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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국내

기대만큼 실망했던 '2008 서울 북 페스티벌'

지난 10월 11일 토요일에 서울시에서 하는 '2008 서울 북 페스티벌' 행사에 다녀왔다. 올해는 그래도 시간적 여유가 나는 편이라 책관련 행사라면 찾아다니려고 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참에 아직 책 관련 행사로서 들어보지 못한 행사라 어떨까 싶어서 갔었는데 조금은 실망을 한 축제였다.


책을 위한 행사이기 보다는 가족 나들이에 적합한 행사


사실 이런 행사가 있다는 것만 알고 간 내가 잘못이라고 할 수도 있을 지 모르겠다. 프로그램을 면밀히 살펴보다 보면 어린이들 위주의 프로그램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저자와의 대화라는 프로그램은 성인들을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전반적인 프로그램 구성이 가족 단위로 나들이를 오는 데에 적합하도록 맞춘 프로그램이 아니었나 싶다.

그런 것을 사전에 모르고 갔었기에 나같은 경우에는 아쉬움이 많았던 축제였던 듯. 사실 나와 같은 경우에 그렇다는 것이고 행사를 여는 입장에서는 많은 이들이 와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가족 단위로 올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지만 행사명이 "서울 북 페스티벌"이라고 하면 중심이 가족이 아니라 책이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행사장에서 구매한 책


홍화문을 지나면 바로 앞에서 책나라여권을 가져갈 수 있다. 책나라여권이라 해서 뭐 대단한 것은 아니고 행사 가이드북 정도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항상 어떤 행사에 가게 되어도 우선적으로 하는 일이 가이드북부터 일단 확보하는 거다.


가이드북이 있어야 사전에 알아본 정보를 찾아 어디에 있는지 위치부터 빨리 파악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 외에 서울시에서 하는 여러 행사들 안내북이 많이 있었는데 몇 개 취해서 B구역을 향했는데, B구역에서는 나같은 어른들이 보고 즐길만한 꺼리는 없었다. B구역의 마지막에 있는 저자와의 대화 행사장은 행사 진행을 준비하는 모습으로 분주했다.

나름 일찍 도착했는데도 불구하고 행사장의 자리는 다 차서 서서 볼 수 밖에 없었다. 자리가 있었다면 앉아서 쉬면서 기다릴 수 있었을텐데 자리가 없어 굳이 서서 기다리면서까지 듣고 싶은 생각은 없었기에 일단 C구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저자와의 대화 행사장을 뒤로 하고 C구역으로 들어서니 입구에 이런 게 있었다. 지.혜.의.샘. 안을 들여다 보라는 팻말에 들여다보니 거울이 있었다. 잠깐 뭔가 깊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내 내 얼굴을 마주대하고서는 '뭐 그래서 어쩌라고'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혜의 샘 속에 자신이 있다. 지혜를 얻기 위해서 책을 읽어라. 그런 의미인지... 뭐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이런 것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가볍게 Pass~

C구역에는 출판사에서 도서 할인을 해주는 구역이라 이런 저런 도서들 구경도 하면서 책도 구매했다. <허삼관 매혈기> 이 책을 산 이유는 인터넷에서 구매하는 것보다는 싸게 살 수가 있고(30% DC), 어차피 독서클럽 문학팀 토론 도서였기 때문에 사려고 했던 도서라 구매한 것이다. 충동 구매 결코 아니다. ^^


그러나 일전에 홍대에서 했던 <와우 북 페스티벌>에 비교하면 규모면에서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래도 한산한 토요일 오전에 간 지라 사람이 많지 않아 조용히 둘러볼 수 있었는데 규모는 작았지만 사고 싶은 책들이 꽤나 있어 충동구매를 할 뻔 했었다.


아름다운 도서관 사진전



C구역 입구쪽에 "아름다운 도서관 사진전"을 했었는데 친절히 설명해주는 분도 계셨다. 설명을 들으면서 자세히 보지는 못하고 훑어보는 수준에서만 그쳤는데 사진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는 여기에 있는 모든 도서관들을 한 번씩 다 방문하고 말테닷!' 언제? 그건 나도 모른다. ^^

사실 이거 보면서도 생각한 것이 하나 있는데, 그건 곧 독서클럽을 통해서 시행해볼 생각이다. 충분히 재미있을 만한 것이고 나름 의미있는 것이기도 하고. 뭐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 "아름다운 도서관 사진전" 옆에는 "도서관 인물 열전"에 관련된 내용이 소개되었는데 참 멋진 도서관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행사 당일 북크로싱으로 받은 책

사전에 정보를 알고 간 지라 북크로싱을 하기 위해 책 두 권을 들고 갔다. 들고간 두 책은 새 책으로 내가 읽지도 않은 책이었다. 그러나 결코 내 평생에 읽을 것 같지는 않은 책 두 권을 들고 갔는데, 제목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



C구역 마지막에 마련된 행사장은 북크로싱을 하는 곳이었다. 나도 두 권을 가지고 갔지만 북크로싱 가능한 책의 기준은 몰랐었다. 2003년도 이후의 책만 가능하다는 거다. 허거걱~ 무겁게 들고 갔건만... 그래서 일단 북크로싱으로 내놓은 책들(위의 사진에서 추천도서)과 신간도서들을 둘러봤다.

2권을 내놓으면 추천도서를 2권 가져가거나 신간도서 1권을 가져갈 수 있었다. 그런데 책이 많이 없어서 그런 지 몰라도 참 가져갈 만한 책이 없었다. 유일하게 그래도 가져갈 만한 책이 하나 있었는데 <머니 볼>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미 나는 이 책을 사서 보유하고 있는 지라...

머니볼 
마이클 루이스 지음, 윤동구 옮김, 송재우 감수/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책을 둘러보고 난 다음에 행사장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서 따사로운 10월의 햇살을 받으면서 가만히 지켜보다 보니 북크로싱 책 접수하는 데에서 아르바이트생들이 책 년도는 확인을 하지 않는 거였다. 잘됐다 싶어서 내가 가져온 책 2권을 접수하고 나는 신간도서 1권을 가져왔다. 언제 읽을 지 모르겠지만 내가 가져온 책은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거나 신문을 자주 보는 사람이라면 잘 알 책이다.


그렇다. 바로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에 취재하러 갔을 때 찍은 사진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서재에서 뽑아 들었던 바로 그 책이다. 그 사진 바로 아래 사진이고, 그 때 그 기사를 보면서 쓴 글이 바로 다음의 글이다.

- 이제 리더십 매뉴얼은 모두 바꿔야 한다

사진출처 : 뉴시스

달리 취할 만한 책이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책일 뿐이다. 읽고 싶은 책이 많아 이 책을 언제 읽을 지는 모르겠다. 340여페이지의 책이라 적은 분량도 아니고(분량 때문에 책을 읽지 않고 미루지는 않지만 내가 보고 싶은 책이 아니기 때문에) 말이다.


책나무 만들기



C구역을 돌아서 D구역 북클래식 카페 구역으로 옮기니 눈에 띄는 것이 책나무 만들기다. 행사장에 비치된 엽서에 자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책을 적어서 나무에다가 걸어두는 것. 분명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고전은 없고 최근 책들만 있을 것이다. 정작 최고의 책이라고 뽑으라고 한다면 그 때서야 어떤 책 하나를 고를까 궁리하다가 최근에 읽은 책 중에 괜찮았던 것을 고를 수 밖에 없으리라 생각했기에...



뭐 당연하다 생각해서 결과에 그리 놀라지는 않았지만 의외였던 것은 행사 자체가 가족 단위 참여자들을 타겟으로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어린아이들이 많다 보니 가장 눈에 자주 띄는 최고의 책이 바로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라는 책이었다. 애들한테 인기가 좋은가 보다. 왜 쌌을까? 맘에 안 들면 말로 하지... 왜 머리에 똥을 쌌누??? ^^


저자와의 대화 한비야


사실 토요일 오전에 일부러 시간을 낸 것은 저자와의 대화 스케쥴에 토요일 오전에 한비야님이 오신다고 해서다. 내가 뭐 유명한 사람이다 해서 찾아다니는 그런 사람은 아니지만 축제 가겠다는 생각은 가졌고 이왕 가면 그래도 조금 이름 있는 사람 얘기 들어보자는 생각에 그랬던 것이다.

그런데 이 행사의 저자와의 대화 프로그램을 보면 극과 극이다. 이어령과 같은 분이 있는가 하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긴하지만 작가라고 부르기에는 수준 떨어지는 <압구정 다이어리>의 작가 정수현도 있다. 물론 다 제 멋에 살고 제각각의 생각을 갖고 있는 다양성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나는 워낙 내 생각에 대한 솔직한 표현을 스스럼 없이 하는 편인지라... 뭐 같지도 않은게 뭐 같은 행세를 하면 뭐 같다고 얘기를 해야 하는지라...

어쨌든 그렇게 해서 내 시간에 맞는 저자와의 대화에 초청된 작가 중에 한비야가 있어서 토요일 오전에 갔었던 것이다. 그러나 정작 저자와의 대화를 들을 수는 없었다. 이미 내가 도착한 시각에 벌써 자리는 다 찼기 때문이다. 다른 곳을 둘러보고 다시 도착하니 한비야씨가 열성적인 얘기를 하고 있었다. 잠깐 들어보니 '이건 <시크릿>이군'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한비야씨의 책은 읽어본 적은 없지만 한 번 기회가 되면 읽어봐야겠다. 잠깐이고 멀리서나마 보았던 한비야씨의 말은 그냥 동네 아주머니의 수다와 같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글은 잘 쓰고 말은 별로 못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저서 중에서 가장 유명한 책 한 권은 읽어볼 생각이다.


행사명을 좀 더 명확하게

주최가 서울특별시와 사단법인 대한출판문화협회로 되어 있다. 서울특별시에서 행사 자금을 대고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행사 진행을 담당한 듯 보인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후원에는 문화체육관광부로 되어 있는 것을 보면 문광부에서도 전액은 아니더라도 일부 지원을 했을 수도 있고, 서울특별시에서는 장소 제공만 했을 수 있겠다.

가족 중심의 북 페스티벌이라면 행사명에 좀 명시를 해줬으면 좋겠다. "북 페스티벌"이 아니라 "가족 북 페스티벌" 뭐 이런 식으로... 핵심은 명확하게 좀 해달라는 거다. 그래야 나같은 사람이 가서 실망하지 않지. 참여 업체가 적어서 볼 것이 없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행사 장소도 그리 크지 않았고(생각보다 작았다.) 볼 게 별로 없었다. 왜냐면 대부분 어린이들 중심의 프로그램이라서 그렇다.

그러면 차라리 어린이들을 위한 행사로 포커싱을 맞추고 "어린이 북 페스티벌"이라고 하던지 했으면 사실 나같은 사람도 관심을 두지 않았을 터인데... 아마도 나같은 경우가 꽤나 있지 않을까 싶다. 자녀들을 동반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대부분이 그렇게 느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