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지혜 제임스 서로위키 지음, 홍대운 외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랜덤하우스중앙) |
전반적인 리뷰
2007년 5월 24일 읽은 책이다. 리뷰를 적기에는 늦은 감이 있지만 보고 싶은 영화 미루어두고 오늘 개괄적인 리뷰만 적으려고 한다.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PRAK님 덕분이다. <집단지성>이라는 것과 <대중의 지혜>라는 것을 단순히 이것은 뭐고 저것은 뭐다는 식으로 아주 가볍게 생각했지만 차이가 많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해 준 분이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많이 듣는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라는 것과 대중의 지혜(the Wisdom of Crowds) 두 개만 놓고 본다면 PRAK님의 말처럼 대중의 지혜가 좀 더 현실적인 의미에서 집단지성이라고 생각한다. 동의하는 바이다. 사실 나보다 나은 사람이 어떠한 것에 대한 견해나 해석을 한다 하더라도 나 스스로 비판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무조건 동의하지는 않지만 읽고 나서 충분히 수긍이 간다.
집단지성에 대해서는 나름 이해하면서 적는다고 적는 글이 많았는데 개인적으로는 <집단지성>을 읽기 보다는 <대중의 지혜>를 읽는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 원래 프랑스 책이 난해한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우리나라 번역된 <집단지성>은 조금은 집단지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는지 번역의 잘못이라고 생각되는 부분도 엿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집단지성>은 조금은 현실감이 없는 얘기가 많아 이해하기가 녹녹하지 않지만 <대중의 지혜>는 매우 현실적인 구체적 사례들과 함께 "대중의 지혜"를 구분하는 저자 제임스 서로위키의 가이드도 제시되어 있어 이해하기가 쉽다.
물론 그렇다고 이 세상에 완벽한 책은 없듯이 "대중의 지혜"에서도 여러 다양한 시각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여전히 의문이 남는 부분이 있는 것은 그만큼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가 남겨진 것이라 나쁘지 않았다. 허나 어떤 insight 를 제시해주기에는 충분한 책이었다.
참 다양한 사례를 다루고 있었던 점이 강점인 책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구미에 맞는 사례만을 다루었다기 보다는 이 책에서 강조하는 다양성 관점에서 사례를 다루었다고 보인다. 그 수많은 사례들을 다 다룰 수도 없기에 일독하고 Reference 하기에 적합한 책이라 하겠다.
여기서는 적고 싶은 수많은 얘기들 중에서 제임스 서로위키가 제시한 대중의 지혜의 세가지 조건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리뷰를 마무리 하려고 한다. 나머지 얘기들은 추후의 포스팅을 통해서...
조건 I : 인지적 다양성
"대중의 지혜"하면 가장 먼저 이해해야할 개념이 아닌가 한다. 책 챕터 중에 이런 이런 챕터가 있다. "다양성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다양한 사례들을 아주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왜 소수의 전문가 즉 지적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의 판단이 올바른 결론을 낼 수 없을까? 물론 있다. 항상 틀린 결론을 내는 것도 아니고 항상 올바른 결론을 내는 것도 아니다. 그럼 확률적으로 더 나은 결론을 제시하느냐? 그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동질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서는 대안을 찾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에 있다.
우리가 수학을 푸는 것이 아닌 여러 상황적 변수가 있는 현실에서 어떤 '의사결정'이나 '정책결정'등을 하는 경우에는 그 어떤 전문가의 얘기라도 그것이 정답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상황적 판단 속에서 여러 가능성들을 두고 심사숙고해서 결정해야 하는데 전문가들은 대부분 비슷한 생각을 하기 때문에 새로운 관점에서의 가능성들을 간과하기 쉽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 나온 사례들이 내가 사례에 대해서 적은 글에서 언급했듯이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심리가 반영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사실 이에 반대되는 사례를 구해보면 또 얼마든지 나올 수도 있겠고 우리 주변의 현실에서는 전문가의 말을 신뢰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은가?
그러나 인지적 다양성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 결코 전문가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 속에서 전문가도 이미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고 적어도 자신이 전문가라 한다면 경험적으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얘기라는 만큼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조건 II : 개별적 독립성
개별적 독립성이라는 것은 쉽게 얘기해서 남에게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된 사고를 말한다. 그래야만 항상 합리적이진 않더라도 적어도 편견과 비합리성을 "집단에서는"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임스 서로위키는 서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인지적 판단에서 해가 된다고 얘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가 의사결정이나 정책결정 과정에서 무언의 매커니즘을 통하지 않고서는 서로에게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이 책의 전반적으로 흐르는 얘기가 마치 시스템적인 매커니즘을 얘기하는 책은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 부분은 조건 III와 같이 생각을 해야 조금은 이해가 될 듯 하다.
제임스 서로위키가 독립성에 대해서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영향력이 있는 사람(직장 내의 상사가 될 수도 있겠다)에 의해서 독립적 사고가 방해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핵심이다.
조건 III : 분산화와 통합
분산화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위의 독립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실 책에서 언급된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내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위에서 아래로 직접 지시하기보다는 자기중심적이며 독립된 여러 사람이 동일한 문제를 분산화된 방식으로 풀 때 집단적 해법이 다른 어떤 해법보다 나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가만히 보면 독립성이라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위에서 조건 II만 놓고 보았을 때는 논란의 소지가 다분히 있지만 조건 III와 연결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했었다. 내가 해석하기에는 분산화라는 것은 결국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적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고 보인다.
책에서 분산화에 대한 의미가 이거다 라고 얘기하기 보다는 분산화라고 불리는 것들에서 공통적인 속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 표현은 이렇다. "바로 권력이 한 곳에 집중되어 있지 않다는 것, 그리고 중요한 결정은 대부분 모든 것을 아는 지혜로운 기획자 혼자서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좁고 특수한 지식을 보유한 각 개인들이 한다는 것이다."
독립성이라는 것을 보장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론을 내리지 않는 이상 우리가 의사결정이나 정책결정등의 과정 속에서 서로에게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분산화가 필요하다고 이해할 수 있겠다.
이런 분산화가 가지는 맹점 중에 하나가 분산화된 한 부분에서 가치 있는 정보나 지식들이 다른 부분에 전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에 있고 그렇기 때문에 분산화와 함께 정보나 지식들을 통합할 수 있는 매커니즘이 중요한 것이다. 이것이 조건 III 에서 언급한 분산화와 통합의 개념이다.
사실 이 책을 다시 뒤적거려보고 정리하면서 체크했던 부분이 워낙 많아 오늘 하루 작정하고 다 정리하려고 했던 생각이 미련했음을 느낀다. 사실 요즈음 들어서 많이 생각하는 부분이지만 해석이라는 것이 들어가게 되면 시야가 좁아질 수 있는 우려도 있기에 하나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비판적으로 생각해 보아야할 부분이라 생각한다.(내 리뷰 중에 내가 해석한 부분들에 대해서 말이다.)
"해석은 이해에 도달하는 과정"이라는 도올의 말처럼 나 또한 이해하기 위해서 해석을 하는 것이지 이 해석이 절대적이라는 것은 아니다. 책도 반복해서 읽으면 그 맛이 다른 이유가(사실 어지간해서 같은 책 다시 보지는 않지만) 그 사이에 또 많은 지식이 쌓여 새로운 관점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앞으로 언제 마무리가 될 지 모를 이 책 내용에 관련된 많은 포스팅 속에서 또 뭔가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보면서 늦었지만 전체 내용에 비해서 매우 짧은 리뷰를 마칠까 한다.
+ 집단지성과 협업지성 그리고 군중심리 등에 대한 더 읽을거리 → 집단지성? 협업지성? 군중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