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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아들

보드 게임 3종: 우노, 다빈치코드, 로보77

아들은 보드게임을 좋아한다.
보드게임보다는 야외활동을 더 좋아하긴 하지만,
낮이 아닌 밤에는 야외활동을 못하니까 보드게임 하자곤 하지.
오랜만에 수원에 와서 밤에 보드게임하러 갔다.
사실 이것들 집에 구비해놓고 있으면 얼마든지 집에서도 할 수 있는 것들이라
아무래도 구비해서 갖고 있어야 할 듯.

우노. 이건 집에서도 종종 하는 건데,
너무 복잡한 게임은 익숙하지 않으면 아들이 싫어해서
일단 가볍게 우노로 시작했다.

그 다음엔 다빈치 코드인데, 난 처음 해봤다.
아들이 가르쳐줘서 해본 건데, 해보다 보니 이거 '지니어스 게임'에
나왔던 그 게임이더라. 그래서 나름 전략적으로 해서
승률이 좋았는데, 그 전략을 또 아들이 잘 카피하더라.

지적 장애인인 아들이지만, 아이큐가 낮은 건 웩슬러 테스트라 그렇다고 본다.
즉 공부하기 싫어하고 관심 있는 것만 관심을 가지다 보니
학교에서도 시험 때는 그냥 다 찍고 자버리는 지라.
물론 그렇다고 또래들과 같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기억력이나 잔머리 굴리는 건 또래들과 비할 바가 안 된다.

생각보다 게임 잘 하더라. 내 기대 이상으로.
나는 이런 모습 보고 솔직히 예전부터 포커 플레이어로 키우고 싶었는데,
몇 번 가보면 당황해서 제대로 못하는 경우들이 있더라고.
그런 경험도 하면서 배워나가면 될 거라 생각했는데,
희한하게 포커는 또 재미를 못 갖대. 아쉽.

마지막은 로보 77. 이것도 처음 해보는 게임이다.
77을 넘기지 않게 카드를 내는 게임인데,
덧셈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지적 장애인이라고 해서 덧셈 못하고 그런 건 아니거든.
게임하는 데에 전혀 문제 없이 잘 한다.


아들과 있다 보면, 나는 한 가지 생각 밖에 안 든다.
내가 죽고 나서도 아들 혼자서 이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게
해주고 가야지 하는 생각.
혼자서도 잘 살 거 같긴 하다만,
사람들과 어울려서, 무시당하지 않고,
본인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기를 바라는데,
아직까지는 걱정이 먼저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