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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Case Study(사례연구)는 Reference(참조)로 활용하라.

수년동안 경제경영서를 보면서 나온 수많은 사례들을 보면서 한가지 웃기는 사실을 생각하게 되었는데, 묻어두고 글로 적지 않으려 하다가 그냥 적어봅니다. 그 웃기는 사실이 왜 일어날까라는 의문의 답은 매우 심플했습니다.

사람의 심리에 원인이 있다는 것이었죠. 제가 심리학을 좋아하는 이유가 다 이런 데에 있는 것이죠. ^^ 그래서 사례연구가 가지고 있는 허에 대해서 짚어드리려고 합니다. 제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하나의 기업을 두고도 고작 몇 년 사이에 언급되는 사례들이 퍽이나 상반된다는 점이었습니다.

물론 기업도 변하기 때문에 사례들도 변할 수 밖에 없겠지요.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한가지를 생각해보아야할 것인 보통의 경제경영서는 자신의 이론을 뒷받침하기 위한 근거로서 사례를 제시합니다. 사례연구를 먼저해서 이론이 나왔다 하더라도 그 이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더 많은 사례연구를 한다는 점에서 결국 이론을 위해서 언급하고 있는 것이지요.

왜 이런 현상이 생겨나는 걸까요?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사람의 심리 때문입니다. 다음의 얘기를 한 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배고플 때 드라마를 보면 드라마에는 왜 그리 식사하는 장면이나 음식을 먹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 걸까요? 그 날 따라 유독 많이 나오는 것일까요? 내가 배고프기 때문에 많이 보이는 것일까요?
하나의 사례를 통해서 뭔가를 깨달았다고 해봅시다. 그것은 특수성입니다. 그 사례에만 적용 가능한 것이겠지요. 그래서 가설을 세웁니다. 그리고 그 가설을 뒷받침할 만한 사례들을 찾아봅니다. 근데 웃긴 것은 사람은 그런 가설을 자신이 세우게 되면 그런 가설에 적합한 사례들만 보이게 된다는 겁니다.

이것은 관점의 문제라기 보다는 기본적인 사람의 심리에서 오는 현상입니다. 사실 제가 살면서 경험을 해보면 이러한 현상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은 심리학자이지 경영전문가가 아니라는 것이죠. 경영전문가들은 대기업 모회사는 이렇다 저렇다라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그럼 대기업들 모두가 그런가요? 아닌 경우의 사례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문제는 그 사례들에서 주는 시사점이 무엇인가를 캐치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단순히 현재라는 것을 놓고 보지 말고 오랜 시간 속에서 보아야 하는 겁니다. 그래야만 흐름을 파악할 수가 있지요. 사례는 사례로 참조하는 것으로 족합니다. 그것을 해석하고 적절히 활용하는 것은 자신의 몫인 겁니다.

그런데 왜 그들은 그럴까요? 그게 먹히니까 그러는 겁니다. 먹힐 수 밖에 없겠지요. 실제 일어난 일들이니. 그리고 사실들이니. 그러나 그런 사실들 이면의 양면성을 얘기하지는 않습니다. 한쪽으로만 보는 것이죠.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오랜 시간의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서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처한 현실에서 해석을 합니다. 왜? 그들의 업(業)은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내고 그것으로 자신의 명예가 높아지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결국 자신이 얘기하고자 하는 것의 구미에 맞는 사례들만 수집 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맹신할 필요가 없고 이런 사례들이 있구나 하고 참조만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저 또한 그런 사례들을 활용합니다. 왜일까요?

쉽게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게 또 먹히니까 그런 것이죠. 저 또한 사람이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는 겁니다. 이러한 것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과 얘기를 할 때는 그것을 이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도 의도적으로 구미에 맞는 사례를 제시합니다. 왜? 먹히니까.

대신 제가 사례를 볼 때는 이면적인 부분들을 보려고 합니다. 비슷한 사례가 많이 나왔다 하더라도 그것을 그냥 맹신하지는 않지요. 그것이 주는 메시지가 어떨 때는 매우 강렬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저는 그것을 시대적 타이밍이라고 봅니다. 흐름은 바꾸기가 힘든 법이지요.

하나의 성공사례는 매우 많은 요소들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실패사례도 마찬가지지요. 그런데 그 사례에서 한 부분에만 집중을 합니다. 포괄적인 시야를 제시해주지는 못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경영적 판단의 미스다라고 한다면 그 경영자는 항상 미스만 했는가? 그건 아니라는 겁니다. 미래에 대해서 누가 장담을 할 수 있겠습니까? 확률적으로 이 경영자는 좀 더 나은 판단을 보여왔다는 것이죠.

근데 부정적으로 보면 경영적 판단의 실수로 실패했다고 합니다. 그럼 왜 그 전에 잘 해서 성공한 것은 묻어두려고 할까요? 현재만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왜 사람을 완벽한 사람으로 만들려고 하는지... 원... 결국 총체적인 시야를 전달해주는 경제경영서는 그다지 많이 없습니다. 대부분 보면 자신의 얘기에 집중하고 있지요. 장황하게...

제가 짐 콜린스의 저서를 좋아하는 이유는 오랜 시간에 걸친 데이터를 통해서 의미있는 무엇인가를 보여줬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경제경영서는 현상적인 분석에 치우친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통찰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역사나 인문학 또는 철학등 많은 다른 것들이 필요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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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맘 먹기를 이런 것들에 대해서 조금씩 얘기를 많이 하려고 합니다. 이런 저런 좋은 의견 있으신 분들은 덧글 많이 달아주시길... 이런 글 자체도 한 단면만을 얘기하는 것이라 총체적인 얘기를 하려면 사실 글이 매우 매우 길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책으로 한 권 묶을 정도로...

사실 이전에는 일반적인 수준에서만 얘기를 하고 이런 얘기는 되도록 자제를 했던 것이 논쟁의 소지가 있는 부분도 있고(제가 글을 적으면서도 보이는 부분들이 있지요. 남들이 캐치를 잘 못할 뿐이지) 굳이 얘기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그것을 저는 제 차별화라고 생각했지요. 근데 얘기 안 하고 남이 나를 어떻게 아느냐는 거지요. ㅋㅋㅋ 어리석은 생각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앞으로는 종종 이런 글들을 올리겠습니다. 그냥 책 읽고 리뷰하고 거기에 나온 내용에 덧붙여서 글 적는 정도 수준에서 머무는 게 아니라 조금 더 버전 업된 얘기들. 제 블로그 제 소개글에도 밝혔듯이 저는 한 분야에 치우치지 않습니다. 그래서 컨버전스에 능합니다. 이것 저것 짜집기를 하면서도 총체적으로 보려고 노력을 많이 하지요.

문제는 그런다고 해서 상황적 판단이 항상 옳지는 않다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받아들일 부분만 받아들이시고 자신의 생각이 다르다면 그에 맞는 얘기를 해주시면 저로서도 시야의 폭을 넓히고 좀 더 깊은 사고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