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이 책을 접하고 Overview를 했을 때는 전형적으로 보이는 서구적인 접근 방식(나는 이를 '후진과정'으로 접근한다고 한다. 이런 방식의 접근이 전혀 의미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만 접근하려고 하기 때문에 지적하는 것일 뿐.)이라고 언급했었는데 그래도 이 책은 볼 만하다. 이 책에서 얘기하는 핵심에 동의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례도 볼 만했고, 내용도 충분히 볼 만했으니까.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책이다. 말랑말랑하면서(어렵지 않게 술술 읽히면서) 얻을 수 있는 게 분명 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 그러나 책 내용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건 온전히 독자의 몫이기 때문에 그냥 텍스트를 읽고 그대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해석을 잘 해서 내 것화 시켜야할 것이다. 그건 비단 이 책만이 아니라 모든 책이 그렇긴 하지만.
부정적 형태의 완벽주의
최근 스티브 잡스가 죽으면서 그의 궤적을 다루는 내용들이 눈에 많이 띈다. 아마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스티브 잡스는 창조적인 인간이었다는 점에 대해서 이의를 달지 않을 것이다. 그런 그는 일에 있어서는 지나칠 정도로 완벽주의자였다. 근데 <리틀 벳>에서 언급하는 내용들을 보면 완벽주의에 대해서는 경계를 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완벽주의를 경계하는 건 아니다. 그래서 책에서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부정적 형태의 완벽주의' 그렇다면 부정적 형태의 완벽주의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이 사람에게는 이게 완벽주의처럼 느껴지는데 저 사람에게는 완벽주의처럼 느껴지지 않는다고 하면? 결국 결과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여지가 많다는 거다.
그래서 나는 이런 류의 책이 가지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본다. 그럼 나는 어떻게 해석을 하는가? 이미 나는 수차례 후배나 질문을 하는 이들에게 얘기를 해줬던 얘기기도 하고 실제 나는 담론이나 논쟁을 하면서도 언급을 했던 부분이다. 물론 완벽주의에 대해서 얘기하는 건 아니었지만 맥락이 같기 때문에 나는 같은 카테고리화를 시킨 부분이었다는 거다.
남들이 지나친 완벽주의다 아니면 부정적 형태의 완벽주의다고 얘기해도 자기가 아니라 생각하면 그만인 것이다. 그런데 자꾸 결과가 안 좋게 나오게 되면 스스로도 생각을 하게 마련이고 그런 생각의 과정 속에서 조금씩 변화를 하게 된다. 즉 남의 말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 판단을 하고 그것을 수정해 나가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거다.
이건 실제 나에게 있었던 일이다. 이것과 맥락이 비슷하니 잘 보기 바란다. 나에게 자신감을 가지는 건 좋은데 자만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얘기했던 지인에게 했던 얘기다. 나는 그렇게 하는 말을 나를 위하는 말이라고 듣기 보다는 건방지다는 얘기의 완곡한 표현으로 들었었다. 왜냐면 그 지인은 나의 학교 선배인데 사회에 나와서 출신 학교가 같다는 걸 알게된 선배인지라 선후배 사이라고 하기에는 좀 애매했던 사이였다.
자신감과 자만심은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게 자신감이 될 수도 있고 자만심이 될 수도 있지요. 누가 저더러 그건 자만심이다 얘기한다고 해서 자만심이 되지는 않다고 봅니다. 만약 제가 자만심을 갖게 되었다면 그 때는 세상이 제게 가르침을 줄 꺼라 생각하지요. 누구의 판단에 의해서 자만심이다 아니다가 결정되는 게 아니라.고로 남의 말을 너무 지나치게 믿고 따르려고 하지 말고 스스로 판단을 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너무 많을 뿐이다.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이는 정말 드물다. 그게 교육의 잘못인 부분도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리틀 벳>에서 참 멋진 문구가 있어서 인용한다. 그리고 나도 이 말에 동의하는 바이고.
학생들에게 지식을 창조하는 법을 가르치는 학교는 거의 없습니다. 대신 학생들은 정적이고 완성된 지식을 배우고 있지요. 그래서 지식 창조의 전문가가 아니라 지식 소비의 전문가가 되어가고 있고요.지식 소비의 전문가를 만드는 게 학교지 지식 창조의 전문가를 만드는 게 학교가 아니라는 거다. 매우 적절한 표현(근데 지식을 주기는 하나? 정보가 아니라? ^^;)인데 문제는 그럼 지식 창조의 전문가를 어떻게 만드느냐는 거다. 그게 문제다. 왜? 정형화될 수가 없으니까. 어떤 이가 이렇게 하면 지식 창조의 전문가가 된다고 해서 누군가를 지식 창조의 전문가로 키웠다 해도 그 정형화된 커리큘럼이 다른 이에게는 맞지 않을 수도 있는 거다.
스펙을 따지는 이들에게
요즈음 젊은이들은 스펙을 많이 따진다. 물론 그게 전혀 의미 없다고 하는 건 아니다. 객관적으로 뭔가를 보여줄 수 있는 꺼리도 세상을 사는 데에 있어서는 중요하다. 허나 그것만을 봐서는 안 된다. 왜 면접을 보는데? 물론 면접을 본다 하여 그 사람의 잠재력을 파악하기가 쉽지가 않고 짧은 시간의 면접으로 판단을 내리기는 미흡한 건 분명 있지만 말이다.
근데 스펙, 스펙하는 거 보면서 난 참 우습다는 생각을 했다. 스펙? 좋다. 스펙을 영어로 하면? specification을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그러면 나는 그들에게 묻고 싶다. "니가 자동차 같은 기계냐? 스펙, 스펙하게?" 사람은 결코 그러한 것들로 표현할 수 없는 내면적인 부분들이 많다. 그리고 실제로 수많은 역사 속에서 창조적인 인간들은 정형화된 틀 속에 갇혀 있지 않고 자유분방했다.
웃긴 건 스펙이 높으면 높을수록 자신은 더 대우를 받아야한다고 생각하는 거다. 누구는 어디에 취직해서 연봉이 얼마인데 하면 나는 걔보다는 더 스펙이 좋고 공부 잘 했으니 더 좋은 데 가서 더 많은 연봉을 받아야 돼 하는 거다. 무슨 아줌마들 경쟁심 때문에 애들 사교육 시키는 것도 아니고. 그만큼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없어서 아닐까 싶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스펙 밖에 없어요 한다면 나도 할 말이 없다. 그럴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자신감이 있고 없고를 떠나 그들에게는 그게 최선을 다하는 길인 것을. 스펙이 없으면 쳐다보지도 않는 세상이 아닌가? 누군가가 바라봐줘야 실력 발휘를 하지 바라보는 이 없는 데서 원맨쇼 해봤자 되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일 뿐이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얘기하는 건 아니다. 현실이 그러하기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하고 최선을 다한다 하더라도 스펙이 모든 걸 말해주지 않는다는 거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실제로 사회에서는 스펙보다는 인성적인 부분이 많이 중요하다. 물론 그것도 어떤 직업군이냐에 따라 다르지만.
* * *
어쨌든 책 리뷰 하다가 주저리주저리 떠들었는데, 책 내용을 볼 만하니 추천하는 바이다. 다만 어떤 책이든지 텍스트만 보고 받아들이려고 하지 말고 내 것화 시킬 필요가 있다. 그것을 위한 첫 단계가 비판적인 사고이긴 하지만(이거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얘기를 했으니 다시 언급 안 한다.) 비판만 해서는 의미가 없다. 비판에는 근거가 있어야 하고 더 나은 뭔가를 도출해내야 의미가 있는 법.
그래도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그나마 창조적인 사고를 위해서 필요한 프로세스에 대해서 맛볼 수 있는 면이 있고 꼭 이런 게 있어야만 된다고 하기 보다는 책 내용을 읽으면서 얻을 수 있는 게 그나마 엿보이는 책이기 때문이다.
ex libris
01/
가장 생산적으로 창조적인 이들은 대단히 엄밀하면서도 분석적이고 전략적이며 실용적이다. 하지만 그들은 모범이 될만한 정형화된 모델을 사용하지 않는다.
02/ 작은 실험 접근법이 갖는 2가지 이점
어느 정도의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어느 정도의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느냐에 집중하게 된다는 점과 특정 아이디어가 진행됨에 따라 거기에 필요한 수단의 개발이 촉진된다는 것이다.
03/ 에드 캣멀(Ed Catmull)의 말
성공은 문제를 은폐한다
04/ 완벽주의의 가장 큰 문제점
실제로 무언가를 '실행'하기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05/ 즉흥적 수행과 자기 검열 기능
즉흥적 수행은 두뇌를 통제에서 해방시켜 대단히 창조적인 상태에 도달하게 한다. 어린아이가 때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면서도 놀라운 창조성을 발휘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이들의 두뇌는 아직 자기 검열 기능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음악가들이 C장조 화음의 반복에서 벗어나 즉흥곡을 연주할 때 그들의 두뇌는 의식적 감시를 중단하고 새로운 멜로디를 창조하게 된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즉흥적 두뇌 활동을 명상 혹은 REM 수면 주기에 비유하는데, 그 같은 상태에서 두뇌는 자기 평가라는 부담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창조적인 연상 작용을 더욱 쉽게 수행할 수 있다.
안사리와 버코위치의 연구에서도 즉흥적 활동을 수행하는 동안 연주자들의 뇌는 오른쪽 측두정엽이 비활성화되었다. 신경과학자들은 이 영역을 판단력, 특히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는 활동과 연관시킨다. 경험 많은 피아노 연주자들은 판단력과 연관된 두뇌 영역을 차단함으로써 속박에서 벗어나 참신한 음악을 창작할 수 있는 듯 보였다. 버코위치에 따르면 연주자가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두뇌 스캔에서는 그와 비슷한 유형이 나타나지 않았으며, 이는 창조 과정을 경험하고 학습하는 것이 특정한 창조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06/ 칙센트미하이의 몰입을 방해하는 주요 장애
부정적 형태의 완벽주의와 두려움, 자기 회의, 자기 검열
07/ 즉흥 기법의 몇 가지 주요 원칙들
- 어떤 제안이든 수용해야 한다.
- '좋아, 그리고' 어법을 구사한다.
- 서로에게 비판적 언사를 사용하지 않는다.
- 생각을 멈추고 즉흥적으로 반응한다.
08/ 로저스의 S곡선
아이패드 같은 기술 제품부터 새로운 밴드의 유명세나 단어의 유행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의 확산 과정에 적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