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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디지털

펌글에 대한 미련은 버렸다.

CCL

최근에 제 블로그 CCL 변경했다. 원저작자 표시만 하면 퍼가도 상관없다는...
근데 분명히 그렇게 한다고 해도 저작자 표시 하지 않고 퍼가는 사람들 있을 거라 생각했다.
물론 퍼갈 정도로 자신에게 뭔가 도움(?)이 되는 글이라고 한다면 말이다.

며칠 전 아주 우연히 내 글 퍼간 것을 보게 되었다. 영화 리뷰였다.
네이번가? 다음인가? 거기에서 블로그를 사용하는 사람이었다.
그런가 부다 하고 그냥 말았다. 예전 같았으면 적어도 덧글이라도 달았을텐데... ^^

CCL이라고 하는 형식이 사람의 행동을 제약하지는 못한다.
단지 권고 사항일 뿐. 그것이 법적 구속력을 가지지는 않으니까.
사실 CCL 마크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도 블로거들 중에서는 많을 것이다.
특히나 포털 블로그와 같은 경우에 말이다.

이왕이면 퍼가도 그대로 퍼갔다면 출처 정도는 남겨주지 했었지만
뭐 그건 내 생각이고 옮기는 사람은 그게 아닐 수도 있으니...
그나마 다행인 것이 제목에 [펌]표기가 되어 있으니...


펌글의 목적

퍼오기를 즐겨하시는 분들은 이런 견해를 얘기한다.
"내가 필요한 정보들을 내 블로그에 옮겨두고 검색을 하고 싶다."
이것도 맞는 얘기고 충분히 이해가 가는 얘기다.
블로그를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공간이 아니라
정보를 스크랩하는 공간으로 쓰고 있는 분도 있으니...

블로그는 소통이라고 얘기를 해도 그것은 소통하는 블로거들의 얘기고
블로그를 툴로서 활용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은 우리가 인정해야할 부분이다.
아무리 블로그가 대세고 블로그가 어떻다 한들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별로 들리지 않는 것이 당연하리라 생각한다.

아마 제3회 태터캠프에서도 그런 얘기가 나왔던 것 같은데,
그 때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이거였다.
"만약 그것이 목적이라면, 비공개로 올리시죠."
굳이 자신만의 검색을 목적이라고 한다면,
비공개로 올려서 자신은 검색을 할 수가 있고,
남들은 검색이 안 되게 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사실 이런 펌글이 많은 블로그라고 해도 유용한 블로그가 있긴 있다.
그것은 펌글에 대한 정리를 잘 해둔 블로그다.
정리라고 해봤자 카테고리 정리 수준이긴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펌글 블로그 중에서도 유용한 블로그는 있더라는 거다.

펌글이 문제가 되는 것이라면 크게 다음의 문제들이다.

1. 타인이 성의있게 쓴 글을 그냥 가져갔다.
2. 검색에서 같은 글들만 반복되서 검색되어 정보 접근성을 해친다.

1의 경우는 출처를 밝히면 해결이 된다.
2의 경우는 비공개로 해두면 된다.

근데 이렇게 얘기한다고 해서 그렇게 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사람의 의식이라는 것이 한 순간에 바뀔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사실 긁어가서 URL 하나 남겨주고 퍼간다던지,
비공개로 해두는 거 그리 어렵지 않은데 말이다.


변화에는 시간이 필요

그들도 매번 퍼가기만 하다가 어느 순간에 경험을 통해서 인지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내가 열심히 만든 파워포인트 직장 상사가 마치 자기가 만든 양
이름 바꿔서 제출하고 인정받는 경험을 할 수도 있겠고,
매번 퍼오기만 하다가 자기가 직접 글을 적었는데
다른 이가 퍼가니 상당히 기분이 나쁘다는 경험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뭐든지 변하는 데에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본다.
블로그스피어 상에서 의식 있는 블로거분들이 이건 아니다 얘기하면서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도 있겠지만
펌질을 하는 블로거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큰 계기가 되기는 힘든 것이라 생각한다.
그들은 자신만의 글을 적지 않기 때문에 성의껏 글을 쓴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 못한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자. 만약 블로그스피어 상의 모든 블로그들의 의식이
단일화되어 펌질이 없어졌다고 한다면, 다 해결이 될까?
새롭게 유입되는 블로거들은 그런 문화를 모른채 가볍게 접근할 수도 있다.
강제성이 없지 않은가? 결국 의식을 개선시킨다 하더라도
펌글을 완연히 막을 수는 없다고 본다.
그것은 다양성에 기반한 인간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냥 완벽한 해결책이 없으니 가만히 놔두자는 것은 아니다.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그러한 것을 인식하게 하는 하나의 방법이겠다.
그러나 나는 여기서 그것을 펌질을 당하는 입장에서
어떤 자세로서 바라봐야할까 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얘기를 하고 싶다.
나 또한 예전에는 내 글에 대한 펌글을 지극히 싫어했던 한 사람이었고
그래서 태터툴즈 블로그로 이전하면서도 IE에서는 마우스 키가
적용되지 않도록 설정을 했었지만 지금은 좀 달라졌다.
모든 것이 변하듯이 나 또한 변했다는 것이다.


소유냐? 존재냐?

그것이 내가 쓴 것이다라고 하는 것도 어찌보면 소유의 욕구라는 생각이 든다.
그걸 내가 썼다해서 내가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를 생각해 보면 별로 없다는 거다.
"그 글은 내가 썼다"라는 사실만 있을 뿐이다.

대의적으로 "내가 쓴 글이 많은 이들에게 읽혔으면 좋겠다"라고 한다면
난무한 펌글 속에 많은 이들이 읽었으면 그만인 것이다.
대부분의 이면에는 이런 욕구가 있는 것이다. "그 글은 내 것"
잘못된 것은 아니다. 인간의 욕구니까 말이다.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 글을 적을 때까지 조사한 노력이나 사고하는 시간등은 나만의 고유의 것이다.
그 결과물을 Copy & Paste 했다고 해서 그 고유한 것까지 가져갈 수는 없다.
마치 영토를 빼앗겼지만 민족의 혼까지 뺴앗을 수 없는 것과도 같다.

이것을 나는 소유냐? 존재냐? 의 문제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소유의 사고 방식으로는 그것은 내 글이다라는 생각이 강한 반면에
존재의 사고 방식으로는 글을 적은 과정과 결과의 존재에 가치를 두게 되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퍼가든지 말든지 뭐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퍼가서 그 글이 인기글이 되고 주목을 받는 글이 되었다고 하자.
그것을 내가 적은 것인데, 그 사람이 주목받고 있으니 기분이 나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길게 생각해보자. 어차피 그 사람은 잠깐 주목 받을 뿐이다.
그리고 정말 그게 뭔가를 일으킬만한(취재라든지 기사화라든지 등등) 것이라면
그 사람이 펌글이라고 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또 펌글을 주로 하는 펌블로거들은 그 블로그 자체가 대부분 펌글로만 채워져 있다.
그러니 누가 봐도 이거 펌글이다라고 인식하게 마련일 것이다.
위에서 어차피 아무리 아무리 뭐라 한다 해도 펌글을 막을 완벽한 방법은 없다고 본다.
가능하다고 한다면 당신은 신호등이 빨간 불일 때 횡단보도 건넌 적이 없는가?
사회 현상에서 우리는 너무나 많은 불완벽한 세상에 살고 있지 않은가?

이런 생각 속에서 나는 누가 내 글을 퍼간다 한들 권고사항인 원저작자 표시만
지켜주면 고맙고 그게 아니라면 뭐 그런가 부다 하고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생각한 것들이 더 소중하다는 생각에 말이다.

이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뭐 펌글에 대한 비판의 글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런 비판의 목소리가 있어야 펌블로거들은 그런 사람들을 의식하게 마련인 것이다.
단지 나는 내 글이 펌질 당해도 그런 데에는 별로 연연하고 싶지가 않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