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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독서

책을 볼 때 번역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현재 제게는 일본 원서 하나랑 번역된 원고 하나가 있습니다.
이것을 책으로 내면서 출판의 모든 과정을 하나씩 배워가고 있지요.
사실 기획과 마케팅이라면 몰라도 출판의 그 세세한 부분을 제가 해야할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만 한 번쯤 전과정을 따라가는 것은 해볼만한 경험이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교정,교열은 외주주고 완성된 것을 검증하는 작업만 내부에서 하는데
전 제가 직접 다하고 있다는... 해봐야 교정,교열의 맥을 볼 수 있다는데 별로 동의하긴 힘듭니다.
한 번 해본다는 의미만 두고 있지요.

근데 한가지 짜증나는 문제에 직면했지요.
구성이 참 어이가 없다는 겁니다. 일단 책내용은 도외시하고라도
구성에 대한 체계가 없다는 거지요.
Depth가 3인 것이 기본이고 때로는 4, 때로는 5인 것도 있습니다.
목차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요? 참 애매합니다.
제가 지금 보고 있는 책만 그런 줄 알고 물어봤더니 일본 책들의 전형적인 특징이랍니다.
결국 편집 시에 체계를 잡으면서 갈 수밖에 없는...
일본어를 모르니 제가 원서를 읽을 수는 없지만 최소한 구성은 글자체들을 보면서
단락 구성을 보면서 알 수는 있지요.

그것만 문제가 있다면 상관이 없습니다.
번역 무척이나 문제가 많다는 것이죠. 교정,교열의 전문가는 아니라도
그래도 중고등학교 국어 착실히 공부하고(고등학교 때는 아니지만 ^^)
대학교에서 교양과목으로 작문법 A+ 받아서 어느 정도는 대충 압니다.
그런 제가 봐도 번역에 문제가 많다는 겁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보이시나요? 한 페이지에 빨간색 표시가 얼마나 많은지?
제가 뭘 잘못하고 있나 싶어서 전문가에게 문의를 했었지요.
지금 제가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는지... 몇가지를 체크해보시더니 이렇게 하면 된다고 합니다.
그럼 결국 번역자가 번역을 성의없게 한 거라는 소리 밖에 더 되는가요?

웃긴 것은 번역을 수정하면 번역자에게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왜냐면 책이 나갈 때는 '*** 옮김' 이렇게 나가기 때문에 번역에 대한 권한은
그 사람에게 있다는군요. 출판사에서는 편집권만 가진다는...
편집권이라고 하면 구성을 변경한다던지 제목이나 챕터명을 바꾼다던지
이미지를 추가하거나 책을 어떤 판형으로 낸다던지 등등을 말하는 거라네요.

번역 개판으로 해놓고 번역자가 권한을 가진다?
만약 번역자가 제가 체크한 부분 보고 동의를 한다면, 똑같은 돈 받고 쉽게 일한 것이고,
동의를 하지 않는다면 성의없이 일한 것이네요. 어떤 경우가 되도 할 말이 없어지는 거겠죠.
저도 IT 기술서적은 감수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번역을 할 때는 어떤 입장이 되는지
이해를 합니다. 그런 것을 이해못하고 하는 것이 아니죠. 구체적인 예를 들면 충분히 공감할 겁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번역들이 있습니다. 단순히 용어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죠.
거의 직독직해에 일관성 없는 번역에 읽으면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는 내용에...

이 책의 번역자가 누군인지, 어떤 업체인지 모르겠지만
저를 만난 이상 분명하게 얘기를 해둬야겠습니다. 물론 좋게 얘기를 해야겠지요.
얘기는 해야겠지만 표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기분이 나쁠 수도 있으니까요.
이건 일이기 때문에 분명히 얘기를 해줘야 하는 상황입니다.

책 내용은 열외로 하고 구성이나 번역 때문에 제가 여기에 쓰는 시간이 엄청 많습니다.
벌써 주어진 미션 두가지를 다음주부터 들어가려면 적어도 이번주에 끝내둬야 하는데
반 정도 밖에 못했네요. 담배도 덜 피우면서 했는데... 그만큼 문제가 많다는 것이죠.
한 문장에 쓰인 컴마 수만 봐도 엄청 많고 문단이 끝날 때가 아닌데 끝나고
명사로 종료되는 것들도 많고, 거의 직독직해 수준이고, 내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냥 번역만 한 수준이니... 거기다가 전문 용어에 대해서는 해석을 잘못한 부분도 있고...

조금 짜증이 납니다. 구성도 좋고 번역도 잘 된 것을 줬다면 오히려 쉬이 일이 풀릴 수도 있는데...
처음 하는 일이라고 일부러 그런 책을 줬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이번에 제대로 하고
다음번부터는 이런 세세한 교정,교열 작업은 안 한다고 얘기를 해야죠.
그 핵심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지금껏 초보자로서 가르쳐주는 것들 중에서
제가 몰랐던 것 하나 없는데... 배우는 자세가 덜된 거라 생각하고 나름 충실히 하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안 할 수는 없겠죠. 보여줘야 인정할 수 밖에 없으니... 그래서 이번은 충실히 합니다.

외국 서적들 중에서 가끔씩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경우가 있다고 한다면
두가지로 요약이 되는군요. 하나는 번역자가 날림 번역을 한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그 번역을 본 편집자가 성의가 없어서 넘기던지 자신이 잘 몰라서 그냥 넘기는 경우.
만약 제가 번역을 의뢰한 거라면 이거 받아보고서 바로 Return 시켰을 듯 합니다.
원래 이 번역을 의뢰한 사람이 퇴사를 하는 바람에 번역본을 받고도 아마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리 저리 얘기를 들어보니 날림 번역을 하는 업체가 있다고 하는군요.
적어도 제가 관여하는 일에 그런 업체가 연결이 되면
아예 공개적으로 비판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 잘못된 거 고치라고 얘기해도
너는 떠들어라 나는 이렇게 할란다 이런 식이면 쓴 맛을 봐야 정신을 차리겠지요.
정말 번역 맘에 안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