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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전 처음 사보는 크리스마스 케익


사실 저는 집에 들어올 때 뭔가를 사서 들어와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그만큼 그런 데에 익숙치 않은 저였지요. 문제 많은 아빠입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아들 데리고 백화점 가서 이쁜 옷도 사주고 그랬지요.
할머니 돌아가시고 난 다음에 참 많이 변했습니다. ^^


크리스마스 이브 때 귀가하는 길에 크라운 베이커리에서 파는 케익이
눈에 밟히더군요. 케익은 오래 두면 상하기 때문에 아들이 먹기에
적당한 조그만 케익 하나를 샀습니다. 저는 그다지 케익을 좋아하는 편이 아닌지라.


얼마 되지 않는 가격의 케익에 촛불 하나 꽂았을 뿐인데 아들은 무척 신이 났습니다.
백화점에서 옷 사줄 때는 좋아하는 기색도 없더니 말이죠.
아들은 백화점만 가면 에스컬레이터만 찾습니다. T.T
옷 입혀본다고 옷을 벗겼더니 내복만 입고 도망다닙니다. 
술래잡기 하는 줄 알았나 봅니다. 미치는 줄 알았죠. ^^


사은품도 주더군요. 아마도 사은품 가격도 케익에 포함이 되었겠지요. ^^
항상 저는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합니다. ^^ 어쨌든 사은품 때문에 케익을 산 게 아니라
케익을 보고 좋아할 아들 그리고 같이 케익 먹을 모습을 상상하면서 샀던 건데
덤으로 루돌프 인형과 목도리를 얻었습니다. 싸구려 티가 나는...


크리스마스 이브인지라 할머니와 교회를 가서 집에 없던 아들.
돌아오자마자 저를 찾습니다. 항상 집에 들어오면 아들이 하는 소리는 이겁니다.
"아빠 없어? 아빠 왔어?" 그렇게도 아들은 아빠를 좋아합니다.
교회에서 뭘 얻어 먹으면서 왔는지 입술 주변에는 뭐가 묻어 있습니다.
비록 사은품으로 받은 싸구려 목도리지만 아들 목에 두르니 꽤나 어울립니다. ^^

올해도 다 갔습니다. 이제 아들은 내년이면 7살이 되네요.
소아정신과 의사들의 별의별 얘기에 참 어이 없어 하기도 했지만
저는 제 판단을 믿었습니다. 당신들 우려가 돈을 벌기 위한 심리적 협박인지
아니면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내가 지금껏
알고 있는 지식으로는 결코 그렇게 판단할 수가 없다고 생각했지요.

지체 장애 등급 수준 정도로 판정이 났었지만 그런 판정이 무색할 정도로
아들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단지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어서 그랬을 뿐
저는 제 아들의 머리를 의심한 적이 없지요. 그건 항상 지켜보면서
봐왔던 부분이니까요. 단지 산만해서 그렇지 배우면 매우 빠르게 터득하는
아들 녀석이지만 아직 많이 모자란 건 사실입니다.

그래도 전 아들이 뭔가를 하나 더 알고 모르고에 연연해하고 싶지 않습니다.
사람으로서 지켜야할 것, 남자로서 줏대있게 사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을 뿐이지요.
아들 커가는 모습보면 참 세월 빨리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더 크고 나면 아빠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려 놀려고 하겠지요?
그 때가 되기 전에 많이 지내야 될텐데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상하게도 아들이 자라면서 더 친해질 꺼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만큼 아들이 크면서 멋진 아빠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거든요.
지금은 세상을 모르고 철이 없어서 그렇지만 자라면서
참 많은 대화를 하고 재미난 경험들을 같이 해갈 생각이라서 말이죠.
남들이 보면 참 어이없는 부자(父子)라고 생각할 지 몰라도
저는 제 나름대로의 교육 방식을 고집할 생각입니다. ^^

올해 말에 많은 것을 반성하고 많은 것을 느끼면서 말과 행동도 많이 변한 저이기에
내년도에는 올해 느낀 바를 더욱더 실천하면서 아들과 친해지려고 노력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