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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똥파리: 웰메이드 한국 영화


나의 2,839번째 영화. 개봉한 줄도 몰랐는데 우리나라에서 개봉을 했었나 보다. 아마도 곧장 내려온 듯 한데 이런 영화가 흥행 못한 게 퍽이나 아쉽다. 사회의 소외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의 삶인데 욕이 많이 나오고 폭력이 난무하며 TV 뉴스에서나 볼 듯한 가족 관계가 사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거부감을 주고 공감대를 불러 일으키기 힘들 순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보면서 몰입할 정도로 재미있었고 짠하기까지 했던 영화였다. 개인 평점 10점 만점에 10점.


욕: Slander

주인공이자 감독인 양익준의 과거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내뱉는 욕이 정말 리얼하다. 욕을 많이 안 해본 사람이라면 이렇게 욕이 자연스러울 수가 없다. 담배를 피워도 담배 피는 모습을 보면 어느 정도 담배를 피웠는지를 대충은 알 수 있는데 욕도 매한가지다. 욕 안 하고 산 사람은 이렇게 자연스레 욕하기 힘들다. 항상 입에 달고 다니는 "씨발럼아"는 아마도 양익준 감독이 소시적에 항상 입에 달고 다녔던 욕이 아닐까 싶다. 욕이 입에 배이지 않으면 이런 발음 나오기 힘든디.


"뭘 째려보냐? ... 관상보냐 이 쌍년아?"
"아주 욕을 입에 달고 사네. 미친새끼."
...
"야, 너 이거 치료비 너무 약해. 연락처 줘."
"와 씨바 이거 완전 여자 건달이네. 너 학교에서 잘 나가냐? 몇 학년이냐 쌍년아?"
"3학년이다 왜? 넌 학교나 나왔냐? 병신같은 새끼"

주인공 상훈이야 그렇다 쳐도 고등학교 3학년 연희도 보통내기가 아니다. 둘의 공통점은 불행한 가족사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처음에 연희를 보면서 뭐 이런 여자애가 다 있냐는 생각이 들었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연희가 그러는 이유나 상훈이 그러는 이유도 자연스레 이해하게 되고 둘의 관계가 오히려 더욱 인간적이고 순수해보인다.


담배: Cigarette


그리고 주인공은 항상 담배를 물고 다닌다. 거의 모든 장면에서 담배를 안 피우는 장면이 없었을 정도로 영화 촬영 중에 담배를 엄청 많이 피운 듯. 그가 즐겨 피우는 담배는 88. 담배 피우는 모습마저도 매우 자연스럽다. 정말 감독이 원래 양아치 생활을 했던 것처럼 말이다. 똑같은 담배를 피워도 그런 자세와 그런 표졍으로 담배를 피운다는 건 그렇게 해보지 않고는 연기만으로 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은데.


침: Saliva


원래 담배 많이 피는 사람이 침을 많이 뱉기는 하지만 영화에서는 매우 중요한 계기를 마련해주는 역할을 한다. 바로 연희를 만나게 해주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가족'으로 인해 상처 받고 슬퍼했던 상훈이지만 항상 가슴에 묻어두고 있던 단어 '가족'에 대해서 해소의 실마리를 마련해주는 역할을 해주는 게 연희다. 엄연한 의미에서 가족은 아니지만 연희가 있음으로 해서 자신도 가족의 구성원으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고 연희의 말을 들으면서 자신의 직업에 대해서 잘못되었음을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사람으로 바뀐다. 아무리 강한 남자도 여자보다 강할 순 없다.


폭력: Violence


최근 문제시 되는(아마도 예전부터 있어왔겠지만 이제서야 수면 위로 부각된 것이겠지만) 패륜 행위를 일삼는 상훈이지만(영화에서 상훈의 가족사를 보면 그럴 만도 하지만 그래도 그런 패륜 행위가 용납될 수는 없다.) 어릴 때 '가족'으로 인해 상처를 받았기에 비록 그가 돈을 받기 위해 사람들을 패고 다녀도 자신과 같은 경험을 아이들이 주고 싶지 않은 마음에 자신의 아버지와 같은 사람은 애들 보지 않는 데서 뒤지게 패주고, 반대의 경우에는 독하게 돈을 받아내는 상훈이라도 그냥 넘어간다.


가족: Family


이 영화는 불행한 가족사를 경험한 이들을 통해 '가족'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만들어준 영화였다. 그네들과 같은 불행한 가족사를 경험하지 않은 우리지만 그들의 가족사를 통해 아무리 우리가 서로 상처를 주기도 하는 '가족'이지만, 물보다 진한 피로 맺어진 '가족'이기에 어절 수 없다는 걸 잘 보여주는 듯하다. 그런 해소의 과정 속에 '가족'에 대해서 진지하게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준 영화였다.

오 헨리의 단편에서 모티브를 얻은 듯한 마지막 결말은 짠한 감동을 준다. 안타까운 마음에 눈시울이 붉혀질 정도로 말이다. 영화의 내용이나 배우들의 연기 모두 훌륭했고 어떤 기교 없이도 2시간 10분이라는 긴 러닝 타임 동안 몰입하게 만들었던 영화다. 비록 국내에서의 성적은 좋지 못하지만 외국에서는 많은 상을 받은 영화로 앞으로 이런 영화가 많아지길 바란다. 정말 오랜만에 보고 나서 만족스러운 영화였던 듯.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