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들이 탁구 대회를 나간다고 한다. 최근 아들은 사단법인 하울회 동대문지부 센터에 다니고 있는데(그간의 수많은 일들은 말해 무엇하랴만, 이젠 좀 안정화되어 정착한 곳이다.), 거기서 다른 애들과 함께 간다는 거다. 일종의 체험이겠거니 하고, 열심히 하고 오라고 했었다. 근데 거기서 금메달을 땄단다. 창원이라는 조그만 도시에 동네 경기인 줄 알았는데 그렇진 않더라.
탁구
아들이 좋아하는 건 야구랑 탁구다. 야구는 선수들을 꿰고 있을 정도로 좋아한다. 그래서 야구 게임을 좋아하기도 하고. 야구를 보면 지금은 어떤 선수를 어떻게 해야 한다고 감독처럼 말하기도 하는데, 이내 감독이 실제로 그러는 거 보고 야구는 좀 볼 줄 아는 면이 있나보다 했다. 아들이 중증 지적장애(발달장애)이긴 하지만, 몇몇 부분은 특출나긴 하거든. 물론 그렇다고 자폐는 아니지만.
그러나 야구는 좋아하지 잘 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탁구는 다르다. 희한하게도 탁구는 경기를 보는 건 아니고, 동네 탁구장에서 탁구 치는 걸 좋아한다. 잘 할 거라는 생각으로 보낸 게 아니라, 뭘 해도 잘 하지도 못하고 흥미를 못 붙이길래(나다니는 것만 좋아한다. 노매드처럼. 이 때문에 정말 고생 많이 했다. 말해 무엇하랴만.) 그래도 재밌어하니 레슨도 받고 또 월비 내고 탁구장 보내곤 했던 것.
중간에 띄엄 띄엄 공백은 있었지만, 그래도 탁구는 꾸준했던 듯. 그래서 그런지 아빠보다 유일하게 더 잘 하는 운동이라고 하면 탁구다. 탁구는 아들한테 상대가 안 된다. 교회에서도 탁구대가 있는데, 웬만큼 탁구 좀 소싯적에 쳐봤다고 하는 집사님들도 아들한테 안 되긴 하더라. 그래서 탁구는 좀 치네 하고 생각했었다.
장애인 고용의무제
근데 장애인은 탁구만 잘 쳐도 고용이 되기도 하는 모양이더라.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제28조에 상시 50명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주는 근로자 총수의 5% 범위에서 의무적으로 장애인을 고용하도록 규제화되어 있기 때문. 그런데 민간사업자 입장에서 인건비를 최소로 한다고 하더라도 도움이 안 되면 고용하기는 꺼려할 수 밖에 없겠지. 그래서 차라리 그럴 거 같으면 다른 식으로 고용하자고 한 게 장애인 스포츠단이다. 어차피 일을 시키면 퍼포먼스도 안 나오고 업무에 방해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지.
그걸 몰랐던 건 아닌데, 진강이가 그렇게 탁구를 칠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 실제로 탁구장 동호회에서 하는 동네 대회에서 치는 걸 보긴 했는데, 그 때는 일반인들과 섞여서 하는 거라 그런지 몰라도 그 정도 수준은 아니라고 봤지. 그래도 이기려고 하는 모습과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지기는 싫어하는구나 정도만 느꼈을 뿐. 근데 같은 장애인들과 비교하니 얘기가 다른 건지 싶더라.
그래도 이런 걸로 고용이 되어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고 한다면, 아빠의 입장에서는 바랄 게 없을 거 같다. 장애인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이라면 공감하겠지만, 내가 죽고 나면 이 녀석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게 죽기 전에 풀어야할 숙제거든. 피터팬 아빠라 불리던 고 전경철 작가님의 사연을 나도 봤지만, 너무 공감하고 먹먹하더라. 그게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에겐 숙명과도 같은 일.
스페셜올림픽코리아

창원에 간다 하길래 지역 소규모 대회인 줄 알았다. 근데 알아보니 꽤 규모가 있고 역사가 있는 대회더라. 보통 우리가 생각할 때 장애인올림픽이라고 하면 패럴림픽을 떠올린다. 휠체어 타고 경기하는 모습들 어디서 봤을 거다. 그게 패럴림픽인데, 이건 신체나 감각에 장애가 있는 이들의 올림픽이다.(하반신 마비란 뜻의 paraplegic과 Olympic의 합성어)
장애도 종류가 다양하고 각 장애에 따라 스포츠 경기에서는 유/불리가 나뉘기 때문에 장애인 올림픽은 장애의 종류에 따라 나뉘는 듯 싶은데, 발달장애인(지적장애인, 자폐)들을 위한 올림픽이더라. 이게 우리나라에서만 있는 단체가 아니라 국제 단체에도 가맹이 되어 있고. 이번 대회는 매년 열리는 하계 대회로 19회였고, 선수와 지도자 합해서 총 1,200명이 참여했더라.

금메달
금메달 땄다고 전화가 왔었는데,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참여자 수가 적거나, 모든 이들이 참여한 데에 의의를 두기 위해 가급적 많은 이들에게 메달을 주는 게 아닐까 했으니까. 실제로 보니까 경기는 3경기 밖에 안 했더라. 다만 탁구는 총 68명이 참여했는데, 기량 차이가 나서 조를 나눠서 조별로 금메달을 주는 방식이었는데, 진강이는 잘 치는 편이라 A조 즉 제일 어려운 조에 속했다는 거고, 거기서 금메달을 딴 거니 결국 68명 중에서 1등을 한 거란 얘기.


이번에 아들과 경주 여행한다고 수원에 아들 찾아왔었는데, 메달 매고 왔더라. 본인 스스로도 자랑스러워하는 거 같긴 하더라는. 그래도 메달이 허접하지는 않더라. 꽤 있어 보였어. 다니는 탁구장에서도 금메달 땄다고 저녁에 삼겹살 파티해줬다고 하더라.
국제발달장애인스포츠연맹

보니까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세계 대회도 있더라. 스페셜올림픽코리아가 속해 있는 국제발달장애인스포츠연맹에서 4년에 한 번씩 올림픽처럼 열리더라. 최근에 했던 게 2023년이었고 이게 6회였으니, 7회는 2027년 내년에 열린다는 얘기. 패럴림픽이 열리기 전 해에 열린다고 하더라. 그렇다면... 아들도 출전권이 부여되는 건가? 보니까 지난 대회는 프랑스에서 했던데, 아들 출전하게 되면 이왕 가는 거 사비 털어서라도 나도 따라가야겠다. 여행 겸. ㅎ 근데 아들 비행기 타는 거 무서워하는데... 그거 때문에 안 나간다고 할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