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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독서

위키리크스와 위키피디아의 관계

나야 위키리크스와 위키피디아를 비슷한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책(21세기북스 <위키리크스>을 보다 보니 초창기 시절의 위키리크스는 위키피디아와 관계가 있었을 뻔 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원래 줄리안 어산지는 위키피디아의 검열 불가능한 분과로서 위키리크스는 비밀문서를 공개하고, 위키피디아는 문서 내용의 쟁점들을 다루는 식으로 구상했었다 한다.


Jimmy Wales: 지미 웨일스


그러나 위키피디아의 창립자 지미 웨일스는 이런 줄리안 어산지의 생각에 그닥 동조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위키리크스 프로젝트에 대한 소식을 듣고 지미 웨일스가 설립한 위키아(Wikia)란 회사에서 wikileaks.net이란 도메인을 샀다는 거다. 줄리안 어산지는 이에 대해서 강하게 비판하고 그 이후 사이가 서로를 비판하게 되었다는 거. 지미 웨일스는 위키리크스를 두고 이렇게 얘기한다.

그들(위키리크스)은 '위키'가 아닙니다.



위키리크스는 위키가 아니다?

위키라는 말은 사용자들 누구나 콘텐츠를 수정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러나 위키리크스는 그렇지가 않다. 아마도 지미 웨일스가 위키리크스를 위키가 아니라고 한 이유는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그래서 나는 지미 웨일스가 그런 말을 하는 데에는 충분히 수긍을 한다. 그러나 나 자신도 당해봤던 일인 도메인 선점에 대해서는 얘기가 좀 다르다.

객관적으로 쓰려고 노력한 21세기북스의 <위키리크스>에서도 지미 웨일스가 wikileaks.net을 자신이 설립한 위키아란 회사에서 등록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언론에는 21세기북스의 <위키리크스>는 옹호하는 입장이라는 뉘앙스가 좀 풍기는데 이건 책도 안 읽어보고 하는 얘기다. 주는 보도 자료를 기반으로 작성된 기사라는 얘기)

사전에 어산지와 아무 상의도 없었다. 어산지는 이를 적대행위로 받아들였으며, 그것은 실제로도 그런 짓이었다.

물론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은 안 해본 내가 아니다. 특허와 같은 경우도 우선 등록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니 말이다. 아쉬우면 먼저 등록하면 될 것을... 그러나 나도 이에 대해선 오래 전 벤처할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아주 새록새록 말이다. 그런 과거 때문에 나는 이런 문제에 있어서는 내 나름대로의 기준이 이렇다.

모르고 획득한 거라면, 그럴 수도 있다고 이해하지만,
알면서 획득한 거라면, 그건 양아치 짓이다.


내 과거의 경험

어느 날, 내가 운영하는 사이트의 유저에게서 co.kr 도메인이 이상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는 .com으로 운영을 하고 있었고, 그 얘기를 듣고 접속해보니 경쟁 사이트로 링크가 되는 거였다. 돈이 없어서 co.kr을 획득하지 않았던 게 아니다. 당시에는 법인이었고, 직원들도 꽤 있었으니 말이다. 단지 관심이 없었는데 그것을 그렇게 이용하는 녀석이 생긴 거다.(당시 그는 개인사업자였다.)

사장실에서 핵심 인력들이 모여서 회의를 열었다. 잠깐의 회의 후에 나는 냅둬라고 했다. 왜냐면 분명 우리가 잘 나가니까 도메인 우리에게 팔려고 하는 의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브랜드는 만들어가고 쌓아가는 것이지 그런 도메인 주소로 결정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문제시 될 게 없다고 생각했다. 

당시에 내가 지인들을 통해서 알아본 바에 의하면 그 양아치는 도메인을 파는 일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들었다. 그 당시에는 그런 무리들이 꽤 있었다. 나는 그들을 장사꾼이라 생각했고 나는 사업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 식으로 돈을 버는 행위에 대해서는 관심 자체가 없었다. 그 행위가 옳고 그르다는 걸 떠나서 말이다. 그렇게 마무리를 짓고 우리는 다시 일에 매진했다.

그런데 정말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나의 그런 결정을 그 양아치가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유저에게서 또 다른 얘기가 흘러나왔다. co.kr 도메인 체크 좀 해보라는 얘기였다. 또 무슨 얘긴가 싶어서 해봤더니 포르노 사이트에 접속이 되는 거였다. 황당했다. 어린 시절의 나는 지금에 비해서 훨씬 다혈질이었다. 그 때는 좀 난리가 났다. 육두 문자 남발에 죽이니 사니. ^^;

그 일의 장본인 즉 co.kr 도메인을 사서 포르노 사이트에 팔았는지 링크만 걸었는지 모르지만 그런 행위를 한 그 양아치는 지금 소위 말하는 파워블로거로 책도 쓰고 강의도 하는 녀석이다.(당시 내 기억으로는 whois 정보를 조회한 결과 판 것으로 기억한다. 처음에 경쟁 사이트로 링크될 때의 소유자랑 포르노 사이트로 연결될 때의 소유자랑 다른 것으로 기억하기 때문. 오래 전 일이라 가물가물하지만)

*  *  *

위키리크스에 관심이 많은 나이기에 위키리크스를 옹호하는 편으로 적은 글이 아니다. 내 과거에 도메인과 관련된 경험이 있다보니 위키피디아의 설립자가 한 행위가 참 어처구니가 없다는 얘기에 나도 동의를 한다는 거일 뿐. 그렇다고 해서 위키피디아가 어떻다는 건 아니니까. 마찬가지로 줄리안 어산지가 성폭행 문제로 이슈가 되었을 때라 하더라도 그거랑 위키리크스는 별개의 문제다.

많은 이들이 아직 위키리크스를 모르는 경우가 많지만 뭐 그거야 개인의 관심 영역 문제니까. 그렇다고 위키리크스를 위키리스크로 부르는 건 좀. ^^; 웃긴 거는 성추행 문제로 영국 법정에서 재판을 받을 때 판사도 위키리크스를 위키피디아로 부르기도 했다. 어쨌든 이런 거 보면 인터넷 강국인 한국이지만 언어의 장벽 때문에 세계화가 쉽지 않은 현실이 좀 안타깝긴 하다.

위키리크스
마르셀 로젠바흐 & 홀거 슈타르크 지음, 박규호 옮김/21세기북스(북이십일)
위키리크스-권력에속지않을권리권력에속지않을권리
카테고리 정치/사회 > 사회복지 > 사회문제 > 사회문제일반
지은이 마르셀 로젠바흐 (21세기북스,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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