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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독서

2008 노벨문학상의 르 클레지오 작품, '황금 물고기'


진실되고 아름다운 얘기라...

올해 들어서 소설을 접하고는 있지만 난 이런 얘기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암울함 속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찾는 그런 얘기 치고는 이 소설의 내용은 기분 나쁜 부분도 있기 까지 했으니 말이다. 초반에는 재미있게 읽어 나가다가 갈수록 주인공 라일라라는 소녀의 일생이 꼬이는 것을 보면 꼭 이렇게까지 얘기했어야만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을 살다보면 어려울 때도 있고 힘들 때도 있는 법이다. 요즈음과 같이 극심한 경기 불황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이기에 그런 때가 지금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러나 지금의 경우는 누구나 다 겪는 것이니 소설의 주인공처럼 자신만 겪는 그런 경험과는 다른 면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이 소설 속의 주인공 라일라와 같은 삶을 살았던 사람도 분명 있겠지만 이해하기 힘든 면이 한 가지 있는데, 소설 속에서는 주인공 라일라가 소녀 즉 여성이고 성적 학대를 받는 부분들이 꽤나 보인다는 점이다. 꼭 그렇게 표현을 해야만 라일라라는 소념의 삶이 더 비참하고 암울하게 그릴 수 있었는지 모를 일이지만 이해하기는 힘들다.

이는 내가 영화를 좋아하고 많이 본다 해도 동성애 관련 영화는 거의 보지 않는 이유와도 같다. 동성의 사랑도 사랑이라고 표현하면서 그들의 삶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할 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결코 그것이 아름답다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그들을 이해 못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들추려고 하는 것은 탐탁치 않게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혹독한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 라일라의 인생을 진실되고 아름다운 얘기로 그려낸 것이 작가의 힘이라고 하는 것에 공감하기가 힘들다. 결과만 놓고 볼 때 이 책을 읽고 나면 누구나 어떤 감흥을 얻는 지는 대충 비슷하다고 본다.

라일라 속에서 우리를 발견했다던지, 혹독한 삶 속에서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 속에서 지금 현실 속의 우리가 어떤 태도를 가져야할 것을 알았다던지, 자신이 태어난 고향(아프리카)에 돌아가서 마음의 평온을 얻는 라이라를 보면서 때묻지 않은 인간의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한다던지... 약간의 표현의 차이가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그럴 꺼라 생각한다.

좋은 면만 보고 좋게 해석하고 싶은데 왜 내 눈에는 자꾸 뭔가가 밟히는 지 모르겠다. 꼭 이런 감흥을 주는데 이런 식으로 써야만 했을까 라는 그런 생각이 든다는 거다. 같은 감흥을 줘도 아름답게 그릴 수 있는데 나에게는 결코 이 소설은 그렇지 않았다는 거다. 기분 나쁜 아름다움이었다.


왜 황금 물고기인가?

책의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주인공 라일라라는 소녀의 말들 속에 자신을 물고기인 것처럼 표현한 부분들이 많이 보인다. 그물로 자신을 잡아두려고 했다는 그런 얘기들. 그래서 라일라는 자유를 갈구하면서 얽매이지 않으려고 한다. 어린 애 치고는 용감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자신의 삶이라는 것을 방관자적인 입장에서 내동댕이 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너무 어려서 아니면 어린 시절에 남들은 겪지 않는 인신매매를 당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미래에 대한 어떤 두려움도 전혀 없고 그냥 자기가 가고 싶은 대로 도망다니고 옮겨다니는 것이 얽매이지 않으려고 한다. 나는 오히려 그런 면을 보면서 노마드와 같다는 생각을 했다. 떠돌이 인생. 어디에 정착하지 못하는... 어찌보면 회피한다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는...

물론 그게 결국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자기가 있어야할 곳 그리고 자신과 같은 순수함을 갖지 못한 인간들 속에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지만 그건 말하기 나름이고 그렇게 생각 안해 본 것은 아니지만 아무리 픽션이라 해도 라일라라는 아이의 행동에는 나로서는 이해 못할 구석이 꽤나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어쨌든 그런 주인공을 일컬어서 물고기로 비유를 했던 것인데 왜 황금이라고 얘기했을까? 소설 내용은 거의 어둡고 탁한 먹색이고 라일라라는 이름 자체가 밤을 뜻하는데... 결국 인간 본연의 순수성을 가진 라일라라는 소녀가 겪은 혹독한 시련들이 우리네 세상이기에 그 속에서 순수성을 간직한 주인공 라일라는 황금 빛처럼 빛났다는 뜻이 아닐까 한다.

작가의 생각을 읽으려다 보니 이렇게 끼워맞춘 듯한 느낌이다. 솔직히 나는 그렇게 얘기하는 작가 자체를 이해 못하는 사람이다. 그건 이 소설을 좋게 보려고 해도 그렇게만은 보여지지 않는 것과도 맥락이 같다. 그런 생각을 가졌는데 왜 꼭 그렇게 적어야만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그런 생각이 안 들면서 좋은 느낌을 줬던 소설이 적어도 나에게는 아니었다.


나는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이니 나름대로 보는 기준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또한 내가 '황금 물고기'가 아닌 다른 소설을 먼저 접했다면 작가에 대해서 다른 생각을 가졌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르 클레지오의 작품은 이 소설을 통해서 접했고 초반에는 재밌게 읽으면서도 점점 눈살이 찌푸려지고 꼭 이렇게 그려야만 하는가 하는 생각에 책을 덮기도 했기에 그렇다.

나중에 결론을 보면서 뭐랄까 아직 작가는 인간에 대해서 깊이 있는 고찰을 해본다던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삶의 아픔들을 느껴본다던지 한 적이 없는 듯이 느껴졌다. 뭐랄까 세상을 너무 모른다고 해야하나?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꼈다.

인간이 인간 속에서 인간다울 수 있다면 그것인 현대문명이든 미개문명이든 그 속에서도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들은 서로 도우면서 살고 있다. 때로는 싸우기도 하고 남을 속이기도 하고 하지만 그것 자체가 옳고 그름을 논하기에 앞서 인간이 서로 얽혀 사는 세상이라는 것 그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면 항상 옳은 말만 하고(옳은 말은 누구든지 하지.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닌데) 밸런스 없는 현실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마치 산사의 땡중이 너무 힘들어하는 속세의 인간들에게 하는 얘기처럼 들렸다. 맞는 얘기 모르는 게 아니지만 어쩔 수 없는 마음, 얘기를 하면 그래도 풀려도 현실로 돌아오면 그게 안 되는 그 마음을 속세를 떠나 아무런 불협화음이 발생하지 않는 그 곳에 있는 사람이 얘기한다는 것이 사실 한계가 있는 법이다. 이 소설은 나에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황금 물고기 
J.M.G. 르 클레지오 지음, 최수철 옮김/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