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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사람과 돈, 일과 돈

살면서 일에 있어서는 화를 내는 적이 많아도, 돈에 있어서는 화를 거의 내본 적이 없는 나다. 보통 돈을 빌려주면 언제 갚겠다고 할 때까지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기다린다. 갚을 때가 되었는데 연락이 안 오면 연락을 해보고,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다시 계획을 세워서 연기를 시킨다.

간혹 내가 자금 사정이 안 좋으면 계획을 세울 때 같이 머리를 맞대고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하면서 내 입장만이 아니라 상대의 입장을 고려한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을 넘어서서 계속된 지연이 생기게 되면 지금까지 한 명을 제외하고는 다음과 같이 생각하는 거 같다.

'여유가 있나 보네. 나중에 줘야지.'

지금껏 나는 그렇게 살았다. 그래서 못 받은 돈 많다. 줄 돈은 바로 주고 받을 돈은 늦게 받는다. 그런데 간혹 내게 이렇게 얘기하는 이도 있다. 부자사전에도 나오는 말이고 내 지인 중에서도 나에게 이런 한 얘기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줄 돈은 늦게 주고 받을 돈은 빨리 받아야 된다."

나는 이런 이기적인 표현 굉장히 싫어한다. 지인이 내게 그렇게 얘기했을 때 솔직히 이런 생각을 했다. 언젠가... 언젠가... 나와 돈 거래를 하게 되면 느끼는 게 있을 것이라는... 왜냐면 나는 그와 정반대로 하기 때문이다. 줄 돈 먼저 주고 받을 돈은 줄 사람 상황에 맞춘다.

그런데 가끔씩 머리를 굴려서 줄 돈 늦게 주면서 돈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는 듯하다. 지금까지 나는 그런 경우에 별 얘기는 하지 않고 묵묵히 지켜보기만 했었다. 알면서 가만히 있고 계획된 때에만 준다면 그다지 문제 삼지 않는다. 대신 넥스트가 없다. 그런 지인과는 돈 거래 안 한다. 그렇다고 사람을 나쁘게 보지는 않지만...

사실 나는 남의 돈 받아주는 건 잘 한다. 그러나 정작 내 돈은 잘 못 받는다. 그게 왜 그러냐면 남의 돈은 나와 관계가 없는 사람에게서 받는 거니까 얼마든지 내가 여러 방법을 강구해서 받아내지만 내 돈은 나와 관계된 사람이라 그 사람의 입장이나 고충을 이해하려고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상황적인 이해를 하려고 해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고 자세가 안 된 경우도 많다는 걸 느낀다. 나 또한 그런 경우가 없었을까? 그러나 나는 그렇게 처신하지는 않았는데. 내 스스로 내가 그러하기 때문에 다른 이들이 그렇게 대하는 거다고 생각한다.

내 엑셀 파일에는 2000년부터 지금까지 빌려준 돈, 빌린 돈이 빼곡히 정리되어 있다. 그런데 웃긴 건 빌린 돈은 다 공란이다. 갚았기 때문이다. 후배 녀석과 같이 투자 명목으로 들어간 돈이 하나 있는데 그건 투자니까 리스크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었고 그 외에는 없다.

그런데 해가 거듭되어도 빌려준 돈은 항목이 늘어나고 액수가 늘어난다. 그 중에 액수가 꽤 되는 것은 이미 포기를 했고 대신에 인간관계를 끊었다. 절교를 한 건 아니다. 연락오면 반갑게 맞아주고 하지만 내 마음 한 켠으로는 그냥 아는 사람으로 치부하는 것일 뿐. 혹시라도 그 사람에 대해서 주변에서 물어오면 그렇게 얘기는 한다. 돈 관계는 하지 말라고.

블로그에 밝혀본 적은 없지만 정말 힘든 상황도 겪어봤다. 물론 그것도 매우 주관적이고 상대적이어서 누구에 비해서는 힘들지 않다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여러 사람들과 비교를 해볼 때, 내 주변에서 같은 상황에서 견디는 이들은 거의 없는 듯 하다. 같은 경험을 하게 되면 날더러 어떻게 견뎠냐고 조언을 구하는 것을 보면...

그래서 돈 문제에 있어서는 인내심도 많이 발휘하고 돈으로 기인된 상황에서는 내구성도 강한 편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문제 해결을 하고 내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 노력한 것들이 결국 지금의 내공으로 쌓여진 것이라 생각하기에 그런 경험도 내게는 피가 되고 살이 되었던 것이겠거니.

그러나 세상 모두가 나와 같지는 않다는 점이 문제다. 나는 이랬으니까 너도 이래라는 건 없다. 그래서 상대의 성격, 처한 상황 등을 종합해서 이해하려고 하지만 그 범위를 벗어난 경우가 종종 있다. 이래서 돈 관계를 하지 말라고 어른들이 그러지만 나는 거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 그래도 지금까지 쌓아온 신뢰 관계가 있는데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잖아. 그런 사람들이 기부한다고 하면 솔직히 웃기다. 그럴 때 나는 이런 얘기를 해준다. "니 주변부터 챙겨라. 그래도 여유가 생기면 그 때 둘러봐라." 주변도 못 챙기면서 기부라는 건 허울에 지나지 않는다.

살면서 돈을 빌려줄 만한 사람들의 수가 줄어드는 걸 느낀다. 상황이 어려워서 지금 못 받았다 해서 내가 그러는 게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를 하느냐 그리고 어떤 태도로 그 난관을 헤쳐가느냐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기다려줄 수도 있는데 아니다 싶을 때가 대부분이라서 그렇다.

내가 이렇게 얘기를 할 수 있는 건 내게 돈을 빌려주고 빌려가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빌려준 돈을 내가 어떻게 갚는지 빌려가 본 사람들은 내가 어떻게 대하는지 겪어봐야 아는 법이다. 그래서 내게는 돈 문제를 두고는 떳떳하게 뭐가 어떻다는 얘기를 할 만한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다. 그것은 비즈니스에서도 마찬가지니까.

돈 거래를 안 해본 사람이야 뭐가 어떻니 얘기하곤 해도 나는 그런 얘기 들을 때 '당신이 정말 그런 상황이 되면 그럴까? 내가 볼 때는 아닌데'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물론 안 그런 경우의 사람도 종종 있지만. 어쨌든 돈에 대한 나의 그런 태도 때문에 그런 문제가 계속 생기는 것 같다.

작년부터 그런 나의 태도를 조금은 바꾸긴 하지만 그래도 이해를 많이 하려고 해서 그런지 계속 문제가 생긴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에 대해서 어떻다는 판단을 내리는 경우는 없지만 그에 상응하는 생각을 상대도 해줄 필요는 있다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화를 낼 지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