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873번째 영화. 어떤 내용인지 모르고 봤는데 내 두번째 닉네임인 정론직필과 내 두번째 아호인 필은(筆隱)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케 하는 영화였다. 물론 이 영화의 캐릭터들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어떤 부분에서는 안다고 해서 덮어두려고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부분도 있지만 끝까지 보다 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그건 문제의 핵심이 그런 것들로 인해 흐려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이 영화를 블로거들에게 추천한다. 현재의 블로거들은 2~3년 전의 블로거들과는 얘기가 많이 다르다. 돈이라는 것과 결부가 되면서 이상 현상이 생겼고 난잡해졌다. 그게 잘못이라는 것을 스스로 느끼지도 못하고 이런 게 평생 갈 것이라고 착각하는 듯싶다. 그래서 나는 블로거들에게 이런 영화를 추천하는 바다. 개인 평점 9점의 영화.
어떤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까?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어떤 생각을 가져야 하는가라는 점이다. 그것으로 돈을 버는 게 잘못된 게 아니다. 그렇게 따지면 기자들은 다 잘못된 것일테니 말이다. 영화 속에서도 그런 게 나온다. 남들은 의원의 스캔들에 이슈 꺼리를 만들어서 특종을 잡으려고 하지만 러셀 크로우는 진실을 쫓아서 특종을 잡으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얘기를 한다.
나는 이 말을 이렇게 바꿔서 블로거들에게 얘기하고 싶다.
러셀 크로우: Russell Crowe
니콜 키드먼과 같이 호주 배우다. 나는 1992년작 <이유없는 반항>(호주 영화)이라는 작품에서 러셀 크로우를 처음 알았는데 <이유없는 반항>은 그다지 재미있지는 않았지만(동명의 영화로 제임스 딘 주연의 영화가 있다.) 배우가 맘에 들어 그 때부터 러셀 크로우를 알고 있었다.(그 당시만 해도 러셀 크로우는 무명 배우에 지나지 않았다. 호주 사람들이라면 알 지 몰라도.)
그러다 <글래디에이터>로 일약 스타덤에 올라 현재와 같이 유명해졌는데, 난 언젠가 잘 되리라 생각했다. 유명하지 않아도 뭔가 필이 꽂히면 언젠가 그 배우 뜨더라는... 종합격투기 선수들 중에서도 남들이 알기 이전에 이 선수 좀 다르다 싶으면 언젠가 뜨던데 말이다. 내가 사람 보는 눈은 있나 보다.
가장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역은 <LA 컨디덴셜>에서의 보여줬던 모습이었다. 일단 말보다는 행동이. 멋져~ 그렇게 강한 남성의 이미지를 대변했던 그이지만 연기력이 좋아 다양한 배역을 소화하는 배우인데 이번에는 진실을 쫓는 저널리스트 역할을 맡았다. 전혀 강한 이미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은근 어울린다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Online & Offline
영화에서 블로거로 나온다. 워싱턴 포스트의 신출내기 기자인데 블로거로 뽑혔나보다. 웹을 통해서 기사를 신속히 전달하는 역할. 대화 중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특종인데 왜 웹으로 퍼뜨리지 않느냐고(마지막 부근에서) 그러자 하는 말이 이렇다.
최근에 나는 디지털 보다는 아날로그를, 온라인 소통보다는 오프라인 소통을 더 중요시하게 되었는데 그건 온라인의 소통은 화장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듯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대하기 보다는 두터운 화장으로 좋은 모습만 보이려고 노력하고 상대에게 좋게만 대하려고 하는 듯한 느낌이었기에.
아무리 온라인이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효용성과 가치를 주긴 하지만 적어도 인간은 기계가 아니기에 인간과 인간의 만남이 더 의미가 있다. 쪽지를 날리고 덧글을 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실질적인 만남이다. 눈과 눈이 마주치면서 얘기할 때 그 사람이 정말 진실된 사람인지를 오감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그 느낌만 믿게 되면 낭패보기 쉽상이지만...
블로그 저널리즘: Blog Journalism
백과사전에 보면 저널리즘은 '활자나 전파를 매체로 하는 보도나 그 밖의 전달 활동, 또는 그 사업'을 말한다. 그러나 그렇게만 놓고 얘기하면 저널리즘을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다. 그것은 내가 올해 초에 떡이떡이님과 온라인 상에서 논쟁 아닌 논쟁을 했을 때 밝힌 바지만 Journalist와 Reporter는 다르다.
블로그로 옮겨보자. 돈을 받고 글을 적는 게 나쁜 건 아니다. 그러나 그게 광고로 활용되면서 거짓말을 하게 되고, 과장해서 얘기하게 되는 게 문제다. 그런 경우에 자신은 돈 몇 푼 벌었을 지는 모르겠지만 짜라시라는 오명을 벗기는 힘들다.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글을 쓰느냐에 달려있다.
그 진정성이 업체에서 적어달라는 식에 맞춰서 적는 게 아니라 그 내용에 진정성을 갖고 적느냐는 데에 달려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업체에서는 비판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즉 비평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업체가 비판적인 얘기는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럼 잘 해야지. 그게 싫다면 실력이 없는 것이거늘~
영화 속에서 워싱턴 포스트(일간지 즉 신문)의 편집장이다. 스캔들과 같은 특종을 왜 먼저 알았으면서 다른 신문에 놓쳤냐며 러셀 크로우를 나무란다. 많이 팔리는 신문을 만들기를 바라는 경영진과 진실을 알리려고 하는 저널리스트 사이에 있는 편집장.
물론 회사가 없으면 직원도 없다. 그래서 회사가 중요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회사가 어떤 가치관이나 이미지를 만들어갈 것이냐도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중요하다. 이 글을 읽으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건 현실과 다르다고. 그렇게 해서는 밥 벌어 먹고 살기 힘들다고. 비즈니스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그런 이들에게 나는 이런 얘기를 해주고 싶다.
이미 그럴 시장이라면 예견하고 다른 업종으로 바꾸든지 해야할 것이다. 끝까지 고집하고 있다는 것 그 자체가 비즈니스 감각이 떨어진다는 반증이다. 안 되는 것을 붙잡고 있다가 어떻게 해서든 살아보려고 가치관 따위는 버리는 게 비즈니스를 잘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치관이라는 건 상황에 따라 달라질 꺼리는 아니다. 그래도 끝까지 진실을 추구하는 기자의 모습을 보여준 러셀 크로우는 진정한 저널리스트였다.
그래도 지금까지 보여준 강한 남성상과는 각이 좀 다른 강한 이미지를 이 영화에서도 보여주는 듯. 러셀 크로우는 항상 좋은 역만 맡는 거 같다. ^^
<베로니카 게린>이란 영화가 있다. 한 여성 저널리스트의 집념을 잘 보여주는 영화인데 이 또한 추천하는 영화다. 이 또한 개인 평점 9점의 영화인데 케이트 블랑쉐가 주연을 맡았고 조엘 슈마허 감독이 만들었다. 위 두 영화는 네이버에서 있는 수많은 리뷰 전문 블로거들이 꼭 한 번 봤으면 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