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3,051번째 영화. 아쉬웠던 게 <머니볼>이란 책을 산 지가 꽤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어보지 않아서 영화로 먼저 접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영화 보기 전에 빨리라도 읽어봤으면 좋았겠지만 요즈음 참 책 안 읽는다. T.T 어쨌든 감동 실화라고 하지만 감동적이라고 하기 보다는 다소 놀라웠다는 얘기가 걸맞는 듯 하다. 게다가 우려스러움까지...
우선 감동적이라고 했던 장면은 마지막에 자막으로 처리되는 빌리 빈의 선택 부분. '과연 나는 저런 상황에서 저런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과 함께 나 자신에게 몇 번이고 되물어봤었다. 그 상황에 놓여봐야 알겠지만 참 많은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고 빌리 빈의 선택이 결코 쉬운 선택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다 보니 감동적이다고 놀라웠다.
또한 야구에 과학적인 방법으로 접근을 해서(과학이 아니라 과학적인 방법이다!)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게 다소 놀라웠다. 그러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놀라움과 함께 우려스러움도 있는 게 사실이다. 이거 보고 너무 데이터만 맹신하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 무엇이든 맹신은 금물인데. 정량화가 의미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건 반쪽일 뿐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정량화된 데이터에서 어떤 패턴을 찾고, 나름대로의 임계치를 설정해서 옥석을 가려내는 작업들이 의미없다는 게 아니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100% 들어맞는 건 아닐테고 말이다. 100% 들어맞지 않기 때문에 의미 없다라고 얘기하는 게 아니다. 원래 이런 게 내 나름대로의 룰셋을 만들어서 얼마나 확률을 높이느냐의 승부이기 때문이다. 즉 세련된 룰셋을 만드는 게 관건이다.
그러나 그렇게 가려낸 선수들이 제 실력을 발휘하게 하기 위해서는 정성적인 요소들도 필요한 법이다. 그들은 가려내어 뽑아놓았다고 해서 뭔가 변화가 일어나는 게 아니다. 그들이 진가를 발휘하게 숨을 불어넣는 그 무엇이 필요한 법이다. 정량적인 부분은 정량적인 부분대로 의미가 있지만 정성적인 부분은 정성적인 부분대로 의미가 있는 거다.
빌리 빈이 선수를 스카웃해올 때는 정량적인 데이터만을 두고 가격을 매기곤 했지만 정작 그 자신이 스카웃 되었을 때는 돈을 택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면서 빌리 빈이었기에 그렇게 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방식이 효과를 발휘하니까 다른 데서도 따라하기 시작하겠지만 문제는 빌리 빈이 가진 그런 요소는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런 게 경쟁력인 법.
이러한 방법이 효과적이었던 거는 빌리 빈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결과론적인 해석일 수는 있을 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게 본다. 영화의 개인 평점은 8점이다. 볼 만하고 추천할 만하지만 뭉클한 감동이 있거나 와 재밌다 하는 그런 요소는 덜해서 8점 정도 준다. 그래도 <머니볼> 원작이 베스트셀러이면서 스테디셀러인지라 그로 인한 효과는 톡톡히 보지 않았나 싶다.
브래드 피트: Brad Pitt
브란젤리나 커플에 대한 여러 얘기들을 들어서 더욱 가엽게 느껴지는 브래드 피트. 영화보면서 참 이런 역에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브래드 피트하면 <트로이>에서의 마초맨다운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다. 남성미를 물씬 풍기는 역할이 더없이 어울리고, 수염과 긴 머리가 어울리는 배우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트로이>에서와 같은 모습을 보여줄 순 없을라나?
실제 인물, 빌리 빈: Billy Beane
브래드 피트가 맡은 배역인 빌리 빈은 실제 인물이다. 실화를 배경으로 했다고 해도 각색이 들어가고 영화적 재미(?)를 위해서 허구의 인물을 등장시키기도 하기 때문에 확인 사살(?)이 필요한 법. <머니볼> 책을 읽어보지 않아 책과 영화가 얼마나 다른 지는 모르겠지만 이리 저리 뒤적거려보니 거의 같다고 해도 무방할 듯 싶다.
이름이 다른 피터 브랜드: Paul DePodesta
실제 인물 Paul DePodesta
영화 속에서는 피터 브랜드로 나오지만 실제는 Paul DePodesta다. 왜 실제 이름을 사용하지 않았는고 하니 영화 속의 피터 브랜드가 자신의 이미지와 달라서 자신의 이름을 쓰지 말라고 했다고. 올~ 그래도 지 이름 나오면 유명해질텐데 존심 세우기는... 게다가 Paul Depodesta는 하버드를 나왔는데 영화 속에서의 피터 브랜드는 예일대로 나온다.
그런데 한 가지. 마지막에 빌리 빈의 선택을 두고 나는 다소 놀라웠다고 표현했는데 빌리 빈은 아직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 있지만 Paul DePodesta는 뉴욕 메츠에 속해 있다. <머니볼> 영화 속에서는 빌리 빈이 선택 하기 전에 피터 브랜드가 돈을 선택할 것이냐는 뉘앙스를 남기는데 정작 빌리 빈은 돈을 선택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실제 내막이야 알 수가 없지만 <머니볼> 영화 속에서 비춰지는 뉘앙스는 그렇다. 선택의 문제야 개개인의 가치 판단 문제니 뭐라 할 수 없지만 남보고는 그렇게 하는 게 옳은 거냐는 식의 뉘앙스를 풍기면서 자기는 그렇게 하는 그런 태도는 굉장히 짜증나는 짓거리가 아닐까 싶다. 세상 살다보면 이런 녀석들 정말 많다. 내 주변에도 여럿 있는 듯.
물론 실제 Paul DePodesta가 그런 인물인지는 모른다. 단지 영화에서는 그런 뉘앙스로 보였다는 것일 뿐. Paul DePodesta가 그런 인물이라는 판단을 하는 건 아니다. 오해 없길.
세이버메트릭스: Sabermetrics
야구에서 이런 분야가 있단다. 누적된 데이터를 통해서 선수들의 재능을 평가하는. 1994년 David Grabiner에 의해 시작되었다고 하니 <머니볼> 영화의 배경이 된 2002년보다 훨씬 이전에 나온 분야라는 거다. 그런데 사실 <머니볼>을 보면서 우려스러워 했던 부분을 앞에서 언급했지만 이게 과학은 아니라는 거다. 과학과 과학적인 방법은 다르다. 게다가 과학도 깊이 들어가면 밝혀지지 않은 과학 분야는 완전히 공상 소설보다도 더 심한 것들도 많다. 고로 착각하지 말기를.
이는 마치 주식 시장이 어떤 룰대로 움직인다고 하여 갖가지 데이터를 갖고 이렇게 하면 된다는 룰셋을 만드는 거나 매한가지다. 그렇게 예측 가능하다면 세상 사는 게 참 쉽겠지만 그렇지 않으니 재미있는 거다. 고로, 맹신하기 보다는 참조하면서 판단에 도움이 되도록 활용하는 게 중요하고 그건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같은 데이터를 두고도 누가 활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게 중요한 거다.
원작 <머니볼>
이거 언제 샀었나 싶어서 내 블로그 검색해봤더니 도서정가제 시행되기 하루 전날 책 왕창 사면서 샀던 거다. 2007년 10월 19일. 헐~ 도대체 몇 년을 책장에 꽂아두고 묵혀둔 건지. 이거 근데 분야 보면 경제/경영 분류에 속한다. 안 그랬으면 내가 사지도 않았겠지. 소설은 안 읽는 난데.(물론 읽기는 해봤다. 나름 소설도 접해봐야지 해서. 나랑 안 맞는다.)
<머니볼> 영화 보고 오랜만에 꺼내들어봤지만 읽을 책이 많아 언제 읽을 지 모르겠다. 언젠가는 읽겠지. 마냥 꽂아두기만 하겠는가? 요즈음은 책만 보면 왜 잠이 오는지 모르겠다. T.T 지금 보니까 표지가 <머니볼> 영화 개봉에 맞춰서 바뀐 듯 하다. 내가 소장하고 있는 예전 표지보다는 낫네. 근데 왠지 모르게 경제/경영 분류의 책이 아니라는 느낌이 강해진 듯.
머니볼 마이클 루이스 지음, 김찬별.노은아 옮김/비즈니스맵 |
예고편: Trailer
01/ 야구 얘기가 나왔으니 덧붙이면 내년도에도 롯데 화이팅이다. 대호야~ 가지마~ 그래도 이해해. 국내에 그렇게 대우해줄 수 있는 곳 없다. 젊을 때 그런 기회 잡아서 돈도 벌고 실력도 더 뽐내보는 거지 뭐. 난 이해한다. 가서 승승장구하고 더 벌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