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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이끼: 다소 지루하고 캐릭터에 어울리는 배역은 아니었던 듯


나의 2,943번째 영화. 간만에 개봉하는 날 본 영화인데, 원작을 못 봐서 원작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원작을 본 지인의 얘기로는 원작이 훨씬 더 몰입도 있고 낫다고 한다. 원작을 능가하는 영화는 참 만들기 힘든 듯. 원작은 모르겠지만 2시간 30분 정도의 긴 러닝 타임이 다소 지루한 면이 없지 않다.
게다가 마지막 부근이 원작과 다른 반전이 있다는 얘기만 들었는데 마지막 장면 보고 솔직히 '역시~ 한국 영화'하는 생각이 들었다. 반전이 반전 같지도 않은 어설픈 반전. 개인 평점 6점의 영화로 영화관에서 볼 정도로 추천하는 영화는 아니다. 집에서 봐도 충분할 듯.

개인적으로 <이끼>는 내용은 차지하고라도 캐스팅을 잘못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뭐 영화 찍을 때도 캐스팅 문제가 거론되기도 했었지만 말이다. 실제로 <이끼> 보고 나니 문제가 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별로 보면 다 괜찮은 배우인데 해당 캐릭터에는 안 어울린다는...


정재영


이장 천용덕 역은 배우 정재영이 맡았는데, 영화 보는 내내 거슬렸던 사투리. 원래 오리지널 사투리는 자연스러운 법인데 어거지로 사투리를 하다 보니 높낮이가 다소 심하게 차이나는 그런 사투리. <해운대>에서 하지원의 사투리와 같은 그런 느낌. 게다가 이장 천용덕이라는 캐릭터의 카리스마와는 좀 어울리지 않나 싶다.


게다가 70 넘은 노인네를 연기하기 위해서 나름 삭발까지 하면서 분장했는데 70 먹은 노인 치고는 이가 너무 튼튼한 편 아닌가 싶다. 자꾸 눈에 띄더라는... 개인적으로 정재영은 <아는 여자>에서 동치성 캐릭터가 가장 어울린다. 아니 그 캐릭터 때문에 내가 정재영을 기억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박해일


유목형의 아들 유해국 역에는 박해일이 맡았다. 박해일이라는 배우가 기존 영화에서 보여줬던 모습들을 생각하면 이 캐릭터는 그래도 어울리는 편이다. 나는 박해일 하면 왠지 모르게 똘끼 다분하고 집요한 인간이 떠오른다. 연기는 잘 하는데 왠지 모르게 나는 이 배우의 매력을 느끼지는 못하겠더라는...


유준상


박민욱 검사 역의 유준상. 유준상의 연기를 본 적이 거의 없었는데 꽤 매력있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끼>의 내용상 박민욱 검사라는 인물을 이해하기는 좀 힘든 면이 있지만 줏대 있는 검사와 이미지가 꽤나 잘 매치되었다는... 하이마트 TV 선전에서만 보던 이미지 때문에 의외였던 듯. ^^


유선


이영지 역의 유선. <이끼>에서는 팜므 파탈 역인데 팜므 파탈과는 이미지가 영 안 맞는 캐릭터로 설정되었다. 영화 <이끼>에서의 이끼가 바로 이영지. 마지막 반전의 주인공이다. 이거 스포일러인데 왜 얘기하냐면(나는 스포일러를 싫어하는데)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이다. 반전이 반전 같지도 않아서 말이다.


허준호


유해국 아버지 유목형 역에는 허준호가 맡았는데 허준호와 유목형이라는 캐릭터가 그리 잘 매치가 된다고 생각치는 않는다. 허준호를 생각하면 항상 최민수가 떠오르는데 글쎄 최민수는 다소 좀 빗나간 면이 있어도 자기만의 색깔이 분명한데 허준호는 좀 애매하다. 그래서 아쉬운 배우. 이장 천용덕이 유목형에게 하는 대사가 귀에 남는다. 정확한 대사는 아닐지라도 맥락은 이런 식이다.

"니도 인간이야. 신이 될라 그랬나?"

왜 기억에 남냐면 인터넷 상에서 소셜 미디어 외치면서 옳은 얘기하는 족속들에게 내가 해주고 싶은 말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라는 테두리에서 이득을 위해 싸우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나름 자신은 깨끗하고 옳다고 착각하는 이들이 많다 보니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나의 얘기와 똑같다. 니네들도 매한가지라는... 어차피 욕심많은 인간일 뿐이라는...


유해진


입고 나온 옷이며 하는 행동이며 참 잘 어울린다. 연기를 잘 하기도 하지만 참 캐릭터에 걸맞게 구수하게 생겨서 더욱 어울렸던 듯. 그래도 난 유해진 보면 <공공의 적>에서 용만이라는 캐릭터가 떠오른다. 그 때 몇 번을 돌려서 보면서 유해진의 표정을 유심히 관찰했는지 모른다. 정말 웃겼었는데...


예고편: Trai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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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 한국영화라 그리 기대하지 않고 봐서 그리 실망하지도 않았지만 그리 재밌다고 하기에는 좀 그렇다. 아무리 좋은 배우들이 출연한다 하더라도 영화는 기본적으로 스토리가 탄탄해야 한다. 원작을 각색하여 만든 영화라고 하더라도 <이끼>와 <올드보이>는 감흥이 다르다. 그렇다고 해서 어떤 감독이 어떤 감독보다 더 낫다고 얘기하는 건 아니지만 영화만 놓고 봤을 때 그렇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