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개인 성향은 누구나 아는 이상적인 얘기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현실감이 결여되기 쉽고 치우쳤다는 겁니다. 한 쪽 방향으로 쏠렸다는 거지요. 그건 정치에서도 사회에서도 곳곳에 보입니다. 현실감을 가지라는 얘기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 생각하면서 지향하는 이상향을 위해 단계적으로 서서히 변화의 요인을 만들어가야 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보통은 많은 사람들의 지지나 사랑을 받는 경우에 듣고 싶어하는 얘기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이상적인 얘기만 하는데 전 이런 얘기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 또한 긍정적인 여론 몰이 중의 하나이긴 하지만 결코 바람직한 여론 몰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요. 그 사람이 바른 생각을 가졌다 해도 그 사람을 판단하는 것과 그 사람이 내놓은 의견을 판단하는 것은 별개입니다.
외국 사례를 한국에 적용?
외국의 사례가 있다고 합시다. 그래서 외국에는 이런 경우가 있으니 우리 나라도 이렇게 해야한다고 생각합시다. 그러나 그건 외국의 사례일 뿐입니다. 참조 이상의 가치는 없습니다. 이는 경영에서 외국 기업에서 이렇게 한다고 그대로 모방하는 것에 지나지 않지요. 우리 것화 해야 합니다. 그럴려면 언급한 그 외국의 사례가 왜 우리 나라의 지금 현실에 접목을 해야하는지 그 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다른 대안들과 비교해서 이게 왜 더 나은지 등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 외국 사례를 근거로 들면서 이게 맞다는 식의 얘기를 합니다. 누가 몰라서 안 하는 것이 아니지요. 그건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지 현실에 접목시킨다는 관점에서 보면 또 달리 생각해야 되는 문제입니다. 이는 마치 이와도 같습니다. 1,000억 짜리 회사가 되고 싶다고 얘기를 합니다. 그럴려면 상품의 개수가 100개 이상이 되어야 하고 근로자 수가 1,000명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얘기죠. 그러나 1,000억 짜리 회사는 1억, 10억, 100억 단계를 거쳐서 1,000억이 되는 겁니다.
우리 나라 기업 중에서 시간 외 수당 엄밀히 따져서 주는 데가 있습니까? 물론 노조가 있는 경우는 얘기가 다르긴 하겠지요. 그러나 지식 노동자의 경우에는요? 외국에서는 그런 게 일반화 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아닌 국가도 있기는 하겠지만 적어도 제가 들은 여러 나라들의 경우에는 그랬습니다. 즉 외국와 우리 나라는 다릅니다. 우리 나라 여건보다 외국의 여건이 다르다는 것을 일단 잘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사례를 활용한 접목도 잘 활용을 해야 하는 겁니다.
경쟁 심리 그리고 분위기
근무시간을 줄여서 임금을 낮추는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합시다.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그렇게 해서 임금도 낮추고 근무 시간도 줄였습니다. 초반에는 지켜지겠지요. 근무 시간은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이는 인간의 경쟁 심리 측면에서도 해석이 가능하고 기업 분위기 측면에서도 해석이 가능합니다.
1) 인간의 경쟁 심리
어떤 누구는 근무 시간 단축 했다 하더라도 기존과 똑같은 시간동안 일을 하고 더 좋은 성과를 냅니다. 게다가 임금도 낮추었고 말입니다. 이 사람이 진급하겠습니까? 아니면 일은 잘 하고 성과도 비슷하지만 단축된 근무 시간에만 근무하는 사람이 진급하겠습니까? 여러분이 경영자라고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2) 기업 분위기
예전에 삼성 SDS에 강의 나갔을 때 삼성 직원들에게 들었던 얘기였지요. 일찍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는 제도를 도입했더니 처음에는 일찍 퇴근해서 같이 술 마실 사람이 없다고 하더군요. 그러다 퇴근 시간이 미루어지더라는 겁니다. 왜? 윗사람들이 퇴근하지 않으니 눈치가 보인다고. 분위기가 그런데 어찌 하겠습니까?
그것을 두고 직원을 탓할 수는 없겠지요. 만약 경영자 측에서 상급자들에게 비밀리에 그런 지시가 내려왔다고 합시다. 늦게 퇴근하라고 말이죠. 그렇다면 경영자를 탓해야겠지요. 어떤 누가 자신의 입신 양명을 위해서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 분위기를 잡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들을 탓할 수 있을까요? 밉기는 하겠지만 탓할 문제는 아니지요.
지식 노동자
지금은 지식 사회입니다. 지식 노동자들이 몇 시간 더 일한다고 해서 꼭 더 나은 결과물을 창출할 수는 없겠지요.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지식 노동자는 근무 시간을 단축시켜 해당 일에 다른 사람을 고용해서 투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많은 loss가 생길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공장 노동자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장 노동자는 작업자를 다른 사람으로 대체하기가 그나마 편합니다.
그러면 근무 시간을 단축시켜서 인력을 더 충원하여 일의 효율성을 높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일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도 있는데 그것을 그냥 지켜봐야겠습니까? 아니면 남들이 뭐라 하고 비판해도 근무 시간을 단축시켜 잡 쉐어링을 안 하는 게 맞겠습니까? 제가 경영자라면 상황을 판단하고 아무리 남들이 저를 욕한다고 해도 안 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면 안 하려고 할 겁니다.
근로 시간 단축을 통한 임금 낮추기 심리
제가 기존에 적은 글이 있는데 그것이 더 낫다고 얘기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단지 잡 쉐어링이라는 말로 대안이라고 하는 것이 그다지 현실감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를 하는 거지요.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다릅니다. 저는 이 문제를 잡 쉐어링으로 얘기했던 게 아니라, 고통 분담이라는 말로 포장을 했기 때문에 그건 아니라는 얘기를 했던 거지요.
저는 사회적인 현상에 대해서는 얘기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얘기가 나올 수 밖에 없고 저는 그것 자체를 비생산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그냥 그런가 부다 하고 제 생각만 갖고 있으면서 저 사람은 저렇게 생각하는군 하고 생각하지요.
대졸 초임 임금만 줄이겠다는 결정은 충분히 여론 몰이 하면 바꿀 수 있습니다. 대졸 초임 임금만이 아니라 대의적인 고통 분담에 동참하자는 식으로. 그러나 근로 시간 단축에 대한 얘기가 많은가 봅니다. 그게 잡 쉐어링의 한가지 방법으로 말입니다. 잡 쉐어링 자체를 두고 이게 맞다는 얘기라는 겁니다. 그런데 그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지요.
게다가 저는 이런 생각까지도 해봤습니다.
근로 시간을 단축하면서 임금을 낮추면 근로 시간을 연장해서라도 일자리를 얻으려고 하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전체임 다 임금을 낮추면 근로 시간이라도 단축하자는 얘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냥 가만히 앉아서 당하는 것보다 뭐라도 하나 얻어 보자는 생각? 뭐 그런 생각 말입니다.
그런데 보통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요. 왜 자기 편 들어주면 그 사람 좋은 사람이 되는게 인지상정이니까 말입니다. 안 그런 사람 못 봤습니다. ^^ 특히 돈에 있어서는 더욱더 말이지요. 아무리 바른 생각을 가졌다 해도 이런 경우의 사람은 보지 못했다는 겁니다. 어차피 인간은 매한가지라는 것이죠.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근로 시간 단축을 통한 임금 낮추기는 조건이 붙는 겁니다. 근로 시간 단축을 해줘야 임금을 낮춘다는 거지요. 이 논리는 뭐 하나 줘야 뭐 하나 내놓겠다는 겁니다. 고통 분담이라는 얘기하고도 좀 안 맞습니다. 고통 분담은 하겠는데 내 손해 나기는 싫다는 거로 보이기도 합니다. 있는 사람들이 가진 사람들이 조금 나눠서 없는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자는 건데 가진 사람들은(그게 고액 연봉자는 아니더라도) 뭔가 혜택이 있어야 임금 낮추자는 얘기 아닌가요?
다같이 동참하는 거니까 그런 게 아니라고 합시다. 그러나 근로 시간 단축 하지 않고서 임금을 낮추는 데에 동참하는 것이 더 순수해보입니다. 저는 적어도 그런 생각이 드네요. 받을 꺼를 생각하면 그거는 베품이 아니지요. 돈을 빌려주듯이 상대에게 빚을 지우는 겁니다. 베풀 때는 받을 꺼를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야 그 베품이 가치를 발휘하는 것이지요. 이 생각 자체가 이상적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