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 씽킹 - 로버트 프랭크 지음, 안진환 옮김/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2007년 11월 12일 읽은 책이다. 2007년도 읽을 도서 목록 중 4번째 읽은 책이다. |
총평
경제학 하면 수치와 그래프가 생각난다. 대학 시절 교양과목으로 경제학을 이수하긴 했지만 대학에서 배웠던 경제학은 학문으로서의 경제학이었다. 같은 것을 가르쳐도 실물 경제의 예를 통해서 쉽게 핵심을 이해하게 설명해주었으면 오래 기억되고 좋았을 것을 너무 학문적으로 암기, 주입식 교육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교과 과정에서는 한 학기 내에 그 두꺼운 책을 다 공부해야 하니 주어진 시간이 모자라서 그럴 수 밖에 없었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이코노믹 씽킹>은 그런 면에 있어서 깨어 있는 경제학 교수가 적은 책이라 경제학이라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주는 책이다. 책내용을 제외하고라도 그가 가르치는 방식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너무 많은 것을 알려주려고 하면 오히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지만 재밌는 사례를 통해서 핵심적인 이론을 설명하면 하나라도 제대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 그의 그런 교수법이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은 경제학의 대중화라는 관점에서는 괜찮은 책이다. 그만큼 대중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만한 주변의 일상적인 상황, 현상들을 경제학 관점에서 해석을 하고 있어 쉽게 읽힌다. 마치 경제학이라는 것이 딱딱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이렇게 재미있는 것이라고 얘기하는 듯 하다. 그의 교수법과 같이 일반인들에게 경제학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여 관심을 갖게 하기에는 충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쉽고 재밌는 경제학 이야기를 맛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하는 바이다. 물론 비슷한 책이 꽤나 있는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책을 재미있게 읽었지만 이 책을 통해서 얻은 것은 그리 없었다. 그래서 정리할 게 없어 리뷰를 좀 빨리 적을 수 있었기에 이 점은 좋았다. ^^ 재미있게 읽으면서 한 번쯤 주변에서 경제학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는 사례를 발굴하여 생각해보는 것도 사후 학습으로는 괜찮은 방법이라 하겠다. 사실 비즈니스를 하다보면 이런 것들에 대해서 많이 생각한다. 특히 비즈니스 사례 분석이나 제휴 관계 분석을 하다 보면 돈이 어떻게 흘러가는가를 잘 봐야하기 때문에 그렇다.
핵심을 꿰뚫는 힘?
이 책의 부제에서 얘기하는 "핵심을 꿰뚫는 힘"은 경제학에서 나오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경제학은 반쪽짜리 지식이다. 시대의 패러다임이 자본주의라는 것, 시장경제 논리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인간 세상을 어떤 매커니즘적 사고나 논리라는 것으로 재단하는 경제학만으로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물론 경제학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도 아니고 경제학이 다른 학문의 하위라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말이다.
시카고 학파의 신자유주의도 완전한 시장경제가 구현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던 점, 주식시장에서 어떤 주식이 오르고 내리는 것 또한 인간 심리적인 부분이 많이 좌우되는 점만 봐도 경제학만으로는 해석하기는 곤란한 것이다. <이코노믹 씽킹>에서 언급한 많은 예에서도 경제학이라기 보다는 심리학에 기반하여 얘기하는 부분도 꽤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어느 때에 어떤 논리가 더 우선되어야 하는가 하는 것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사람이 죽어가는데 경제학 논리 운운할 수는 없는 것이며,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데에서 사회적 가치만을 따질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모두 다 중요하지만 현재 처한 상황에서 어떤 논리를 더 우선시해야 하느냐가 중요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매우 힘든 이유는 대부분의 지식인은 한 분야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한 분야의 깊은 이해는 있지만 그 외의 것에는 얕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서 어떤 현상이나 상황을 해석할 때 자신이 아는 프레임만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의미에서 경제학 교수의 눈에는 경제학이 "핵심을 꿰뚫는 힘"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틀린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맞다라고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맘에 안 들었던 예
"고래는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데 닭은 그렇지 않은 까닭은?"이라는 예다. 이유는 너무 단편적인 접근으로 예를 해석해서이다. 고래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 포경을 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기후 변화로 인해 생기는 환경적 영향이 있는 것인지에 대한 고찰이 없이 해석을 하고 있는 것이다.
포경을 해서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고 한다면 고래가 번식하는 수보다 포경해서 획득하는 수가 더 많다는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류 변화로 생태계의 먹이 사슬에 변화가 생겼다던지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최근에 바다표범이 익사한 사례를 잘 생각하기 바란다.
나도 사실은 모른다. 다만 위에서 얘기했듯이 "핵심을 꿰뚫는 힘"은 비단 경제학 논리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다. 그리고 이렇게 경제학 논리로의 접근은 감정을 배제하고 차가운 냉혈한이 얘기를 하듯이 이성적 사고에만 기반하여 해석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대학생들의 리포트를 기초로 만들어진 책이니 이해는 충분히 하지만 그다지 좋은 예라고 보기는 힘들어서 이 책의 수많은 예중에서 가장 맘에 안 들었던 예다. 가장 맘에 안 들었다는 것은 상대적인 평가다.
이 책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예
이 책 전반에 걸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원리가 "비용 편익의 원리"다. 충분히 의미는 있으나 경제학에 치우친 논리로 그 기본 전제는 사람을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동물로만 본다는 점이다. 물론 이런 점을 도외시할 수 없다는 것 전적으로 동의를 하는 바이나 위에서도 얘기했듯이 반쪽이라는 것이다. 이 부분을 해소하는 예가 있다.
"멍청한 금발 미인에 관한 농담은 왜 그렇게 많은 걸까?"라는 예가 그것이다. 이 예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런 얘기가 있다. 부부관계에서 정서적 헌신 때문에 비용편익 측면을 생각치 않을 때에 비로소 정서적 헌신이 최상의 힘을 발휘한다는 아이러니를 언급하고 있다. 지금까지 얘기했듯이 경제학은 반쪽 자리다. 이런 아이러니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사람은 이성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 읽어볼만한 책들
요즈음 "경제학" 키워드가 붙은 책들이 많다. 그만큼 경제학도 요즈음 들어서는 대중화되고 있는 추세다. 이 책과 가장 유사한 컨셉의 책을 하나 꼽으라면 바로 다음의 <경제학 콘서트>가 되겠다. <이코노믹 씽킹>을 낸 출판사와 동일한 웅진지식하우스에서 낸 책이다.
경제학 콘서트 팀 하포드 지음, 김명철 옮김/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
그리고 최근에 읽었던 책 중에 경제학을 쉽게 설명한 것과는 약간 괴리감도 있고 다루는 얘기 또한 일상적이라기 보다는 사회 이면적인 거라 <이코노믹 씽킹>과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재밌게 읽었던 책이 있다. <디펜딩 더 언디펜더블>이라는 책이다.
디펜딩 더 언디펜더블 - 월터 블록 지음, 이선희 옮김/지상사 내 리뷰 : 사회악에 대한 경제적 재해석 "디펜딩 더 언디펜더블" |
그러나 개인적으로 가장 추천하는 책은 이제 소개할 책이다. 내가 <이코노믹 씽킹>을 읽으면서 아쉬운 부분은 이 책에서는 잘 Cover 하고 있다. 쉬워도 나는 이런 책을 선호한다. 바로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가 바로 그 책이다. 진정한 경제학 사고방식을 원한다면 이 책을 강추하는 바이다.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 유시민 지음/돌베개 내 리뷰 :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
그리고 책이라는 것이 신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신간 위주의 독서가 좋은 점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계도 있다. 그래서 오래된 책 중에서 경제학에 관심을 가졌다면 읽어볼 책을 소개한다. 이 또한 유시민이 적은 책이다. 나 또한 이 책을 통해서 유시민을 알게 되었다. 기억하기로는 1995년도에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바로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이란 책이다.
이 책은 경제학의 역사에 대해서 다룬 책으로 경제학과 대학생들에게는 거의 필독서 수준이었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 유시민 지음/푸른나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