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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예전부터 들어왔던 명작이었는데 드디어 봤다.
200분이 넘는 러닝 타임.
영화 중간에 10분 정도인가 휴식이라는 글자가 나오는 장면도 있다.
(아마도 영화관에서 상영하면서 중간에 조금 쉬는 시간이 있었던 듯...)
내가 알기로는 황야의 7인도 여기서 모티브를 얻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런 의미에서 구로자와 아끼라는 성공한 동양 감독인 듯 싶다.
요짐보의 헐리우드 리메이크판인 라스트맨 스탠딩도 그러하듯이 말이다.
그리고 최근에 본 서극 감독의 칠검도 7명...
내용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최근에 본 "라쇼몬"에 비해서는 굉장히 평이하나,
대중적인 요소들을 많이 갖고 있다고 보인다.
7명의 사무라이들이 모인 이유와 7명의 사무라이들이 한 일들에 대해서는 영화를 보길...
One Man Hero 가 아니라 7명의 Hero 라고 볼 수 있다.
지극히 일본적인 영화이지만 담고 있는 소재가 일반적이라는 생각도 들고
같은 내용이라도 이것을 대중적으로 표현하는 감독의 재량이 있다는 생각도 든다.
현대 일본영화사는 60년대 이전의 막강한 거장인 구로사와, 오즈, 미조구치 등을 극복하려고 발버둥치다 실패한 역사와 같다. 살아있는 유일한 거장이라는 구로사와 아키라조차도 50년대 전성기의 자신을 극복하려다 실패했다. 그는 이미 50년대에 <라쇼몬> <산다> <7인의 사무라이> 등으로 절정기를 보냈는데, 그중에서도 대표작이 54년에 만든 <7인의 사무라이>다. 그 작품은 현재까지도 일본뿐 아니라 세계영화 사상 가장 위대한 걸작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구로사와의 작품 대부분이 그렇듯이 <7인의 사무라이>는 대중성과 예술성을 절묘하게 배합하는 데 성공한 영화다. 그의 영상언어는 일본이라는 경계를 뛰어넘어 서구까지 미칠 정도로 세계성, 보편성을 담고 있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구로사와가 누구보다도 서구영화, 특히 미국영화의 영상미학을 긍정적으로 수용했기 때문이다. <7인의 사무라이>는 16세기 중반 내전으로 혼란스런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산적들의 빈번한 침입에 시달리는 한 마을의 농부들이 자신들을 지켜줄 의로운 사무라이를 찾아 나선다. 간베이라는 한 중년 사무라이는 농부들의 요청을 받고, 칼솜씨가 뛰어나고 개성이 뚜렷한 사무라이들을 하나씩 모아 일곱명이 되자 그 마을에 들어가 산적들과 싸운다. 농부들에게 고용된 사무라이들은 오히려 보호자 입장이 되어 농부들을 훈련시키고 지도하여 그들을 괴롭히는 산적들을 모두 해치운다. 살아남은 사무라이들은 평화로워진 마을을 뒤로 하고 정처없이 길을 떠난다. <7인의 사무라이>는 농민, 사무라이, 산적, 이 세 집단간의 미묘한 갈등과 싸움을 다루고 있지만 구로사와가 최종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집단은 결국 사무라이들이다. 그는 정의로운 사무라이들을 통해 자신의 휴머니즘을 실현하고자 한다. 스토리 구성과 인물설정의 기본 모티브는 중국의 고전 <수호지>에서 따왔지만, 한 영웅이 혼란스럽고 무정부적인 마을에 들어가 악을 물리치고 정의를 실현한 뒤 떠난다는 신화적인 구조 설정은 미국 서부영화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사무라이에 대한 짙은 향수'라는 일본적인 의식을 주제로 삼되 그것을 풀어나가는 미학적인 틀은 서부영화의 거장 존 포드 감독의 <황야의 결투>(46년)에서 차용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카메라를 다루는 기법이나 일부 에피소드가 눈에 띄게 유사하다. 그러나 구로사와는 단순한 모방으로 끝내지 않고 오히려 한단계 발전시키는 창조적인 모방을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데, 그런 재능으로 인해 그는 미국영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으면서도 나중에 오히려 미국 감독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감독으로 기록된다. 코폴라, 스필버그, 루커스 같은 현대 미국영화 거장들이 각각 <대부> <대추적> <스타워스> 등에서 구로사와의 영향을 숨기지 않는 걸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7인의 사무라이>에선 존 포드적인 역동적인 카메라와 프랭크 캐프라적인 유머, 미조구치 겐지적인 리얼리즘과 오즈 야스히로적인 양식화된 구도가 잘 어우러져 있다. 특히 각 집단이나 주요 인물마다 테마음악을 설정하여 사용한 사운드, 당시엔 별로 사용되지 않던 망원렌즈의 대담하고 효과적인 사용과 극대 클로즈업, 극적인 슬로 모션과 함축적이고 빠른 편집, 원형 모티브를 이용한 화면구성 등, 형식과 내용의 조화로 인한 총체적인 미학의 완성도는 베토벤의 교향곡 <합창>을 연상시킨다. <라쇼몬> <요진보>가 그랬듯이 <7인의 사무라이>도 미국판으로 번안되어 만들어졌는데 존 스타제스의 <황야의 7인>(60년)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그 작품 역시 <라쇼몬>의 번안작 <폭행>처럼, 흥행에는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미학적 퇴보를 보여주었을 뿐이다. <필자: 이정국/영화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