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877번째 영화. 스펙터클한 장면이 많을 것이라 생각해서 영화관에서 봐야겠다 생각했고 개봉일에 맞춰서 영화를 봤는데 헐~ 러닝 타임이 2시간 37분이더라는... 상당히 긴 영화였는데 지루하지 않았으니 꽤 괜찮은 점수를 줘도 되겠다 싶다. 개인 평점 8점.
스펙터클한 장면: Spectacular Scene
재난영화가 갈수록 스펙터클한 장면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을 듯 싶다. 이미 많은 관객들은 지금까지 재난영화를 보면서 눈높이가 높아졌기 때문. 그에 걸맞에 이 영화 지금까지 본 재난영화 중에서 가장 스펙터클한 장면이 많다. 보통 영화에서 한 장면 있을까 말까한 정도 수준의 장면이 여기서는 많이 나온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자연재해는 다 나오는 듯. 지진, 화산, 쓰나미 게다가 지반 융기 및 침하까지. 전세계 대륙을 다 들고 엎어버린다. 그래서 볼 만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지반 융기를 동반한 화산 폭발. 마치 핵폭발 같다는... 예고편이나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에서 볼 수 없는 장면들도 꽤 있었다.
재난영화의 뻔한 스토리 구조: the Plain Story of a Disaster Movie
스토리는 뻔하다. 재난영화의 한계가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그걸 알면서 봐도 재밌는 건 또 어쩔 수 없나 보다. 왜 지반이 침하되는 속도가 주인공 달리는 속도와 비슷하다가 주인공이 안전해지면 빨라지는지... ^^ 재난영화에서 항상 보이는 부분인데 극적 구성을 위해서 필요하긴 하겠지만 뭐 알면서도 속아준다는 뭐 그런.
또한 <해운대>에서도 보여줬듯이 항상 재난영화에는 가족간의 사랑을 단골로 사용하는데 <2012>도 마찬가지다. 재난영화가 그럴 수밖에 없는 스토리를 가지기에 재난영화를 볼 때 나는 스케일이 크냐 여부로 볼 만하냐를 가린다.
그렇게 선택한 영화 <2012>는 뻔한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괜찮았던 영화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서 한 가지 떠오르는 영화가 있었다. 바로 <인디펜던스 데이>다.
롤랜드 에머리히: Roland Emmerich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그의 작품 중에는 <투모로우>, <인디펜던스 데이>가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투모로우>+<인디펜던스 데이>를 주재료로 하고 좀 더 스케일을 업하여 만든 게 <2012>인 듯. <인디펜던스 데이>도 개봉일 맞춰서 보러 갔었는데 <2012>도 그렇군... 어쨌든 <투모로우>, <인디펜던스 데이>를 본 사람이라면 <2012>를 보고 아마 나와 같은 느낌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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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Sony
이 영화에 나오는 노트북, LCD TV 모두 Sony 제품이다. 노트북 두께보고 단번에 알았는데 역시 VAIO더라는... Sony가 스폰서여서? 콜럼비아 영화사를 Sony가 인수한 지가 벌써 20년인디. 그러니 당연히 Sony 제품 밖에 안 나오지. 그러나 벤틀리에서 협찬했을 수는 있겠다. 마치 빙판길에서도 밀리지 않는 벤틀리~! CF 찍는 거 같던데.
우디 해럴슨: Woody Harrelson
갠적으로 이 장면 다음에 나오는 화산 폭발 장면이 가장 볼 만했었다. 어쨌든 화면의 오른쪽의 배우 우디 해럴슨. 이 배우는 참 싸이코나 정신병자, 또라이, 미친놈 역으로 너무 너무 잘 어울리는 배우다. ^^ <세븐 파운즈>에서는 다소 불쌍한 장님으로 나와서 어울리지 않을 듯 했는데 불쌍한 연기도 퍽 잘 한다. <2012>에서도 약간 정신병자 비슷하게 나오는데 너무 잘 어울리는 듯.
2012 종말론: 2012 Eschatology
영화 내용을 보면 아마도 2012년에 종말론이 근거가 있는가 하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다. 영화에서는 나름 그럴 듯한 근거를 내세우고 있기는 하지만 뭐든 해석하기 나름이다. 과학에 대해서 관심이 있긴 하지만 깊이 있게 아는 건 아니기에 과학적인 부분은 뭐라 말하기 뭐하다.
1) 마야력
그 외에 영화에서는 마야력을 언급하기도 한다. 지구가 5125년을 주기로 운행한다고 생각한 마야인들이 만든 달력으로 달력은 기원전 3114년부터 시작해서 기원후 2012년으로 끝난다. 마지막 날짜가 2012년 12월 21일이다.
사실 과학이 발달한 오늘날에는 이런 것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옛사람들의 문헌들을 보다 보면 과학이 발달한 지금에서도 놀라운 것들을 많이 발견하는데 그런 관점에서 보면 왜 그들은 5125년을 주기로 했는가 하는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그런 의문점에 대해서 풀어주지도 않으면서 그렇게 얘기하는 건 믿기 힘들다.
2) 주역
나는 주역을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명리학을 어느 정도 공부해봤었다.(명리학이라고 해도 내가 공부한 건... 음... 비밀~) 나름 뭔가를 느껴서 과학적인 방법으로 접근해서 공부를 했엇는데 그 이치가 매우 놀랍기는 했다. 그러나 길흉의 흐름을 충분히 인지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정확하게 언제라고 구체적인 수치(날짜)로 얘기하기는 어렵다.
또한 같은 것을 두고도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기 때문에 유의해서 봐야할 부분도 있다. 그런데 길가나 카페에서 사주팔자를 봐주는 분들의 얘기가 맞게 들리는 것은 사람은 자기가 듣고 싶은 거만 들으려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심리학 실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 학문이 도외시될 것은 아니다. 매우 체계적이고 데이터를 근거로 얘기하기 때문이다.
주역이나 명리학은 천체의 운동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인간의 길흉이 왜 천체의 운동과 연관이 있을까? 그걸 얘기하자면 길어질 듯 하니 생략하지만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냥 하는 소리는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문제는 같은 것을 두고 어떻게 해석하느냐다. 그게 중요하다. 그리고 주역을 통해 2012년 12월 21일이란 데이터를 산출했다고 하는 과학자(?)의 말을 인용한 거는 솔직히 신뢰하기 힘들다. 그 사람이 주역을 아나? 내 지인들보다도 더 모를 듯한데. 뭘 어떻게 계산해서 그 날짜를 도출한 건지...
3) 노스트라다무스
분명 남다른 사람일 꺼라 생각은 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예언자로서 그의 예언이 맞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예지력이라는 게 분명 있을 꺼라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만 문제는 그의 예언을 두고 해석하면서 끼워맞추는 후대의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이 얘기하는 해석은 난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4) 결론
내가 검증해야만 그것을 믿거나 하는 건 아니다. 그렇게 따지면 지금껏 검증하지 않고 믿은 게 얼마나 많은데. 문제는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들이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줘야 한다. 근거 없이 얘기하는 건 마케팅에서 업계 최고라고 하는 것과 똑같다. 어떤 기준에서 어떤 근거로 업계 최고라고 하는 것인지 얘기하지 못하면 그건 그네들 말일 뿐이다.
2012년 12월 21일이 멸망한다는 게 사실이라고 하자. 그걸 당신이 알았다고 하자. So What? 어떻게 할텐가? 나같으면 2012년에 지구가 멸망한다 해도 멸망하기 전까지 최선을 다하고 후회없는 삶을 산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갈텐데... 그거 믿고 어차피 죽을 꺼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 살다가 만약 멸망 안 하면 어쩔텐가?
경영이나 주식에서도 리스크 관리라는 게 있다. 자신의 인생을 모험인 양 그렇게 휘두르는 건 결코 바람직한 리스크 관리는 아니다. 어차피 예측을 하든 예측을 하지 않든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그 죽음의 시기가 얼마나 앞당겨질까 고민하기 보다는 오늘 하루를 더 보람차게 사는 게 현명한 생각이다. 그럴 때 <2012> 영화 속의 티벳 승려처럼 어떤 상황이 눈 앞에 벌어진다 해도 태연하게 되는 법이다.
예고편: Trai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