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지상주의"라는 것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비판적일 수도 있고 수긍이 갈 수도 있는 부분이다. 어느 것이든지 양날의 칼처럼 나쁜 면만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이지영씨의 학력 위조 사건을 접하고 블로그 글들을 보면서 뭐랄까 좀 답답했다.
그냥 유명블로거들은 히트수가 높고 그 글에 올라오는 덧글들이 다 자신의 견해에 동조를 해주니까 자신의 말이 맞는 거라고 생각을 하는지... 또 국내 탑블로거라는 사람이 적은 글에는 논점이 없고 내가 볼 때는 앞뒤 모순된 얘기도 보이는데...
최근에 대중의 지혜를 아마추어의 문화라고 지적한 앤드류 킨의 지적도 들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는 개인적으로 대중의 지혜를 믿는 바이긴 하지만 어떤 이슈성 기사에 대해서 적는 글들에는 그닥 깊이 있는 얘기가 없다. 아마도 이슈성 기사에 빠른 포스팅을 통해 히트수를 늘리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나 또한 학력을 능력과 동급으로 간주하는 것을 비판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학력을 무시하지는 않는다. 내 스타일상 학력이 높다면 실력으로 한 번 겨루어보자는 입장의 캐릭터라 무시하는 듯 보이지만 말이다.
내가 입장을 바꿔보라고 하는 것은 명문대 출신의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보라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제3자의 입장이 되어 보라는 것이다. 그 입장은 바로 면접관의 입장이다.
1. 다른 조건이 모두 같은 두 명의 지원자
다른 조건이 모두 같은 두 명의 지원자가 있다. 한 명은 명문대 출신이고 한 명은 고졸이다. 당신이 면접관이라면 누구를 선택하겠는가? 학력 지상주의를 비난하는 당신이 그런 상황에서 해야할 선택은? 고졸인가?
개인적인 얘기를 하나 할까 한다. 예전에 대표이사였을 때는 나도 학력 지상주의를 비판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고학력자일수록 나는 더 우습게 봤다. 그런 학교 나온게 이정도 밖에 안 되냐는 식이었다. 아마도 나 또한 명문대 출신, 유학파 출신이 아니다 보니 그런 생각이 강했던 듯.
그러나 위와 같은 조건이라고 하면 난 당연히 학력이 높은 사람을 뽑겠다. 왜? 다른 조건이 같으면 객관적 기준이 나은 사람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근데 이 말에는 약간의 문제가 있다. 그래서 다음 얘기가 필요하다.
2. 다른 모든 조건이 같은 경우가 생길 수 있는가?
없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데 왜 내가 그런 얘기를 하는가? 그런 논리로 얘기를 하는 사람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그것에 대해서 답하지 못하고서는 내가 이렇게 판단하는 것에 대해서 뭐라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당신에게는 이력서, 자기소개서가 있다. 그것만 가지고 적합한 인재를 판단할 수 있는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가? 이력서, 자기소개서 외에 뭘 요구할텐가?결코 한 사람에 대해서 판단을 할 때 그 짧은 시간에 판단을 한다고 하여 그 사람의 실력을 온연히 파악할 수는 없다. 요즈음과 같이 창의적 인재를 요구하는 시대에서는 단순 객관적 지표보다 역량을 파악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둬야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면접을 본다고 하자. 하루종일 그 사람과 얘기를 하면 되는가? 하루가 아닌 일주일 정도가 되어야 하는가? 뭘 물어봐야 그 사람의 실력에 대해서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가?
합리적인 인재를 판단하기 위해서 여러 인사 담당자들이 갖고 있는 노하우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절대적인 기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만큼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름대로 어느 정도 수긍할 만한 기준을 갖고 있는 것이다.
1에서 애기한 것처럼 다른 모든 조건이 똑같은 경우는 불가능하지만 다른 모든 조건에서 두 사람의 비교우위를 점치기가 힘든 경우는 가능하다. 내가 IT적 사고라고 비판하는 글들이 종종 있다. IT적 사고로 보면 불가능이지만 경영적 사고로 보면 가능이 되는 것이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그리고 면접을 통해서 다른 모든 조건이 같을 수는 없지만 두 사람 모두면접도 좋았고 자기소개서도 좋았고 이력서에 명시된 경력들만 가지고 두 사람을 비교우위를 점치기는 힘든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유일한 차이가 학력 사항이라고 한다면, 나는 학력이 높은 사람을 뽑을 것이다. 당신이라면 안 그렇겠는가? 그럼 이게 학력 지상주의인가? 왜 다들 학력 지상주의라는 것에 대해서 얘기를 할 때 학력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에만 포커싱을 맞추어 본질을 흐리고 있는가?
3. 평등한 기회의 부여?
가장 어처구니 없는 것은 평등한 기회의 부여이다. 어떻게 평등한 기회를 부여할건데? 그 해답을 제시해라. 그 프로세스를 제시해라. 허울 좋은 평등 기회라는 것도 내가 볼 때는 모순이다. 무엇을 평등의 기회라고 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매우 달라지는 부분이다.
대학을 가기 위해 우리는 똑같은 주입식 교육을 받고 자라왔다. 그런 속에서 누구는 명문대를 가고 누구는 대학도 못 갔다. 물론 집안 사정이 어려워서 그랬을 수도 있다. 그런 시시콜콜한 사례는 여기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누구는 어린 시절 놀러 다닐 때 누구는 열심히 책과 씨름해서 좋은 대학을 갔단 말이다. 그런 사람 대우해주는 것이 뭐가 잘못인가? 그럼 대학 학력이라는 것을 무시하고 다른 요소들로만 평가를 하는 것이 평등인가? 그 사람이 열심히 공부해서 명문대 들어간 과거의 노력은 다 물거품이고?
나 또한 상당히 공부를 잘 하는 축에 있다가 쾌락의 늪에 빠져서 명문대를 못 갔다. 그건 내 블로그에도 일화가 잘 소개가 되어 있다. 마라톤에서 조금 앞서 있는 것일 뿐 그게 절대적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그럼 마라톤에서 조금 앞서 있는 거라는 것은 무엇인가?
학력이 실력과 동급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학력이 좋으면 그만큼 기회가 더 많다는 것이다. 이지영씨의 사례만 놓고 본다면 그녀가 학력을 속였기 때문에 그런 기회가 생길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고졸이었다면 그렇게 되었겠는가?
우리는 기회 제공이라는 것에 대해서 착각을 하고 산다. 기회를 제공해준 사람의 은덕보다는 내가 실력이 있어서 이렇게 됐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흔하다. 한 번쯤 경험을 해보고 뼈저리게 느낄 필요가 있다. 그것이 얼마나 우매한 판단인지... 이지영씨의 잘못은 그런 기회를 부여받기 위해서 속였다는 것에 있는 것이다.
4. 학력이 높고 실력 있는 사람은 없는가?
예전에 사람을 뽑을 때는 오히려 학력이 낮은 사람들 중에 열정적인 사람들을 뽑았었다. 나 스스로도 명문대 출신이 아니라 그런 사람들에게 가르치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열정이 없으면 자신의 능력 100을 100정도 밖에 안 쓰지만 열정이 있으면 100이 200이 되고 300이 된다고 나는 믿었다.
책들 중에는 그런 일화나 사례들 성공 스토리도 있었고 나 또한 이게 맞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좀 더 살고 생각이 깊어지다 보니 다른 생각이 든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하나의 편견이다. 학력이 낮은 사람들만 열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학력이 높은 사람들 중에도 열정이 있는 사람이 있는데...
학력이 낮을수록 열정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있다. 그만큼 학력이 낮기 때문에 다른 요소들에서 강점을 찾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학력이 절대적인 실력의 잣대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보강할 무엇인가를 찾는 것이다. 그러니 열정적일 수 밖에 없다. '나는 명문대야'라고 느긋하게 생각할 때 따라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학력이 낮으면 그만큼 다른 노력을 열심히 해야하는 것이다. 명문대 들어갔다고 노력을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을 따라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그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학력이 실력의 절대적인 평가 기준이 될 수는 없지만 매우 중요한 객관적인 기준이 된다는 것을 말이다.
5. 이지영씨의 학력 위조에 대한 견해
학력을 위조했기 때문에 그런 기회를 얻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가? 그것을 두고 학력 지상주의의 희생아라고 얘기하는 것은 무슨 연유인가? 학력 지상주의라는 허울좋은 키워드에 시의 적절한 이지영씨의 학력 위조라는 테마를 단순 믹싱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학력 지상주의의 폐단은 그런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학력이 높은 사람을 더 낫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만큼 학력이라는 것은 무시하지 못할 객관적인 기준이기 때문이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 대신 그것을 뛰어넘기 위해서 더욱 노력하면 되는 것 아닌가? 실제 그런 사례들도 많이 있고 시대가 점점 변하고 있으니 말이다.
학력을 위조해서 그런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7년 동안 돈 잘 벌었다. 그리고 어떤 연유에서 들통이 났는지(자발적인 얘기였는지 아니면 들통이 난 것인지 진실은 모르겠다만) 이슈가 되었고 그만두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당연하다. 그만둬야지. 사람이면 잘못을 잘못으로 뉘우치는 것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져야지. 그만두는 것은 매우 소극적인 책임이다.
사기꾼들이 왜 사기 치는 지 아는가? 아는 게 그것밖에 없어서? 그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핵심이 아니다. 사기꾼들이 사기 치는 가장 큰 이유는 잡혀서 감방 갔다 와도 돈은 남아 있다는 것이다. 한탕하고 옥살이 갔다 오면 여유롭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근데 왜 사기꾼들 중에는 부자가 없을까?(있다. 있는데 모를 뿐이다.) 쉽게 벌어 쉽게 쓰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사기꾼들은 남들에게 피해를 입힌다. 물질적 정신적으로. 그러나 이지영씨와 같은 경우는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았다. 오히려 도움을 줬다고 보는 것이 옳겠다. 이 부분에서는 이지영씨가 사기꾼이랑 다른 부분이 분명 있다.
그러나 지금껏 거짓말해서 번 돈은 토해낼 자신 있는가? 사기꾼들하고 똑같은 부분이다. 그래놓고 내가 잘못했느니 죄인이니 하는 변명은 내가 볼 때는 우스운 쇼다. 그 사람이 진정 반성하고 있다면 그것은 지금 순간에서 보여줄 부분이 아니라 앞으로 살아가면서 보여줄 부분인 것이다. CF "쇼를 하라" 처럼 쇼하지 마라.
왜 내가 이렇게 삐딱하게 이지영씨를 보는가? 다음의 인터뷰 기사 때문이다.
(울먹였고 목이 잠겨 질문에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음)친척들도 그렇고 주위 사람들이 모두 그렇게 대학을 나온 것으로 알고 있었다? 정말 대단하다. 어찌 주변에 자신을 믿는 사람들에게까지 그렇게 속이면서 살 수가 있었나? 내 생각컨대 굿모닝 팝스는 그만 두었을 지언정 또 영어 강사하면서 영어로 밥 벌어먹고 활동하겠지. 그래도 자신을 동조하는 팬들도 있는데... 이게 우리나라 사람들이 버려야될 것이다.
- 보도내용은 사실인가
보도 내용은 사실이다. 인정한다. KBS에서 굿모닝팝스 진행자 교체 통보는 받았다.
- 왜 그랬나
친척들도 그렇고 주위 사람들이 모두 그렇게 대학을 나온 것으로 알고 있었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 그렇게(대학 졸업) 알고 있는 사람의 소개로 하게 됐다.
당시 친정에 빚이 많아 돈을 벌어야 했다. 생업과 돈 문제가 해결되면 강사는 그만두고 공부를 더 하고 싶었는데 일이 잘 풀리게 됐다.
- 앞으로의 계획은?
모르겠다. 굿모닝팝스도 그만 두고(한숨) 모르겠다. 무얼할지..
연예인들이 항상 하는 쇼를 하고 있는 듯 보인다. 원래 이 사람은 뭔가 잘못된 사람이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 이게 학력 지상주의와 무슨 상관인가? 지가 공부 못해서 대학을 못 나왔으면 그만큼 다른 실력으로 승부를 해야지 속여? 이건 학력 지상주의와 무관한 것이고 쉽게 돈 벌겠다는 심보로 밖에 안 보이는 것이다. 거기다가 예전부터 주변 사람들을 속여온 기질을 타고난 사람이 아닌가?
친정에 빚이 많아 돈을 벌어야 했다? 세상에 그런 사람이 한 둘이야? 그렇게 변명하면 정말 힘들어도 노력하면서 제대로 사는 사람들은 바본가? 누군 못 속여서 그렇게 못하나? 그래 이지영씨가 강사로서의 능력이나 기질이 있었다고 치자. 그럼 학력 높은 사람들 중에서 그런 사람 없을까? 또 고졸 출신의 사람들 중에서는 그런 사람 없을까?
친정에 빚이 많아 돈을 벌어야 했다고 하는 변명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 얘기를 하려면 아예 뒷부분을 빼던지... 생업과 돈 문제가 해결되면 강사는 그만두고 공부를 더 하고 싶었다? 그럼 그렇게 했어야지. 왜 돈이 좀 벌리니 욕심이 나디? 인간이니 당연하겠지. 근데!!! 넌 다른 인간들 보다도 좀 못되먹은 구석이 있구나!!!
이지영씨가 그렇게 된 것에 대해서 동정심을 보일 필요 없다. 난 굿모닝 팝스를 들어본 적도 없고 이지영씨가 누군지 이번에 처음 알았지만 그녀의 팬들에게 얘기를 한다면 정말 그녀를 아낀다면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못하고 반성하면서 좀 베풀고 살 수 있도록 따끔한 질책을 해야지 동정심을 보여서는 안 된다.
무얼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해보라. 무엇을 할 것 같나? 영어강사다. 이지영씨 분명 영어로 다시 밥 벌어먹고 살 것이다. 동정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꽤나 있으니 그만큼 또 이름이 나 있는 사람이니 이 사람을 활용해서 돈벌이로 만들려는 사람도 있겠거니. 결국 살아남는다. 우리나라 대한민국 땅에 한 번 뜨면 게임 오버 아닌가? 불쌍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정말 미안하다면 번 돈의 일부를 기부 좀 하던지. 그러지도 않을 꺼면서 쇼를 하긴...
쇼라고 비하하는 것이 잘못되었을 수는 있겠지만 그만큼 그녀가 잘못한 것에 대한 비난을 받아야 하기에 이런 표현을 써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동조하는 것도 어떠한 관계의 형성 때문이다. 신정아씨와 다른 면이 있는 것은 굿모닝 팝스 애청자들이 꽤 있었다는 것. 그만큼 일반인들과 관계 형성을 했었다는 점이 다른 점이라고 하겠다.
여기서 학력 지상주의 운운할 꺼리가 되지 않는다. 적합하지 않다. 학력 지상주의를 논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소재꺼리라는 것이다. 그것을 학력 지상주의와는 결부 시키지 말기를 바란다.
이지영씨는 그만두는 게 옳았다. 그녀의 입장에서 도의적인 책임이라고 하는 행위로서도 그렇다. 입장을 바꿔서 당신이 이지영씨 본인이라고 생각해 봐라. 당연히 그만두어야지. 나라도 그만두겠다. 그러나 나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어떻게 처신하고 행동하는지 지켜보겠다. 정치인들 처럼 연예인들 처럼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나서는 것은 좀 자제를 해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