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자들과 같은 경우는 언제든지 가서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데 일주일에 한 번은 자원봉사자들이 정기적으로 모여서 함께 자원봉사도 하고 지금까지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얘기 나누면서 뒷풀이도 하는 자리가 있더군요. 언제 한 번 가야지 가야지 했다가 마음만 있었는데 2주 전에 처음 가서 자원봉사를 했습니다.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더군요.
엑셀 정리 작업
책마다 이렇게 고유 코드가 있습니다. 앞의 4자리는 잘 모르겠고 650은 사람입니다. 저도 책을 기부했으니(사실 기부한 책도 줄 겸해서 갔던 거지요.) 저도 코드가 있는데 650이 제 코드입니다. 그리고 - 다음은 그 사람의 기부한 책의 넘버링이었지요. 이렇게 서울 밝은세상안과로 온 책은 코드화되어 엑셀로 정리 작업을 하게 됩니다.
노트북이나 넷북을 들고 오셔서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은 서울 밝은세상안과 진료실이나 상담실에 있는 컴퓨터를 이용하여 엑셀 작업을 합니다. 저도 제가 기부한 책부터 시작해서 다른 분들이 기부한 책들도 자원봉사하는 시간 동안 작업을 했지요.
엑셀로 입력하는 건 코드, 기부자명, 아이디(트위터리안들이 많이 참석한 행사인지라 대부분 트위터 아이디인데 저는 트위터를 이제는 사용하지 않아서 페북 아이디를 넣었죠. fb.com/itmedua 이렇게), 제목, 저자, 기부경로(대부분 택배고 저는 직접이었죠.) 정도입니다. 이 작업 해보면 이런 궁금증이 듭니다.
① 저자가 여러명이면 한 명만 언급하고 외 O명 할까? 다 기입할까?
② 어린이 책과 같은 경우 글과 그림이 있는데 다 언급해야할까?
③ 원저자와 번역자가 있으면 둘 다 기입해야 할까?
쓸데 없는 생각이었지만 하다보니 자연스레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어쨌든 전 되도록이면 다 기입했습니다. 귀찮더라도 말이죠. 무식한 노가다 작업을 했지요. 그래도 나름 어떻게 하면 좀 더 효율적으로 빠르게 많이 작업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재미를 느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이나 대학교 시절 노가다성 작업을 할 때도 항상 제가 제일 빨리 끝냈었는데 말이죠.
근데 노가다성 작업을 빨리 효율적으로 한다고 해도 실상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대학교 시절에 아르바이트로 돈을 받고 노가다성 작업을 할 때도 그랬었죠. 제 할당량 다 하고 저는 돈 받고 가면 되는데 친구들이 덜 끝내니까 그거 작업 도와줘야 합니다. 일은 더 많이 하고 돈은 같게 받는 거죠. ㅋㅋㅋ 그래도 어쨌든 좋은 행사니까 열심히 했습니다.
넘버링 및 스티커 붙이기 작업
코드값을 기입하는 건 이런 투명 스카치 테이프에다가 합니다. 칼이 없어서 어떻게 하면 쉽게 테이프를 뜯을까 하다가 한 사람은 벌리고 한 사람은 볼펜으로 콕콕 찍어서 위와 같이 한켠에 테이프를 주루룩 셋팅해놓고서 작업에 임했습니다.
나름 제가 기부한 책에서 가장 신간이라 할 수 있는 <나는 세계 일주로 경제를 배웠다>의 앞에 기적의 책꽂이 스티커를 붙였습니다. 이렇게 스티커와 코드값을 적어서 쌓아두면 이를 가져가시는 분이 또 따로 계시지요. 근데 이렇게 작업하면서 느낀 게 어떻게 잡지 그것도 1990년대 인테리어 잡지를 기부하는 이가 있는지. 그냥 버릴 거라 한 꺼번에 모아 박스로 보낸 듯 한데 좀 그렇더군요.
책꽂이 분류 작업
이렇게 모아진 책은 자원봉사자 전체가 달려들어 분류작업을 합니다. 분류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경제/경영, 에세이(자기계발), 소설, 아동도서(미취학, 저학년, 고학년) 정도였죠. 문제는 애매한 책들이 있다는 거지요. 이걸 아동도서 저학년으로 해야할 지 고학년으로 해야할 지. 뭐 어쨌든 그렇게 분류하여 해당 분야에 맞는 책꽂이에 꽂아둡니다.
그리고는 박스에 같은 분야의 책들을 담아서 박스 포장을 하게 되는데 이 때 어떤 책이 박스에 담겨 있는지를 수기로 적어둡니다. 왜 이런 쓸데없는 일을 할까 해서 물어봤었죠. 자기가 기부한 책이 어디에 기부되었는지를 알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거랍니다. 그거 하나 때문에 이렇게 일일이 적어야 한다니 얻는 거보다 잃는 게 더 많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 * *
이렇게 모여진 박스는 9월 3일 전국으로 배송됩니다. 이미 기적의 책꽂이 페이스북에는 차량 지원 및 자원 봉사자들의 덧글이 많이 있네요. 그리고 뒷풀이. 뭐 전 이번에 참석을 하지 못해서 가지는 못합니다만... 어쨌든 그렇게 기적의 책꽂이는 끝나는데 이게 시즌1이랍니다. 시즌2도 시작할 모양입니다. 그 때는 좀 더 적극적으로 도와드릴 수 있을까요? 시간이 될라나? ^^;
제가 자원봉사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자원봉사자들이 없을 때는 밀려드는 박스를 서울 밝은세상안과 담당자분들이 묵묵히 정리하고 스티커와 코드표 붙이고 분류하고 한답니다. 거의 본업은 못하고 이거에만 매달려서 해야할 정도로 오랜 시간을 그렇게 보냈다고 하네요. 그렇게 많은 이들이 성의를 들여서 마련된 행사라는 점은 꼭 알려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서울 밝은세상안과에서 준비한 도시락
정말 배가 고팠었는데 어느 정도 하고 나서 저녁을 다같이 먹었지요. 도시락은 준다 해서 맛없으면 어쩌나 했지요. 사무실에서 도시락 사다 먹으면 맛 없는 경우 많았었기에. 근데 정말 정말 맛있더군요. 배가 고파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이거 비싼 도시락인가 보다 싶었는데 그게 아니라 서울 밝은세상안과 직원분들이 직접 만들어서 준비하신 거랍니다. 헐~ 감동~!
항상 자원봉사자들이 모이는 목요일이 되면 저녁으로 뭘 준비할까를 고민하신다는 거. 그 정성이 돋보였습니다. 장소 지원, 택배비 지원 등등에 이런 정성까지. 확실히 서울 밝은세상안과는 달랐었지요. 제가 하는 일이 그렇다 보니 병원쪽 업계를 너무나 잘 알고 시술에 대해서도 많이 알죠.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 안과, 치과, 피부과, 성형외과 시술은 거의 대부분 다 알고 있습니다. 부분적으로는 매우 깊게. 그래서 딱 보면 이게 상술인지 아닌지 알죠.
서울 밝은세상안과는 그래도 좀 다른 면이 있습니다. 같은 명칭의 안과가 있긴 합니다만 그건 밝은세상안과라는 브랜드의 히스토리를 얘기해야 하고 서울 밝은세상안과 계열은 서울 밝은세상안과와 부산 밝은세상안과이고 부산 밝은세상안과가 서울 밝은세상안과의 모태입니다. 나머지 이름은 똑같지만 다른 곳에 있는 밝은세상안과는 다른 사람이 운영하고 있죠. 확실히 마인드 있는 곳에는 마인드 있는 사람들만 모이는가 봅니다.
생일 축하
그 날 서울 밝은세상안과의 김진우 실장님(서울 밝은세상안과에서 이 행사 담당하시는 분)이 생일이었지요. 울 회사 직원이 이를 알고 얘기해서 가는 김에 케익을 사서 들고 갔었습니다. 같은 회사 동료들도 김진우 실장님의 생일을 몰랐다고 하던데... 그래서 많은 인원이 축하해줬지요. 50명 정도 되나요? 그리고 댁도 일산인지라 제 차로 데려다 드렸죠. 12시 전에 도착할 수 있도록 나름 노력했습니다. 애들이 엄마 생일 축하하려고 케익 사서 기다리고 있다길래 12시 넘으면 안 됐죠. ^^;
독설 & 풍림화산
독설님이야 아시는 분들 많으실테고, 저야 항상 비주류, 아웃사이더, 야인이었으니... 어쨌든 독설님 저랑 동갑이랍니다. 헐~ 깜딱 놀랬지요. 친해져서 제가 반말하게 되면 남들이 저보고 건방지다고 하지 않을까 싶다는...(독설님 죄송) 제가 앞쪽에 있어서 그런지 왜 이리 머리가 크게 나왔는지. 사진 보고 올리지 말까 하다가 그래도 기념이다 해서 올립니다. ^^;
자원봉사자들이 모이는 서울 밝은세상안과 2층 입구에는 이렇게 응원의 메시지란이 있습니다. 트위터에서 보낸 응원의 메시지를 프린트해서 붙여놓은 것도 있고 자원봉사자들이 포스트 잇이나 종이에 적어서 응원의 메시지를 적은 것도 있었지요. 이번 행사는 이게 시즌1이랍니다. 원래 기획의도가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시즌1이라니 시즌2도 있다는 거지요? 담번 행사 때는 더 많은 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자리가 되어 이 행사가 일회성이 아닌 꾸준한 행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