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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퍼펙트 게임: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도 이렇게 완벽할 순 없다


나의 3,058번째 영화. 야구를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닌 나지만 내용은 다 알고 봤다. 이제 고인이 된 최동원 선수를 기리며 만들어진 두 편의 다큐멘터리를 봤기 때문. 항상 다큐멘터리나 영화를 보고 나면 관련 정보들을 검색해서 내가 원하는 정도 수준까지는 알아보다 보니 <퍼펙트 게임>이 다루는 최동원과 선동렬의 승부에 대해서 잘 알게 된 것.

둘의 승부(1승 1무 1패)는 사실 영화의 소재로 다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매우 극적이다. 게다가 둘의 출신을 비교해도 대립각을 세우기 정말 좋다.

① 경상도 부산 출신의 최동원 vs 전라도 광주 출신의 선동렬
② 연세대 출신의 최동원 vs 고려대 출신의 선동렬
③ 롯데의 에이스 최동원 vs 해태의 에이스 선동렬


당시의 승부를 사람들은 이렇게 얘기하곤 한다. 뜨는 해 선동렬과 지는 해 최동원. 주변에서 그러했기에 정작 당사자인 둘은 경기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었을 듯. 그럼 과연 그 둘의 결과는 어떠했을까? 물론 영화 속에서도 나오긴 하지만 데이터로 봐도 둘 중에 누가 더 잘했다고 얘기하기는 사실 힘들다고 볼 수 있다.

수많은 야구팬들의 가슴에 기억되고 있는 선동렬과 최동원의 명승부란 소재를 갖고서 제작된 <퍼펙트 게임>은 최근 고인이 된 최동원을 재조명하는 다큐멘터리가 나오면서 흥행할 수 있는 조건을 두루 갖추게 되었으니 <퍼펙트 게임>이 흥행을 못한다면 그건 이해하지 못할 현상(?)이라 할 수 있을 듯. 아는 내용이었지만 재밌게 봤고 부산 사나이 최동원 선수의 죽음이 더욱더 안타깝게 느껴졌던 영화. 개인 평점 9점의 추천 영화.


세 번의 승부


첫번째 승부1986년 4월 19일에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렸다. 최동원과 선동렬 모두 9이닝 완투하면서 진검 승부를 했는데, 경기 결과는 해태 1:0 롯데로 해태의 선동렬이 승리투수가 되었다. 그런데 이건 그 경기에서 선동렬이 이긴 것이지 선동렬이 실력에서 우위라고 할 수는 없는 경기다. 경기 내용을 보면 선동렬과 최동원 모두 안타 5개, 삼진 5개를 기록했다. 단지 선동렬은 무실점을 했고 최동원은 1실점을 했을 뿐.

두번째 승부는 정확하게 4개월 뒤인 1986년 8월 19일에 열렸다. 이 때도 마찬가지로 최동원과 선동렬 모두 9이닝 완투하면서 또다시 진검 승부를 펼쳤는데 이번에는 롯데 2:0 해태로 롯데의 최동원이 승리투수가 된다. 방어율 0점대의 선동렬이 롯데에게 2점이나 내준 아주 드문 경기였는데 그렇다고 선동렬이 공을 잘 못 던졌느냐? 그것도 아니다. 선동렬은 8개의 삼진을 최동원은 7개의 삼진을 기록했다. 비등비등했으나 승리는 롯데의 최동원 선수에게 주어졌다는 것일 뿐.

마지막 세번째 승부는 이듬해인 1987년 5월 16일에 열렸다. 1승 1패라는 상대 전적을 가진 둘이 한동안 승부를 펼치지 않다가 오랜만에 진검 승부를 위해서 마운드에 오른지라 여론 뿐만이 아니라 야구팬들 그리고 정작 승부를 펼치는 당사자들에게도 긴장되는 건 마찬가지. 연장 15회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음에도 둘은 15이닝 동안 양보가 없었다. 결국 롯데 2:2 해태로 무승부 처리되었다. 상대전적 1승 1무 1패라는 기록을 남기고 둘의 승부는 다시 볼 수 없게 되고...

마지막 승부에서 최동원은 209개의 공을 던졌고, 선동렬은 232개의 공을 던졌다. 15이닝으로 나누어 보면 최동원은 1이닝당 평균 15.5개의 공을 던졌으니 한 타자당 5개의 공을 던지고 아웃시킨 셈이 된다. 정말 대단하다.(물론 선동렬이 조금 많기는 해도 둘 다 대단하다.) 게다가 15이닝 완투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닐텐데 둘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경기에 임했다는 점을 생각할 때 경기 결과를 떠나 둘의 명승부는 정말 야구사에 남을 만한 명승부 중의 명승부가 아닐까 싶다.


부산 사나이, 최동원


사후에 방영된 두 편의 다큐멘터리나 영화 <퍼펙트 게임>에서 묘사되는 최동원을 보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저게 부산 사나이다.' 물론 과장된 면이 없지 않겠고 사람이 항상 한결같이 그런 모습만 보일 수는 없겠지만(때론 욕심을 내기도 하고 자기만 생각할 때도 있겠지만) 과장되었다 해도 몇몇 사실들을 보면서 그는 욕심만 내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 뒤도 돌아볼 줄 알고 주변을 돌아볼 줄 아는 그런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사람은 참 많은 손해를 보기 마련인데 그런 면에 있어서는 나도 그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부산 사나이가 다 그런 건지도 모르겠지만... ^^; 굳이 안 해도 되는 일을 옳다고 생각했기에 행동했고 그래서 미운 털이 박히는 그런 면 말이다. 돈을 많이 벌 수 있고, 자신의 꿈을 이뤄나갈 수는 있어도 남에게 존경받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적어도 그는 정말 다시 야구계로 돌아가 그것도 자신이 몸담았던 롯데에서 감독을 해보는 소망은 이루지 못했지만 사후에 많은 이들에게 존경받는 선수로 기억되고 수많은 야구팬들에게 전설로 남을 것이다.



두 편의 다큐멘터리

최동원 사후에 방영된 두 편의 다큐멘터리가 있다. <퍼펙트 게임>의 내용을 보고 최동원 선수에게 관심이 생겼다면 이 두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게 도움이 될 듯 해서 소개한다. 다만 다큐멘터리든지 영화든지 좋은 면만 부각시킬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보길 바란다. 개인적으로 최동원 선수를 높이 사지만 좋은 의도로 만든 콘텐츠는 좋은 면만 부각시키거나 과장하고 나쁜 의도로 만든 콘텐츠는 나쁜 면만 부각시키거나 과장하는 면이 많다. 

예를 들어 소비자 고발과 같은 경우에는 나쁜 면만 부각시키거나 과장하는 면이 많은 프로그램이다. 인터뷰를 한다고 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의도한 대로 보이게 편집하는 과정에서 과장되게 보이게 한다든지 하는 게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나는 미디어의 콘텐츠는 있는 그대로 보지는 않는다. 걸러서 봐야할 필요가 있다. 좋은 의도로 만든 거라 하더라도 매한가지다. 이런 경우는 좋게 해석해도 무방하지만 그렇다고 맹신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01/ MBC 스페셜 <불멸의 투수 최동원>


이건 2011년 11월 11일에 방송된 거다. 

02/ KBS 스페셜 <무쇠팔 최동원 인생을 던지다>


이건 2011년 9월 25일에 방송된 거로 무쇠팔은 최동원의 별명이다. 이에 반해 선동렬의 별명은 고무팔이다. 무쇠팔이라는 별명은 정말 최동원에게 어울리는 별명이다. 최동원 선수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리 저리 자료 뒤적거려보다 보니 고등학교 시절부터 그는 정말 무쇠팔이라고 불리울 만했다. 정말 대단한 선수.


선동렬 vs 최동원


- 로보트 태권 브이가 쎄? 마징가 제트가 쎄?
- 람보가 쎄? 코만도가 쎄?
- 에어울프가 쎄? 키트가 쎄?


어렸을 적에 친구들끼리 하던 그런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요 식의 질문이 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영화를 보면 궁금할 수 밖에 없다. 선동렬 팬은 선동렬이 더 낫다고, 최동원 팬은 최동원이 더 낫다고 할 수 있겠지만 나름 꽤 설득력 있는 글 몇 편을 적은 블로그 하나가 있어 그걸 소개하는 것으로 내 답변은 대신한다.

- Rehabilitation Facility: http://gminhee.egloos.com/



예고편: Trailer




기타

01/ 조승우 참 연기 잘 한다. 투구 폼은 얼마나 연습한 결과일까? 물론 양동근 연기 못한다는 게 아니다. 근데 난 <퍼펙트 게임>에선 조승우가 더 빛났다고 본다.