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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보험회사에서 사용하는 표준화법

1~2년 이내에 주변에서 보험업계에 뛰어든 지인들이 몇 있다. 간혹 그와 어울리지 않는 경우에는 잘 할 수 있을까 싶은 우려도 드는 게 사실이다. 여기서 어울리지 않는다는 건 그 사람의 기본적인 자질이 많은 대인관계를 해야하는 업무와 잘 맞지 않는다는 말이다. 보험업계의 일이 별로라는 얘기가 아니라. 이 세상 어떤 일이든 다 의미가 있다.

다만 그 업계가 영업 기반인지라 대부분 사람을 돈으로 보는 이들이 확률적으로 많고, 나름 조직이라고 하는데 실적이 높은 사람이 리더가 되는 조직인지라 리더십의 부재가 심각한 경우도 많이 봐왔기 때문에 그런 세계에서 나름 마인드 있는 사람들이 살아남기가 쉽지 않고 물들 우려도 있기 때문에 걱정일 뿐.


그러다 외국계 보험회사의 표준화법 안내서를 보게 되었다. 대인관계를 많이 해야하기 때문에 Communication Skill이 필요해서 표준화법을 만들어 놓은 듯. 확실히 서양적인 사고방식의 산물이라 생각한다.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데에 있어서 무슨 Skill이 필요하리요. 단지 미국을 따라하는 우리나라인지라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사람들도 서양적인 사고방식을 하고 있어서 어느 정도 먹힌다는 것을 나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나름 내용이 어떤가 싶어서 죽 읽어봤는데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이렇게 해서 계약이 이루어지면 개나 소나 다 한다는 것. 요즈음은 보험을 안 든 사람이 거의 없다. 즉 시장 자체가 기존에 계약된 보험을 해지하고 빼내와야 하는 시장이 된 것. 사실 나도 지인들 보험 들어준다고 기존 보험 해약하곤 했다. 물론 나름 도와준다고 하긴 하는 것이지만 따질 것들은 꼼꼼히 따지고 했지만...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는 사람들이 보험업계로 뛰어들수록 나는 점점 손해가 될 듯한 느낌이 든다. 계속 해지하고 새로운 계약을 해야 되는 꼴이니. 좋은 상품이야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인데 그 때마다 바꿀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사실 지금도 친구가 제시해준 보험 상품을 하나 훑어보고 있는 중인데 이번에는 예전과 달리 기존에 들었던 보험을 해약하려고 하지는 않지만...


그런데 표준화법을 보면서 가장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던 건 가족을 언급하는 부분 때문이다. 뭐 당연한 것이겠지만 이러한 것을 Skill이라고 가르치면서 보험을 판매하라고 가르치는 것을 보면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사람을 움직이는 걸 감정적 협박이라고 한다. 미래의 불안한 상황을 그리면서 그것을 담보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는 아주 수준 낮은 행위다.

아무리 똑같은 거라 하더라도 이런 식의 말은 가급적 하지 않는 게 좋다. 나는 적어도 그렇게 생각한다. 아주 논리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 같은데 가만히 보면 상당히 기분 나쁘다. 물론 내 지인들이야 그런 사람들이 없고 내 성격을 잘 알기 때문에 정확하게 보고 진단해주니 나로서도 도움이 많이 되긴 하지만 어쩌다 구한 표준화법을 보다 보니 참...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데에 스킬이 필요하다는 그런 서구적인 사고방식이 먹히는 건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도 서구적인 사고방식에 익숙해져서다. 그러나 근원적으로 인간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 그런 스킬 따위는 의미가 없다. 그래도 그것마저 모르고서 임하는 사람들도 많으니 그런 것을 만드는 것이겠지만... 그런데 웃긴 거는 이걸로 역할극까지 한다고 한다. 헐~

내가 이렇게 얘기한다고 해서 보험업계에 계신 분들이 잘못되었다는 걸 얘기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나는 보험업을 영위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십분 이해해도 보험업체가 그런 것을 가르치는 게 못 마땅할 뿐이다. 진심으로 대하면 통한다고 얘기하다가도 실적 떨어지면 계약하라고 난리 굿을 떠는 그들. 스스로의 모순점을 모르고 그것을 개선시키지 않는다면 그 자리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