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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격투기

UFC 92: 호드리고 노게이라 vs 프랭크 미어



UFC 92 경기가 있던 날, 밖에 나갔다가 돌아오자마자 아직 인터넷에는 올라와 있지 않길래 웹하드에서 다운을 받아서 경기를 보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보는 호드리고 노게이라의 모습은 살이 쪄 있었는데 아무래도 파워를 업하기 위한 체중 증가로 보였다.

체중 증가에 따른 적응을 못한 탓일까? 아니면 프랭크 미어의 전략에 말려든 것일까?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이번 경기의 호드리고 노게이라는 정말 무기력했다. 지금까지 내가 알던 호드리고 노게이라와는 좀 다른 모습이었던...

생애 첫 KO패를 당한 호드리고 노게이라. 얼음 주먹 효도르에게 파운딩을 당해도 견뎌냈던 노게이라였는데... 종합 격투기야 다운을 당해도 그라운드에서 잘만 하면 얼마든지 정신 차리고 역전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데 이번에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노게이라는 열심히 하는 선수니까 체증 증가에 따른 적응 훈련도 많이 했을 거라 생각하는데, 펀치 스피드가 조금은 느리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정확도가 많이 떨어졌었다. 혹시 한쪽 눈이 안 보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한쪽 눈이 안 보이면 거리 감각이 둔해져서 그럴 지도...

어쨌든 완패다. 프랭크 미어 정말 잘 싸운다. 뭐라 흠 잡을 것 하나 없이 깨끗하게 이겨서 노게이라도 할 말이 없을 듯. 다만 파운딩 공격에서 너무 빨리 Referee Stop을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계속 반복되는 화면을 보고 있으니 방어 자체를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던 지라 충분히 수긍이 간다.

수많은 사람들과 싸웠던 노게이라에게 이번 패배는 정말 자신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 듯 하다. '나 아무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벌떡 일어났지만 잠시 휘청거리는 그 모습이 노게이라는 정말 승부욕과 정신력이 강한 선수라는 것을 다시 느끼게 했다. 그런 그였기에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고개를 떨구는 모습은 팬으로서 안타깝기도 했다.

지금껏 수십년동안 연마했던 것이 안 통하면 참 답답하다. 그러나 또 노게이라는 더 열심히 훈련해서 돌아올 것이라 믿는다. 효도르에게 생애 첫 패배를 맛보고 나서 재대결 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비록 그 때는 효도르의 이마가 찢어져서 No Contest가 되었지만. 그 때의 노게이라는 예전의 노게이라가 아니었다. 복싱 테크닉을 장착했던 새로운 노게이라였으니...

이제는 또 한 번 자신의 기량을 업해야할 시점인 듯 하다. 아무리 내구력이 좋아도 항상 맞으면서 가까스로 역전을 시켰던 자신이었기에 이번에는 파워를 업하기 위해 체중 증가까지 하고 나왔는데 이런 결과가 나왔으니 본인은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프랭크 미어. 조금 덤벙댄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자신감 넘치는 모습은 보기 좋았어도 중간중간의 표정들이 뭐랄까 조금은 건방지다는 생각도 들었다. 언젠가 자신을 그렇게 만드는 사람 앞에서도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그래도 이번 경기 만큼은 정말 너무 잘 싸웠다. 브록 레스너와의 타이틀 매치에서도 좋은 경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