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일 때문에 주말이 없었던 듯하다. 내가 맡은 일이 경영이다 보니 일이야 한도 끝도 없이 많지만, 각 파트별 중간 관리자를 키우는 게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다. 그래도 내가 할 줄 아는 일들의 범위가 다양하다 보니 일의 능력을 평가하거나, 자질이 되는 사람을 키우거나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좀 남다른 면이 있긴 해서 그래도 중간 관리자들을 키워가면서 체계를 잡아왔었는데, 그런다 해도 문제가 안 생기는 건 아니거든.
최근에 바빴던 건 원장 면접. 나는 생각이 그렇다. 적합하지 않은 인재는 애초에 뽑지를 말아야 한다고. 그러나 여유가 있을 때는 그런 생각이 통해도, 여유가 없을 때 즉 급하게 사람이 필요할 때는 참 많은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딱 내 맘에 드는 사람 찾기가 쉽나? 그것도 인연이 되어야 말이지. 그래도 나는 그렇다. 상황이 그렇다고 해서 맞지도 않는 사람을 뽑으면 나중에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킨다고. 그거 때문에 바빴다.
기존에 있던 원장이 실력이 없다거나 하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원장은 전문가다 보니 자부심이 강해. 그러나 그 자부심이 공동의 이익과 일치가 되어야 하는 거다. 본인의 입장만 생각해서 본인 구미에 맞는 일만 한다면 개원을 해야지. 본인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잖아. 아마 그러면 생각이 달라질껄? 자부심이라는 건 남들이 인정해줄 때 비로소 자부심이 생기는 거지 본인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면서 갖는 자부심은 똥고집일 뿐이다.
그러나 그런 걸 두고 뭐라하는 게 아니지. 소통을 해서 같이 생각해야지.근데 소통이 안 돼. 왜? 자기 입장만 고집하니까. 그러다 보니 소통의 단절이 오고, 패가 갈리게 되고.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내친 건 아니지만, 그만둬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다 보니 나는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한 거다. 그런 원장과 호흡을 같이 한 사람들도 대부분 그만둔다. 꼭 그런 윗사람 아랫사람들도 그렇거든. 그러나 나는 이미 예견하고 정리하려고 했다. 물갈이.
어떻게 하면 지금의 리스크를 안고 간다 하더라도 빠른 시간 내에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을까? 그런 고민으로. 그러나 그건 그 다음이다. 중요한 건 윗사람 즉 헤드다. 그래서 원장을 신중하게 보고 뽑으려고 했고. 수월하지는 않았지만 합리적인 의사 결정으로(아닌 건 아닌 거고, 들어줄 수 있는 건 들어줄 수 있는 거다. 아쉽다고 딸려갈 필요 없거든.) 원장을 뽑아두고 나니 팀을 리빌딩해야 했었고. 나는 그건 내게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미 다 내다 보고 있었으니.
아직 팀 리빌딩은 사람을 구해야 하는 숙제가 남았지만, 일에 문제가 안 되게 효율적인 배치와 팀 조정등을 통해서 문제는 없게 만들어뒀다. 그러다 보니 원장이 바뀌자마자 결과로써 다르다는 게 보여지잖아? 다만 나는 그 또한 우려스러운 부분이 보여서 대표원장들에게는 지금은 오버 클럭이지 이게 평생 지속된다고 생각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했고, 해당 원장에겐 잘 하고 있고 열심히 하는 모습 보기 좋으나, 호흡을 길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얘기해줬다.
하루 이틀 일할 거 아니잖아. 평생의 업인데. 고로 본인의 뜻대로 안 되는 경우가 생긴다고 해서 실망하지 말고, 그런 경우에는 항상 같이 생각하면서 또 뭔가 돌파구를 찾아가면 되는 거니 급하게 생각하지 말길 바란다고 하면서, 나는 이렇게까지 신경써서 하는데 컴플레인이 온다고 해서 거기에 민감할 필요도 없다고. 별의별 사람들 사는 세상이라 때론 진상도 만나는 법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겪을 일 중에 하나니 그런 게 있으면 항상 함께 상의해서 헤쳐나가자고 얘기해뒀다.
중요한 건 사람이다. 그 자리에 맞는 적절한 인재. 원장 면접은 아무래도 전문가 영역이다 보니까 실무 면접 때문에라도 대표원장님들이 있어야만 하는 면접이지만 항상 내가 함께 하기를 바란다. 사람 보는 눈이나 그런 게 좀 다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1차 면접은 해당 업무의 실무를 담당하는 중간 관리자가 보고, 2차 면접을 내가 보고, 중간 관리자급은 1차 면접 없이 내가 직접 면접보지만, 유일하게 원장만큼은 대표원장님들이랑 내가 같이 본다.
오래 전에 내 스승이 했던 얘기가 떠오른다. 나는 내 스스로가 장수라 생각해서 나를 따르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장수가 아니라 책사라고. 너는 이렇게 싸우고, 너는 저렇게 싸워라 하는. 그게 본인의 업이라고. 그걸 나이 먹고서 그게 내 업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어찌 보면 결과론적 판단이라는 생각도 들긴 한다. 내가 소위 말해서 사회적 성공을 이미 이뤘다면? 이런 생각 안 하겠지. 성공이라는 거를 나는 달성하지 못했다고 보기에 실패한 인생이라 스스로 얘기하지만, 그래도 나는 요즈음은 나에게 맞는 옷을 입어서(내가 오너가 아닌 전문 경영인?) 그런지 여러 모로 행복한 요즈음이다.
그래도 그런 것도 좋은 인연을 만나서 함께 하기 때문에 가능한 게 아닌가 싶다. 아무리 이해 관계가 맞다 하더라도 사람의 근본이 맞지 않으면 언젠가는 그 이해 관계가 충돌하여 등 돌리기 십상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