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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베토벤의 말년을 재해석한 작품 "카핑 베토벤"

카핑 베토벤 포토
감독 아그네츠카 홀란드
개봉일 2006,미국,독일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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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인 리뷰

2007년 9월 17일 본 나의 2,681번째 영화.
한마디로 보라고 하고 싶다. 말로는 설명하기가 조금 힘들다.
왜냐면 음악은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음악을 모른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나오는 음악은 전율을 느끼게 하고도 남는다.

현란한 특수효과가 들어간 영화라면 사진으로도 맛을 느낄 수 있다.
스토리가 있는 잔잔한 드라마라면 글로도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음악은 듣지 않아서는 그 감동을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또한 그 음악과 더불어 화면의 비치는 비쥬얼은 감흥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개인적으로 실화를 좋아한다. 그래서 실화는 보통의 영화보다 점수를 높게 주는 편이다.
근데 이 영화는 실화가 아니다. 베토벤의 말년에 가상의 인물인
안나 홀츠를 내세워 귀머거리 베토벤의 말년을 아주 그럴 듯하게 재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실화 그 이상의 뭔가를 남기는 영화였다. 그래서 만점을 줄 수 밖에 없다.

허구이지만 아주 그럴 듯하게 만든 스토리, 영화 속에 흐르는 음악들,
멋진 자연 경관의 배경, 그리고 멋진 대사들, 거기다가 배우들의 신들린 연기.
이 모든 요소들이 잘 배합된 아주 멋진 작품이라 얘기하고 싶다.

이 영화에서는 사랑이라는 것은 그다지 어울리지 않고 음악적 교감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카피스트인 안나 홀츠의 마에스트로[각주:1] 베토벤, 베토벤의 뮤즈[각주:2] 안나 홀츠.
둘은 사랑으로 묶이기 보다는 음악적 교감으로 서로를 이해한다.
물론 허구이긴 하지만 음악적 교감을 위해 자신의 연인과의 약속과도 저버리는 안나.
자신의 뮤즈를 위해 일개 카피스트에게 무릎을 꿇는 마에스트로 베토벤.
예술가들의 세계를 내가 감히 이해할 수 있을까? :)

같은 베토벤 영화인 <불멸의 연인>이 로맨스를,
같은 작곡가 영화인 <아마데우스>는 아마데우스의 죽음에 얽힌 음모론을
개연성에 근거해서 다루고 있고, 이 영화는 베토벤과 음악이라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나같이 음악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들으면 알 법한
클래식 베토벤 9번 교향곡 "합창"의 초연 장면은 전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감상하시길...
(성질 급하신 분들은 4분 10초부터 보시길... 거기가 크라이맥스임돠~)



영화 속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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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갈겨쓴 악보를 연주용으로 정리해서 카피하는 역할을 담당했던 안나 홀츠.
당시에는 저녁에 저렇게 촛불켜고 했던 듯. 눈 나빠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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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베토벤을 처음 안나 홀츠가 만나게 되는 순간에
베토벤이 후드를 머리 뒤에 대고 연주를 하고 있다.
귀가 먹은 베토벤이 음의 소리를 후드의 떨림으로 느낀다고... 물론 사실과는 다른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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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먹은 베토벤이 지휘 연습하는 모습이다. 한 쪽 귀에 당시의 보청기(?)를 달고 있다.
이 또한 사실과는 다른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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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연인"에서의 게리 올드만보다도 더 베토벤 같지 않은가? 에드 해리스의 색다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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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에서 자연의 소리를 들으면서 작곡을 하는 모습... 캬~ 자연의 소리로 작곡이라... 멋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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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히로인 안나 홀츠 역의 다이앤 크루거. 이지적이면서 단아한 매우 매력적인 배우다.
이 여자의 작품들 좀 뒤져봐야할 듯. ^^


명대사

유난히도 명대사가 많았던 작품이었던 듯. 베토벤의 말들 중에 몇몇 인상깊은 대사를 정리한다.

베토벤 : 고독이 내 신앙이야.
베토벤 :
음악은 신의 언어야.
우리 음악가들은 인간들 중 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지.
우린 신의 목소리를 들어.
신의 입술을 읽고 우린 신의 자식들이 태어나게 하지.
신을 찬양하는 자식들 그게 음악가야.
마틴 바우어(안나 홀츠 연인) : 영광입니다.
베토벤 : 이게 자네 유명한 다리인가? 뽑힐 것 같은가?
마틴 바우어 : 모르겠습니다.
베토벤 : 어떻게 모를 수가 있지? 안나 말로는, 예술가라던데 예술가 아닌가?
마틴 바우어 : 예술가를 어떤 뜻으로 말하느냐에 달렸죠.
베토벤 : 예술가란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진 사람이지.
(그리고 몇몇 대사가 더 오고간 뒤 엔지니어는 영혼이 없다며 다리 모형을 부순다.)
안나 : 악장이 어디서 끝나죠?
베토벤 : 끝은 없어, 흘러가는 거야.
시작과 끝에 대한 생각은 그만둬.
이건 자네 애인이 세우는 다리가 아니야.
이건 살아있는 거야.
마치 구름이 모양을 바꾸고 조수가 변하듯이...
안나 : 음악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죠?
베토벤 : 효과는 없어, 자라는 거지.
보라구. 첫 악장이 둘째 악장이 돼.
한 주제가 죽고 새로운 주제가 태어나지.
자네 작품을 봐. 너무 형식에 얽매어있어. 적절한 형식을 고르는 데 말야.
자네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해.
내 귀가 멀기 전까진 그 소리를 제대로 듣지도 못했어.
그렇다고 자네 귀가 멀기를 바라는 건 아니야.
안나 : 제 안의 고요함을 찾아야 된다는 말씀이군요?
베토벤 : 그래, 그래, 맞아. 고요함. 그 고요함이 열쇠야.
주제 사이의 고요함. 그 고요함이 자네를 감싸면 자네 영혼이 노래할 수 있어.


Ed Harris (에드 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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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과 전혀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배우 에드 해리스.
이 영화에 대한 사전 지식 전혀 없이 보다가 "어~" 소리를 나게 만들었던 배우다.
나에게 이 배우는 냉철한 군장교로 기억된다. 왜? 자 다음 작품들을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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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미 앳 더 게이트>에서 독일군 장교로 독일군 최고의 스나이퍼 메이저 코니히 소령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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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록>에서 미해병 여단장 허멜 장군역

물론 그의 작품들 중에서 잭슨 폴락이라는 유명한 화가의 일대기를 그린 <폴락>이란 영화에서는
전혀 이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지만 군인의 모습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고
그런 영화 속의 모습들이 너무도 강인한 인상을 심어줬기에 내게 에드 해리스라는 배우는
그렇게 각인이 되어 있다. 냉철하면서도 조용하고 멋진 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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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불멸의 연인>에서 게리 올드만이 역할을 했을 때는 워낙 게리 올드만이 천의 얼굴처럼
나오는 영화마다 스타일을 달리 했었기에 그런가 부다 했지만 에드 해리스는
전혀 그런 배우가 아니었기에 처음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오히려 <불멸의 연인>에서의 게리 올드만 보다도 더 Beethoven 다웠다.
생긴 것도 그렇지만 연기도 너무 멋졌던... 역시 멋진 배우다.

Diane Kruger (다이앤 크루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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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히로인 다이앤 크루거. 영화에서 모습보다는 다소 못 나온 사진이다.
독일 출신으로 원래 발레리나였으나 부상으로 발레리나의 꿈을 접고 영화계로 진출.
처음 보는 여배우였는데, 알고 보니 <트로이>에서도 출연을 했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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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에서 올랜도 블룸이랑. 헬레나 공주역
나이가 나랑 동갑이구먼. 앞으로 주목할 만한 배우가 아닌가 한다.
2007년도에만 벌써 영화 네 편 찍고 있네. 그 중 <내셔널 트레져 2>가 비중있는 영화인 듯.


재밌는 사실들

1. 영화 초반의 선율
영화 초반에 안나 홀츠가 마차를 타고 베토벤의 죽음을 맞이하러 가는 장면에 나오는 선율은
이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다루는 fuga(푸가)로 베토벤의 "현악4중주 17번 대푸가"라고 한다.
"작품번호 133번"이라고 한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의 덧글 확인~!
왜 안나 홀츠가 마차를 타고 가다가 놀랬는지 하는 것은 영화를 보면 알 듯. :)

2. Agnieszka Holland (아그네츠카 홀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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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태생의 여성 감독으로 <토탈 이클립스>, <비밀의 화원>, <유로파 유로파>이 있다.
사진에서는 왼쪽부터 에드 해리스, 아그네츠카 홀란드, 다이앤 크루거.

3. Ludwig van Beethoven (루드비히 반 베토벤)
영화에서는 후드의 떨림을 이용하고, 보청기를 사용하나
실제 그 때(영화에서 말하는 1824년) 무렵에는 노트 없이는 의사소통이 불가능했단다.
  1. 대음악가 [본문으로]
  2. 학예·시가·음악·무용을 관장하는 아홉 여신의 하나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