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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디지털

온라인 관계는 화장한 얼굴로 대하는 모습

어제 저녁에 친구 녀석한테 전화가 왔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거의 보지 못했다가
정식이의 결혼식 때 보고 연락처를 주고 받았던 범진이 녀석한테서.
블로그를 봤다는 거다. 2시간 정도 보고 전화를 한다는 거다.
가끔씩 이렇게 블로그를 보고 연락이 오는 경우가 이따금씩 있다.

범진: 나는 니가 지난 날에 했던 일을 알고 있다. 다 공개해뿐데이.
나: 범진아, 내가 만나는 사람들 중에 무서운 사람들 많거든. 조용히 생매장 시켜주마.
범진: 카테고리별로 만들어서 낱낱이 까발리뿐데이. OO 사건이며, OO 사건이며
나: 그래. 나도 한 번에 생매장은 안 시킨다. 서서히 죽이주꾸마.

고등학교 친구들끼리의 대화는 항상 이런 식이다.
원래는 기본적으로 욕을 섞어가면서 하는데 글로 쓰는 거라 뺐다.
웃자고 하는 얘기지만 그만큼 고등학교 때 같은 경험을 공유한
친구들과의 대화는 그 시절을 회상하게 하는 듯 하다.

범진: 함 찾아가꾸마.
나: 돈 있을 때 온나. 요즈음 힘들다.
범진: 우리가 얼라가. 우리 정도 되마 얼굴 보러 가는 기지 뭐 얻어먹으러 가나.

기특한 녀석. 많이 컸네. 이런 게 친구들의 돈독한 우정 아니겠는가?
나는 그 녀석을 생각해주고 그 녀석은 나를 생각해주고.
한동안 글을 안 썼지만 집필이 끝났으니 이제 블로그에서 보자고 했는데
이 녀석도 블로그 하고 싶은 모양이다. 하고 싶다면 초대권을 보내준다고 했는데...

*  *  *

요즈음 나는 온라인의 관계라는 게 그리 신뢰할 게 아니라 생각한다.
항상 좋은 얘기만 하려고 노력하고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세상.
그게 어찌보면 맞게 들릴 지도 모르지만 그렇기 때문에 한 인간에 대해서
포장될 수밖에 없다는 것 또한 분명히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인간이면 때로는 감정에도 치우쳐 격하고 싸우기도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그게 자신에게 손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관계를 맺고 관계를 맺으면 그 사람을 탓하지 못하는 세상에서
관계라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난 모르겠다.

좋은 얘기를 해주면 그게 진심일까? 그걸 이용하는 사람도 많은 걸.
티격태격 싸우더라도 맨투맨으로 보고 남자답게 툴툴 털면서 악수하는
그런 곳에서 진정한 마음의 공유가 생기지 않을까?

매번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화장한 듯한 글을 쓰는 곳에서
믿음이나 관계라는 게 무엇인지 난 솔직히 모르겠다.
그래서 난 온라인 관계는 신뢰하지 않기로 했다. 그건 단지 참조사항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