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921번째 영화. 폴 버호벤 감독이 고국으로 돌아가 만든 영화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영화 내용을 보면 <색, 계>가 떠오른다. 왜냐면 영화 내용의 큰 줄기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색, 계>보다 더 낫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나는 <색, 계>는 사실 이해가 안 갔기 때문이다. 자신의 첫순정을 사랑하는 이가 아닌 동료들에게 주면서까지 대의를 생각했던 이가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그런 얘기가 나는 이해가 안 갔었다. 그러나 <블랙북>은 그렇지 않다.
블랙북: 정부 정책 차원에서 국가 기밀로 비밀 유지가 진행되고 있는 파급력 강한 1급 정보를 가득 담고 있는 문서
그건 <블랙북>이 남녀간의 사랑만 초점을 다루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영화 속에서는 아군과 적군이 없다. 아군 속에도 적군이 있고, 적군 속에도 아군이 있다. 그것이 단지 아군이 적군 속에서 어떠한 임무를 해서 그렇다는 게 아니라 군인의 신분이라 국가의 명령에 따라야하지만 인간이기 때문에 유도리를 발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려운 속에서 나라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무리 중에서도 자신의 이득만 챙기는 사람이 있다.
그러한 부분을 두루 두루 보여주기 때문에 <색, 계>와는 비교하기가 힘들다. <블랙북>에 비하면 <색, 계>는 삼류영화 수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하는데 당사자가 아닌 이상 정확하게 무엇 때문에 그러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래도 인간이면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꼭 서로 사랑해서 그렇게 한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 사람은 꼭 한 가지 이유만으로 어떤 판단을 내리기 보다는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내리는 경우가 많으니까.
개인 평점 9점의 추천 영화. <작전명 발키리>에서 톰 크루즈의 부인인 니나 폰 슈타펜버그 역을 맡았던 캐리스 밴 허슨이 주인공을 맡았다. 감독은 폴 버호벤. 폴 버호벤 네델란드 출신인 거는 처음 알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