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영화

용의자 X의 헌신: 아무도 못 푸는 문제를 푸는 것 vs 그 문제를 만드는 것


나의 2,815번째 영화. 이런 내용인줄 모르고 보긴 해서 다소 아쉬움이 남는 영화다. 한 사건을 두고 친한 친구인 두 천재(물리학자와 수학자)들의 두뇌 플레이인 줄 알았다면 나름 눈여겨 보려고 노력을 했을 터인데 말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대부분의 미스테리물과 비슷한 구조를 띄고 있다. 시종일관 어디에 초점을 맞추면서 복선을 깔고 마지막에 다시 뒤집는다.

나는 영화 내용 중에 스토리 이외에 몇몇 관심 있는 부분들이 언급이 되어서 꽤나 진지하게 봤던 영화이긴 하지만 내용의 전개가 긴박하거나 스릴이 넘친다거나 하지는 않고 잔잔하기에 꽤 볼만했던 영화 정도라고 본다. 내 개인 평점 8점의 추천 영화인데 나도 원작 소설은 보지 않은 터라 원작을 본 사람들은 어떻게 볼 지는 모르겠다. 추리 소설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정말 좋아했었는데...

용의자 X의 헌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현대문학


물리학자 vs 수학자: Physicist vs Mathematician

보통 논리적이라거나 사고력이 뛰어난 학문이나 분야를 꼽으라고 하면 대표적으로 꼽는 것이 물리학과 수학이다. 경영에서는 전략이 가장 유사하겠지만 전략은 따로 떼어서 얘기하기가 곤란하다. 어느 곳에서는 전략은 필요하고 이러한 논리적인 사고는 꼭 필요한 법이니까 말이다. 어쨌든 물리학과 수학을 공부할 때는 기본적으로 논리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유추나 추론과 같은 그런 논리적인 사고를 담당하는 뇌의 부위는 전두엽의 앞쪽인 전전두엽이 담당한다.

한가지 얘기하고 싶은 게 있다. 뇌에 대해서는 학계에서 널리 인정되는 것을 나도 따를 뿐이다. 그것을 내가 검증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뇌는 그렇게 부위를 나누고, 각각의 기능을 명시한다고 해서 결코 한 부위가 그 기능만 담당할 수는 없다. 복합적이다. 이는 서양에서 자주 보는 문제의 접근 방식인데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을 비교하면서 너무나도 많이 봐왔던 문제이다.

멘사 때문에 뇌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서적을 뒤져보고 참조할 만한 문서를 뒤적거려 본 게 벌써 4~5년이 전 얘기다. 게다가 지금 내가 집필중인 책은 이러한 것들과 꽤 밀접한 연관이 있다. 뇌에 대해서 직접적인 언급을 하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어쨌든 적어도 뇌라는 것은 아직 온연히 매커니즘을 밝히지 못했고 매우 복잡하다. 그러나 문제의 접근 방식 자체를 달리하면 전혀 다른 것들이 보이게 마련인 법이다. 

마치 과학에서 얘기하는 불확실성의 원리와도 같다. 과학에서도 관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내가 과학만을 맹신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뭐든지 밸런스가 중요한 법이다. 치우치지 않는...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 지는 내 책에 온연히 담겨 있다. 단지 내 책의 주제가 그것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기에 잘 캐치를 해야겠지만 말이다.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
한스-게오르크 호이젤 지음, 배진아 옮김, 이인식 감수/흐름출판

최근에 이 책이 뇌에 대해서 꽤나 독자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켰던 듯 싶다. 이 책 나도 읽었는데 이 책에서 간과하고 있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는 것 또한 얘기해주고 싶다. 아직 리뷰를 적지도 않았고 언제 적을 지도 모르겠고 적는다고 해서 그런 부분을 꼼꼼히 얘기할 지도 모르겠지만 읽어보고 나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역시 서양에서 믿고 따르는 학문을 맹신하면 항상 새로운 것만 찾다가 그 속에 오히려 빠지기 쉬운 법이다. 그러나 꽤나 볼 만한 부분이 많았던 것만큼은 사실이다. 단지 나는 맹신하지는 말고 가려서 듣기를 바랄 뿐.

또한 게다가 공간과 입체에 대한 뇌의 부위는 두정엽이다. 이는 물리학에서는 운동, 수학에서는 도형을 배우는 데에 필요하다. 물론 두정엽이 발달하는 시기는 전전두엽보다 훨씬 빠르긴 하지만 말이다. 이렇듯 물리학과 수학은 사고하는 부위가 비슷하다. 그만큼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에서의 기본 틀은 비슷하다는 거다. 단지 물리학은 실험을 통한 검증을 하고 수학은 실험이 없을 뿐.


리만 가설: Riemann Hypothesis


예전에 <페르마의 밀실>이라는 영화를 봤다. 그 영화 속에 등장하는 수학자들 중에서 내가 모르는 수학자도 있었기에 영화를 보고 나서 찾아보기도 하다가 아직까지 미해결 문제로 남아 있는 문제들을 접해봤는데(내가 풀 것은 아니지만 조사 차원에서) 그 때 리만 가설도 있었다.


영화 속에서 물리학자는 친구인 수학자에게 검증을 부탁한다면서 제시했던 것이 바로 리만 가설이다. 6시간 만에 물리학자의 증명에는 오류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던 수학자. 왠지 모르게 난 이 둘의 관계가 퍽이나 인상적이었다. 지적인 담론을 즐기고 서로를 인정하는 그런 모습들 말이다.

어쨌든 리만 가설은 힐버트의 기본문제 23문제 중에서 아직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는 3개의 문제 중의 하나로 위의 링크에 있는 문제들 중에 8번 문제가 리만 가설이다. 현재까지 150여년 정도 이 가설을 증명해낸 사람이 없다. 수학에 관심이 있다면 도전해보시라~ 난 관심이 없어서... ^^


아무도 못 푸는 문제를 푸는 것 vs 그 문제를 만드는 것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도 같은 듯한 얘기다. 영화의 대사 중에 물리학자가 친구인 수학자에게 던진 질문이다. 무엇이라 얘기하기가 참 애매하다. 때에 따라서는 아무도 못 푸는 문제를 푸는 것이 더 어려울 수도 있고, 그 문제를 만드는 것이 더 어려울 수도 있겠다.

그 문제를 만드는 사람이 그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지금까지 미해결된 문제들이 수학사에 존재하는 것처럼 문제를 만들었다고 해서 반드시 그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문제를 만드는 것은 그 문제를 순수하게 자신이 만들었다기 보다는 그 문제를 발견했다고 할 수도 있는 문제이니 말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문제를 만드는 것은 수학자였고 아무도 못 푸는 문제를 푸는 것은 물리학자였다. 결론은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면 영화를 보던지 책을 보시길... ^^ 그게 이 영화의 재미인데 말이다. 그것을 얘기해주면 영화가 재미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