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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독서

나쁜 사마리아인들: 신자유주의를 주장하는 강대국들의 이면


읽은 지 조금 되었지만 이제서야 리뷰를 올린다. 아무래도 책 리뷰도 영화 리뷰와 같이 읽는다고 다 올리지 않고 올릴 것만 올려야겠다. 이 책이 처음에 나왔을 때 읽지 않았던 이유가 있다. 지인 중에서 이 책을 읽은 분이 "그닥"이라는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독서클럽 토론 도서로 선정이 되는 바람에 읽게 되었는데, 지인이 나랑은 관점이 다르다는 것을 그 때서야 알았다. 좋은 책이다. ^^


신자유주의

요즈음 신자유주의 이념에 대한 비판이 많다. 나도 처음에는 그랬다. 그런데 사실 그 때는 뜻도 모르고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반성하고 있다. 이념을 살펴보면 들어볼 만한 내용도 많다. 그런데 최근에 쏟아지는 책들이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경향이 있다보니 대부분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책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신자유주의를 내세우는 강대국들의 이면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신자유주의 이념을 비판하는 듯이 보이지만 그렇지는 않다. 나름 밸런스 있는 시각으로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있다.

문제는 저자가 그런 시각을 갖고 있다 해도 이 책을 홍보하거나 저자에 대해서 수식어를 붙일 때는 '反신자유주의자'라고 얘기를 해서 신자유주의 이념을 비판하는 듯이 보일 수도 있겠다. 나는 저자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그가 정녕 스스로를 '反신자유주의자'라고 생각하는 지는 모를 일이다.

단지 글을 통해서 이 정도의 저자라면 그 이념에서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지 않을까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보면 극단으로 치우치는 것 같다. 이것이 각광을 받았다가 그것의 단점이 드러나게 되면 저것으로 옮기는 식이다. 이런 쏠림은 역사 속에서도 빈번하게 보인다.

그래서 밸런스 있는 시각을 유지해야 하는데 민중, 대중, 군중이라고 일컬어지는 일반인들의 눈을 의식하여 정치에 어떠한 이념들이 활용되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러다 보니 쏠림 현상은 더욱더 심해지는 듯 하다. 그런 데에 매스 미디어의 역할도 톡톡히 한 몫을 하고 있고 말이다.

어쨌든 이 책은 신자유주의를 내세우는 선진국들의 이면을 비판하면서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자신의 얘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읽은 독자들이 밸런스 있는 시각을 가질 수 있을까? 그것은 나도 모르겠다. 단지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신자유주의 이념 그 자체를 비판하는 것은 아니라는 거다.


부정부패와 경제발전

자유무역과 보호무역 등 저자는 많은 얘기를 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 알고 싶으면 책을 읽기 바란다. 나는 리뷰를 적을 때 가급적 정리가 아니라 내 생각을 담으려고 하기 때문에 내가 이해하고 언급할 얘기가 없다면 굳이 그 부분을 들추고 싶지는 않다. 내 리뷰는 정리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을 적는 데에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부정부패와 경제발전에 대해서 장하준 교수는 매우 경제학적인 논리로만 설명을 하고 있다. 그것을 얘기하기 위해 제시한 사례들이 설득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내가 언급하고 싶은 것은 경제학적인 논리가 아니라 세상의 논리로 본다면 조금 달리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뇌물수수를 장하준 교수는 다음과 같이 보고 있다.
1. 부가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 이전된다. [소득 분배의 개념]
2. 수수한 뇌물의 소비와 투자에 따른 경제 성장의 관점

1과 같기 때문에 부정부패가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얘기하고 있고, 수수한 뇌물이 꼭 소비로만 쓰이는 게 아니라 효율적인 투자를 통해서 경제 성장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고 얘기한다.(2와 같은 경우는 반대의 경우도 언급하지만 꼭 그런 경우만 있다는 것은 아니라고 얘기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 돈이 국내에 머물러 있느냐 아니면 외국으로 빠져나가느냐의 관점으로 얘기를 하면서 자이레(현재의 콩고)와 인도네시아 사례의 차이를 언급하고 있다. 이는 지극히 경제학적인 관점에서의 시각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내가 뇌물수수를 윤리나 도덕적 잣대로 얘기를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뇌물수수를 단순히 돈의 흐름으로서만 봐서는 안 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하는 소리다. 뇌물을 수수하는 공직자는 앞으로도 뇌물을 수수할 가능성이 많은 사람이다. 뇌물을 주면서 뭔가를 따내려고 하는 사람은 앞으로도 뇌물을 주면서 일을 해결하려고 할 것이다. 문제의 각도를 조금 달리하면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법이다.

가장 이상적인 뇌물 수수는 다음이 조건을 만족했을 때이다.
1. 뇌물을 주고도 예산 내에서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다.
2. 뇌물을 받아도 일을 제대로 하는 업체에게 준다.

이런 조건을 만족하지 않으면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먼저 1을 만족하지 않을 경우를 생각해보자. 예산 내에서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다면 큰 문제는 안 생긴다. 적절한 마진을 남기면서 하던지 적절한 수준보다는 조금 낮은 마진을 남겨서라도 레퍼런스를 위해서 필요하다면 하는 게 좋으니 말이다.

그러나 꼭 그렇지도 않은 것이 뇌물로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일을 제대로 한다는 개념보다는 돈에 욕심이 많은 사람인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마진을 좀 더 많이 남기기 위해서 비용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그 비용은 자신이 쓰는 돈이 아니라 원자재와 같은 류에서 줄이는 것이다.

또 2를 만족하지 않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일을 제대로 하는 업체가 아니라 나에게 많은 돈을 주는 업체를 선택하게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문제가 생기는 법이다. 나에게 많은 돈을 주는 업체를 선택하게 된다는 것은 결국 1의 문제와도 귀결된다.

게다가 공개 입찰이라는 명목하에 최저 금액을 제시한 업체를 선택한다고 한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뇌물을 받고 싶으니 입찰 정보를 귀뜸해주고 그렇게 해서 최저 금액을 제시해서 일을 딴 업체는 그에 대한 대가로 뇌물을 줘야 하니 실제 들어가는 순수한 일의 비용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뇌물을 받은 사람은 실질적인 돈은 받는 것 이외에도 술과 같은 접대는 수시로 요구한다.

이러한 것을 염두에 둔다면 뇌물 수수가 경제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이 많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꼭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나는 부정적인 영향이 많다고 생각한다. 위의 조건을 만족시키면서 오고가는 뇌물은 내 입장에서는 삶의 촉진제로 본다. 중요한 것은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조건이 성립되느냐의 문제다.

좀 더 크게 생각해보자. 뇌물 수수라는 것을 수익 배분의 문제로 보자는 얘기다.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 부가 옮겨갔다는 측면에서 본다고 치자. 그래서 뇌물 수수가 문제가 없다고 한다면 가진 자들끼리만 수익 배분이 생기는 현상을 초래한다. 부익부 빈익빈의 현상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대기업이 비판을 받는 이유가 박정희 정권때 경제 발전이라는 명목하에 특혜를 받았기 때문 아니던가?

한 기업 제대로 키워서 국가의 부를 증대시키고 경제 발전을 꾀하는 것을 뭐라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그런 과정으로 성장한 후에도 자기네들만 독식을 하려고 하는 논리는 위에서 얘기했듯이 뇌물 수수의 폐단이라고 얘기하고 싶다는 것이다.

또 장하준 교수는 돈이 외국으로 빠져나가지 않는다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지만 꼭 그렇게 볼 일은 아니다. 아주 쉬운 얘기로 지금의 예를 들어보자. 서민들은 경기 불황에 먹고 살기 힘들다고 하는데 돈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여유를 부리고 있다. 지금이 투자 타이밍인가를 재고 있다는 소리다.

장하준 교수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언급했지만 국가 내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있듯이 부유층과 중산층은 있게 마련인 것이다. 단위의 차이를 조금 좁히면 얘기는 달라진다. 돈을 벌 타이밍에는 돈이 있는 사람들만 가능한 경우가 많다. 왜? 돈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남다른 정보가 흘러가니까.

또한 꼭 단위의 차이만의 문제는 아니다. 가진 자들이 작금의 시점에서 투자 타이밍을 재면서 몸을 사리고 있고 그러다 보니 시중에 자금을 돌지 않는다. 돈을 찍어내서 자금을 풀고 싶지만 그렇게 되면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이렇게 부익부 빈익빈은 결코 바람직한 경제 발전을 초래하지만은 않는다.

1. 1명이 1000원을 갖고 있고 1000명이 1원씩 갖고 있다. 총합: 2000원, 평균: 1.998원
2. 1001명이 1.998원씩 갖고 있다. 총합: 2000원, 평균: 1.998원

국가라는 전체를 두고 보면 총합과 평균만을 보면 1과 2는 같아 보인다. 그러나 실제 그 속을 보면 그렇지가 않다. 1과 같은 경우에는 1000원을 가진 1명이 계속해서 부를 가져갈 확률이 높을 수 밖에 없다. 그렇게 해서 총합과 평균의 수치가 늘어난다 한들 그것이 꼭 바람직한 경제 발전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많고 적음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사회주의자는 아닌지라 그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바람직한 발전은 바람직한 경쟁에서 비롯된다. 장하준 교수가 선진국들의 이면을 비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부정부패는 바람직한 경쟁이 아니라 있는 자들에게 유리한 경쟁을 초래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비록 장하준 교수는 부정부패와 경제발전을 연관지어서 위와 같이 얘기한 이유가 신자유주의 이념을 표방하면서 개방의 압력을 넣었지만 그 결과가 좋지 못했을 때 부정부패를 언급하는 선진국들의 애기를 비판하기 위해서 하는 얘기라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즉 이런 면도 있으니 그것만을 이유로 제시하지 말라는 얘기라고 생각한다는 거다.

저자가 얘기하는 핵심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단지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내가 꼬투리 잡기 식의 얘기를 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신자유주의 이념을 옹호하려고 하는 것도 아니다. 이런 생각도 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왜냐면 자칫하면 부정부패라는 것이 경제발전에 이익이 된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도 있는 독자들도 생길 수 있으니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우리나라는 그나마 개발도상국보다는 나은 편이긴 하다. 그런데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경제 상황에서 우리보다 경제발전도가 낮은 국가들에 대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장하준 교수의 비판을 곰곰이 생각해보자. 장하준 교수가 비판하는 선진국도 상대적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어떤 개발도상국에 비해서는 선진국의 수준에 있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개발도상국은 보호무역을 해야하니 그 나라에는 수출을 하지 말아야 하나? 아니면 우리도 우리보다 더 나은 선진국들이 했듯이 자유무역을 해야한다고 외쳐야 하나? 만약 전자를 택한다면 우리나라 경제 발전은 어떻게 해야 하나? 후자를 택한다면 장하준 교수는 우리도 비판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한단 말인가?

이제는... 개발도상국의 입장을 보자.

개발도상국의 입장에서는 선진국의 강압에 굴하지 않고 보호무역을 한다고 치자.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선진국을 제외하고 개발도상국끼리 무역을 한다고 치자. 그렇게 해서 정말 필요한 것들을 원만하게 수급할 수 있을까? 또한 그네들은 그렇게 해서 자국의 경제 발전을 초래할 수 있을까? 내가 볼 때는 그 어느 것도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 장하준 교수는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이 책의 한계점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다. 대안이 없다. 그러나 그 누구도 절대적인 대안을 내놓을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하준 교수는 선진국들 즉 가진 자들의 논리에 비판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왜? 그들이 조금만 바뀌면 일은 쉽게 해결되니까 말이다.

나쁜 사마리아인들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부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