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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역사에 대한 관점에서는 조심스럽게 봐야할 <마리 앙투와네트>

마리 앙투아네트 포토
감독 소피아 코폴라
개봉일 2006,미국,일본,프랑스
별점
2007년 6월 7일 본 나의 2,630편째 영화.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딸인 소피아 코폴라가 감독을 맡고 <스파이더맨 3>의 히로인(원래 발음은 헤로-인으로 해야 옳으나 헤로인으로 표기하면 마약의 한 종류인 헤로인으로 오인되기 쉬워 이렇게 표기한다.)으로 알려진 커스틴 던스트가 마리 앙투와네트 역을 맡았다.

이 영화를 보면서 루이 16세가 나오고 정략 결혼이 나오길래 이거 뭔 역사적 배경을 갖고 하는 얘기거니 싶어서 실화라 생각하고 유심히 보았다. 사실 이런 역사적 배경을 한 영화를 좋아하는 나이기에 다 보고 나서 자료를 찾아보았다. 이러면서 영화 하나를 봐도 역사에 대해서 역으로 추적을 하면 이리 저리 지식이 늘어난다. ^^

마리 앙투와네트라는 프랑스 왕비역에 어울리는 커스틴 던스트.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좋아하는 배우는 아니지만 역에는 잘 어울렸던 듯 싶다. 그리고 18C 말 무렵의 프랑스 왕실에 대한 자세한 묘사들이 볼거리를 주기도 했기에 영화 자체만으로는 좋은 평을 주고 싶다. 다만 아쉬운 점은 역사적 배경을 알고 나서는 조심스럽게 봐야할 부분이 있다는...

감독이 마리 앙투와네트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이나 그러기에는 이 영화의 전반적인 내러티브가 역사적 관점에서 마리 앙투와네트가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는 않나하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이러한 나의 생각은 기존에 쓴 글들과도 일맥상통한다.

'요코 이야기' 어떻게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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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고등학교 시절에 어렴풋이 배웠던 프랑스 혁명, 삼부회 소집, 시민 혁명등의 암기식 단어 나열을 까먹은지 오래되었다가 역사적 배경을 찾아보면서 새록새록 다시 알게된 것들인데, 프랑스 혁명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던 재정 파탄. 그 재정 파탄의 핵심이 마리 앙투와네트는 아니라고 본다. 가장 큰 원인(재정 파탄의)은 미국 독립전쟁 참여(영화에서도 짤막하게 나온다.)이고 왕실에서 쓴 것은 전체 재정의 6%이며, 그 중에 마리 앙투와네트의 사치스러운 소비도 일부 있겠지만 그렇다고 전체 재정 자체가 파탄이 될 정도는 아니었을 듯.

다만 당시 마리 앙투와네트의 사치에 대해서 곱지 않은 시선들이 있었다는 점.(이것은 영화에서도 살짝 보이는 부분이다. "이번 달만 50,000프랑을 쓰셨습니다."라는 대사) 그리고 더욱더 어이가 없는 국민들이 빵을 달라고 외치는 데에 가볍게 던지는 말 "그럼 케이크를 먹게하지" 영화를 보면서 쉽게 넘길 수 있는 어이없는 얘기다라고 할 수 있겠지만 국민들은 배곪으면서 국가의 부채에 대한 이자를 갚는데 왕실에서는 그런 것에 아랑곳하고 사치를 하는 것이 아무리 곱게 봐줘도 곱게 봐줄 수는 없는 부분 아니겠는가?

어쨌든 그로 인해 루이 16세 세계 최초로 국민들에 의해 공개처형 당하고 그 다음해에 마리 앙투와네트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되면서 역사의 한 줄을 장식하게 되는데, 문제는 이 영화에서는 이러한 부분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그것이 잘못되었다기 보다는 전반적으로 영화에서 보이는 부분은 프랑스 혁명이 왜 일어났는가에 대한 역사적 고찰이라기 보다는 그런 시대적 배경 속에 오스트리아 공주에서 프랑스와 정략 결혼으로 프랑스 왕비가 된 한 여자 '마리 앙투와네트'라는 사람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서 떠나 프랑스로 옮겨와서 프랑스에서 새로운 삶을 꾸리며, 남편(루이 16세)에게 사랑받지 못해 고뇌하고 그 고뇌를 사치로서 풀게 하는 연결(마리 앙투와네트가 울고 난 다음에 바로 현란한 색상의 신발들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연결)은 왠지 모르게 마리 앙투와네트에 대한 감독의 연민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 자신도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해석을 할 때 남들과 다른 시각을 가지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 적은 책리뷰 중에 히틀러의 자서전 <나의 투쟁>을 보면 존경이라는 표현까지 썼지 않은가? 사실 히틀러를 존경이라는 표현을 쓰는 부분에서는 변명하자면 프리메이슨(어떤 이들은 음모론이라고도 한다만)에 대한 반발감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글로서 포스팅하면 재미있을 건데. ^^) 히틀러가 생각하기에 다 죽이지 않고서는 도무지 안 되겠다는 현명한(?) 판단을 한 것이라고 나는 해석했으니...

이런 의미에서 프랑스 혁명 그 핵심에 있던 마리 앙투와네트를 보는 소피아 코폴라의 해석 또한 그것이 옳다 그르다라고 판단하기는 힘들겠다. 아마도 감독은 어린 소녀 시절에 프랑스의 황태자비로 온 마리 앙투와네트가 보는 세상(왕실의 환경) 속에서는 그 누구라도 그렇게 자연스레 될 수 밖에 없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나 한다. 물론 그 부분 충분히 이해한다.

다만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그런 점을 보여준다고 하기에는 이 영화 전반적으로 너무 다른 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그것에 포인트를 두기 보다는 그 포인트가 화려한 의상과 화려한 소품들 틈에서 별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듯 하다는 뜻이다. 또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보통의 영화에서와 같이 끝에 "based on true story"라던지 또는 그 이후에 어떻게 되었다는 것을 짤막한 글로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루이 16세와 함께 마차를 타고 도피를 하는 장면과 마리 앙투와네트의 부서진 침실 컷으로 마무리한 것에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이러한 부분들 때문에 여전히 감독의 의도가역사적 해석에 대한 자신만의 관점을 보여주기 보다는 너무 마리 앙투와네트 인물에만 맞추어져 기교적으로 바뀐 것은 아닌가 한다. 역사적 배경이 없었던 허구였다면 영화 자체로서 들인 공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지만 이것인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 아쉬움이 남았던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