하면 불행해지는 거거든. 사람 사는 게 우여곡절이 있고, 희노애락이 있는 법. 그게 평생가지는 않으니 일희일비하지 않으면 되는 걸.
그냥 주어진 삶에 만족하면서 부릴 욕심만 부리고(부릴 욕심 안 부리면 그건 바보되더라) 행복하면 되는 거다. 평범한 삶이 제일 힘들다고 하는데,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건 남하고 비교해서가 아닐까? 내가 아닌데 왜 비교를 하지? 갈 길이 다른 건데 말이지. 그렇다고 친구보고 하는 소리는 아니다. 그냥 친구랑 대화하다가 드는 생각이라 끄적댄 것일 뿐. 그래도 나는 죽기 전에 해결해야할 과업 하나는 있잖아? 아들. 그것도 차근차근 해결해나가면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