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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박쥐: 뭔 인간의 양면성? 난 전혀 와닿지 않더만


나의 2,832번째 영화. 박찬욱 감독하면 <올드보이>부터 떠오른다. 물론 그의 작품들 중에는 그다지 와닿지 않았던 작품도 많아서 가려서 보는 편인데(난 한국 영화는 어지간해서는 잘 안 보려고 한다.) 이번 작품은 개봉전에 칸느에 출품했느니 통과했느니 하는 말들이 많아서 뭔가 있나보다 하고 봤는데 꽤나 실망했던 영화다. 서강대학교 철학과 출신인 박찬욱 감독은 여기에 어떤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으려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그다지 와닿지 않았다. 개인 평점 6점의 영화.


인간의 양면성: 선(善)과 악(惡)

인간의 양면성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하자. 몸은 피를 원하는데 사람이 그러면 안 된다고 마음을 다스리는 신부. 그게 인간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을까? 이미 사람이라 할 수가 없는데 말이다. 겉보기에 사람같이 보여도 생물학적으로 사람이라고 할 수 없는데 여기서 인간의 양면성을 논하는 건 그다지 의미가 없다고 본다. 차라리 <다크 나이트>와 같이 선과 악을 확실하게 대비시켜주되, 양쪽 다 인간으로서 충분히 수긍할 만한 당위성을 부여해주는 게 훨씬 낫다.


지저분한 로맨스

한국 영화하면 로맨스를 배제하지 않을 수 없다. 드라마에서도 그렇지만 영화에서도 첨가제처럼 항상 따라다니는 로맨스. 그런데 이 영화의 로맨스는 솔직히 지저분하다. 신부라는 사람이 비록 몸은 뱀파이어라서 피를 원한다지만 온전한 뱀파이어 생활을 하기 위해 신부의 굴레를 벗어나기 전에 여자의 유혹에 그리 쉽게 넘어가다니. 캐릭터를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가 없다. 뭔 인간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건데? 앞뒤가 맞아야 이해를 하던가 하지. 게다가 상대는 친구의 아내가 아닌가?

게다가 정사씬이 그다지 맘에 안 든다. 하나만 지적하자면 송강호가 김옥빈의 팬티에 손을 넣어서 만지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런 장면은 영화 내용에서 그리 중요하지도 않고 그런 장면 없어도 얼마든지 영화 홍보 카피로 활용할 화끈한 정사씬은 연출 가능하다. 난 이런 장면들 보면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해야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같은 뱀파이어라도 <트와일라잇>은 아름답게 보이더만 <박쥐>는 왠지 모르게 지저분하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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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한 영화에 대한 평은 다르겠지만 난 이 영화가 인간의 양면성을 보여주기에는 부족함이 많다고 생각하고 내용 전개 중의 로맨스는 짜증나기까지 했다. 이따금씩 몇몇 장면들이 재미를 주긴 했지만(위 장면과 같이 말이다. 위 장면은 병원에서 피를 쪽쪽 빨아먹는 모습) 그렇다고 이 영화를 좋게 평할 수는 없을 듯하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잘 골라서 봐야할 듯.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와 같은 영화도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