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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방자전: 춘향전의 재해석, 그러나 춘향전보다는 아름답지 않은 이야기


나의 2,955번째 영화. 나름 재밌을 것 같아서 기대하고 봤는데(나름 기대했던 부분은 예고편에서 오달수를 보고 코믹할 것이라 생각해서다) 생각보다는 별로였다. 초반만 코믹스럽고 재밌었다는... 뭐든 기대하고 보면 기대치가 높아져서 기대치에 못 미치면 오히려 실망이다. 개인 평점 6점의 평이한 영화.


춘향전 vs 방자전

"이팀장, 춘향전 원문으로 봤나?" "아니요" "엄청 야해~" 예전에 내가 있던 출판사의 이사님이 내게 했던 말이다. 그러면서 몇 문장을 읊어주셨는데, 언제 한 번 써먹어봐야겠다 생각했는데 기억이 안 난다. 의태어로 아주 잘 묘사한 문장이라 엄청 야했는데... 어쨌든 원래 춘향전이 그리 야하다니 영화 <방자전>의 수위가 그리 높다고 할 수 있을까 싶다.

춘향전은 있고 <방자전>은 없다. 고로 <방자전>은 춘향전을 방자의 입장에서 재해석한 얘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재해석이라고 하면 좀 무리가 있는 것이 같은 현상을 두고 다른 입장을 취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입장에서 현상을 아예 바꿔버렸다. 물론 춘향전도 소설인지라 실제가 그러한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따지고 들면 복잡하다. 누가 옳고 누가 맞다고 할 수 있을까?

만약 이 영화가 춘향전보다 먼저 나왔다면 이게 사실이라 생각할 수도 있는 법이다. 무엇이 먼저 나왔느냐에 따라 사실 여부가 달라진다고 한다면 그것이 진정한 사실이라 할 수 있을까? 그러나 그 당시와 지금은 많은 시간의 간극이 있고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문헌은 그것 밖에 없으니 그래도 춘향전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일 뿐이다.

사실 역사를 보다 보면 그런 경우가 참 많다. 물론 역사적 사실을 밝혀내기 위해서 고증을 통하긴 하지만 아무리 그런다 하더라도 남겨진 문헌이 어떤 이유로 인해서 남겨졌는지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어떤 이에 의해서 의도적으로 남긴 문헌만 존재한다면 역사는 충분히 바뀔 수 있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다. 역사를 중시하는 이들이라고 한다면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분명 비밀리에 또 다른 문헌을 남기고 이를 숨겨서 보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훗날에 그게 발견되지 않았다면? 그래서 종종 새로운 문헌이 발견되고 나면 기존과 다른 새로운 견해가 등장하곤 하지 않던가?

<방자전>이 춘향전의 내용을 곡해사는 내용일 지는 몰라도 어차피 춘향전이 역사적 사실을 기록한 게 아닌 소설이라면 충분히 이런 내용으로 풀어간다한들 그게 큰 문제는 아니라고 할 것이다. '영화 평론에는 재해석이 왜 없을까?'라는 글에서 밝힌 것처럼 영화 뿐만 아니라 문학 작품도 재해석이 필요하다고 본다.

주어진 해석을 맞다라고 얘기하는 것보다는 재해석을 통해서 더 다양한 시각을 수용할 수 있다. 문제는 그 해석이 그럴 듯 해야 하지만 말이다. 만약 역사적 사실에 대한 해석이라고 한다면 근거 있는 해석이 되어야 하겠지만 이건 원래 춘향전이 소설 아니던가? 이를 두고 <방자전>이 춘향전을 왜곡시켰다고 하는 건 내가 볼 때는 참 할일없는 이들의 한심한 짓거리라 생각한다.


방자 김주혁


어떻게 캐릭터 선정이 이렇게 어울리지 않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게 어쩌면 의도적으로 그랬는지도 모를 일이다. 방자가 이몽룡 같고 이몽룡이 방자 같다. 개인적으로 김주혁을 좋아해서 그런지 멋져 보였다. 가장 재밌었던 장면이 오달수에게 배운 것을 바로 바로 써먹는 모습. ㅋㅋ


춘향 조여정


음... 춘향이란 캐릭터에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 조여정이란 배우를 개인적으로 싫어하거나 그런 것도 아닌데 이 영화 보고 참 많이 실망했다. 어울리지 않는 배역에 어색한 연기. 한 가지 볼 만했던 건 역시나 베드씬인데 참 가슴 이쁘게 잘 됐다. ^^


월매 김성령


월매역에는 김성령이 맡았는데 영화로는 오랜만에 본 듯하다. 44살이라는 나이가 어울리지 않는 미모에 월매역을 맡기에는 너무 곱다. 팜므파탈역으로도 어울릴 듯. <방자전>에는 그다지 많은 씬이 없지만 간만에 봐서 그런지 반가웠다는... 아나운서인 동생이 귀염상이라면 김성령은 럭셔리상? ^^


식객 오달수


이몽룡 집의 식객으로 있는 마 노인 역의 오달수. 오달수 이미지에 너무 잘 어울린다. 오달수가 나오는 부분에서만 재미있었다는... 방자에게 여자를 꼬시는 기술을 가르치는 부분 정말 가슴에 와닿았다는... ^^ 아직도 귓가에 울리는 한 마디. "이렇게 턱~"


여자 꼬시는 기술을 가르쳐주는 한 장면. 이건 정말 써먹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방자전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으니 써먹기 곤란해지는. 근데 문제는 알아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안 그런가? 연애는 이성이 아닌 감성적인 요소가 많으니...


변학도 송새벽


오달수가 자주 등장하지 않는 와중에 감초 역할을 해준 변학도 역의 송새벽.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아주 맛깔스럽게 하면서 웃음을 줬던 역할이었다. 변학도의 뚜렷한 인생의 목표. 난 이렇게 목표가 뚜렷한 남자가 좋다. ㅋㅋ 갑자기 고수(?)들의 조언이 생각난다.

어떻게 하면 여자를 잘 꼬시는가 하는 질문에 해준 답인데 내게 이렇게 얘기해줬다. 뚜렷한 목표 의식! 목표를 달성하기까지는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어떠한 말이나 행동에 굴하지 않고. 목표를 달성한 후에는 마음대로 해도 된다. 내가 고수가 되지 못한 이유를 그제서야 알았다.

난 과정 중에 아니다 싶으면 거기서 끝인데, 고수들은 뚜렷한 목표 의식을 갖고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는 인내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ㅋㅋ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건 꼭 이성을 꼬시기 위해서 그런 게 아니라 다 그런 듯. 재테크도 종자돈을 마련하기 위해서 인내해야 하듯이 말이다.


예고편: Trailer





방자 중심의 춘향전이라는 부분에서는 또다른 맛을 주긴 하지만 그래도 춘향전의 애절한 사랑이야기가 더 낫다고 본다. 그래서 <방자전>이 춘향전보다는 못하다는 생각이다.

방자전
감독 김대우 (2010 / 한국)
출연 김주혁,류승범,조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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