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잘 보내드리고 왔습니다. 가시기 직전에 지금까지 모은 돈 일부를 기부하고 가셨더군요.
6.25 사변 때 월남하셔서 어렵게 7남매 키우시던 습관 때문에 항상 근검절약하시는 분이신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와중에도 조금씩 조금씩 돈을 모으셨다는 게 의외였습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기에 더욱더 할머니가 존경스럽기까지 했습니다.
먹고 싶은 거 안 먹고, 입고 싶은 거 아껴가면서 모으신 돈이기에
절대적인 액수로는 크지 않아도 할머니의 형편을 생각하면 큰 돈이기에
많이 놀라기도 했지만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밝히지 않으셨다는 게 놀라울 따름입니다.
TV에서 어렵게 살면서 모은 돈 기부하는 것은 봤어도
가까운 분 중에 그것도 가족 중에 그런 분이 계시리라고는 생각치 못했었습니다.
평소에도 전혀 그런 내색을 하지 않으셨고 어렵게 어렵게 사셨는데
항상 마음의 준비를 하면서 그렇게 준비를 해오신 것을 보니 참 존경스러웠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생전에 좀 더 살갑게 대하지 못한 장손인 제가 미안스러웠지요.
천만원 정도 기부하셨는데 기부하신 돈 좋은 데에 쓰이길 바랍니다.
장례식을 치르면서 사람은 많이 성숙해지는 듯 합니다.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가까운 사람을 떠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고,
나는 어떻게 살았나 하는 반성도 해보는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할머니를 떠나보내는 아쉬움은 남아 있지만 목사님의 말처럼
고통이 없는 좋은 곳에 가셔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라 믿습니다.
저 또한 할머니 영정 앞에서 맹세한 약속 꼭 지킬 수 있도록 저도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